계약제도의 공정성을 높이고 다수의 시공업체들로부터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다지는 게 개편의 핵심이다.

계약제도 개편의 큰 물줄기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지류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관계법령의 제·개정을 둘러싸고 대·중소업체 간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힐 수 있고, 제도 변경 후의 득실 계산에 있어서도 업종별로 서로 다른 셈법을 적용할 수 있다.

모든 발주처와 시공업체를 만족시킬 수 있는 ‘완벽한’ 계약제도를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성공적인 계약제도 개편의 관건은 이해당사자 사이의 간극을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소통이란 칼로 불신의 속살을 깨끗이 발라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계약제도 개편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다각적인 의견수렴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선 시공현장에 대한 심층적 분석과 합리적 기준 마련이 선행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 종합심사제 도입 추진 = 초미의 관심사는 현행 ‘최저가낙찰제’와 ‘적격심사제’의 개편방향이다.
무엇보다 최저가낙찰제는 시공업체의 경영악화와 부실공사를 초래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다수의 시공업체들은 가격경쟁에 따른 시공품질 저하, 부적격업체 낙찰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며 최저가낙찰제의 완전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내년부터 공공공사에 대한 최저가낙찰제 적용범위를 30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지만 이 같은 방침이 그대로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일정수준의 낙찰률을 보장하는 적격심사제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적격심사제의 경우 기술능력에 대한 변별력을 부족해 예정가격을 잘 예측한 업체가 낙찰자로 결정될 수 있는 맹점을 안고 있다. 적격심사제가 ‘운찰제(運札制)’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현행 최저가낙찰제와 적격심사제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쪽으로 계약제도 개편의 중심 추를 옮겨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는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대한 현안보고에서 ‘최저가 낙찰제·적격 심사제 등 성과분석 및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용역은 100억 원 이상 300억 원 미만의 공사에 적용하는 적격심사제를 가칭 ‘종합심사제 1’로 개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가격과 공사 수행능력을 합산해 점수가 높은 입찰자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300억 원 이상 공사에 적용하는 최저가낙찰제의 경우 가칭 ‘종합심사제 2’로 개편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는 가격과 공사 수행능력, 사회적 책임점수를 합산해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입찰자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사회책임 점수는 공정거래 관련제도 준수 및 고용촉진 기여도 등을 기준으로 산정될 것으로 보인다.

□ 불공정 거래관행 개선 추진 = 건설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갖가지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보완책에도 시선이 쏠린다.

지난 14일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중소기업청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마련한 ‘건설산업 불공정 거래관행 개선방안’은 불공정 하도급을 원천차단하고 발주자와 건설사간 공정거래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하도급 계약의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불공정 계약내용이 있는 경우 해당 조항의 무효화를 검토하고 발주자의 하도급계약서 점검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한 하도급대금의 적기지급을 담보하기 위해 저가낙찰 공사에 대해 발주자 직불을 의무화하고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제도를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원·하도급자의 대등한 협력관계 구축을 위해 하도급 공정성에 대한 공공입찰 인센티브를 늘리고 주계약자 공동도급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민간발주 공사의 공정한 계약을 보장하기 위해 건설업자에게 공사대금지급보증 요구권을 부여하고 불공정한 계약내용이 있는 경우 해당조항을 무효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이에 덧붙여 공공공사 발주기관의 사유에 따른 공기연장으로 추가로 발생하는 간접비 등 비용증가분의 지원여부와 관련한 제도개선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중소건설사 보호를 위해 대기업의 소규모 공공공사 입찰참여를 제한하는 대상 업종을 확대할 예정이다.

정부는 세부과제별 추진일정에 따라 이번 대책을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후속조치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추진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분리발주 법제화는 이해당사자, 관계부처 등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리적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