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계약 체결 시 공정거래위원회 심사를 거친 표준약관 사용을 의무화하고, 하도급 대금을 100% 현금으로 결제하는 내용의 ‘건설산업 경제민주화 방안’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업계는 건설산업의 현실이나 현행 규정 등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채 ‘경제민주화’ 실현 등 시류에 편승한 조치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 법안은 국회 상임위별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됐으며, 조만간 심사될 전망이다.

　국회는 이들 법안 처리 여부에 따라 건설산업의 생산체계 변화가 불가피하고, 기업경영의 규제가 될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국토위,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

　국토교통위는 18일 전체회의를 열어 건설산업 경제민주화 방안 중 하나로 공정위 심사를 거친 표준약관 사용 의무화 방안을 담은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로 회부했다.

　개정안은 건설공사 도급계약 체결 시 하도급업자 등의 계약상 불이익을 방지하고자 마련됐다.

　그러나 심사에 앞서 국토위 내부에서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는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표준계약서가 있고, 하도급법에는 공정위의 표준하도급계약서가 있는 상황이어서 새로운 표준약관을 마련하는 방안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위는 “표준약관 사용을 의무화하기보다 이미 마련된 표준계약서 및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업체에 대해 공공공사 입찰 시 가산점을 제공하는 방안을 강화해 표준약관 사용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무위, 하도급법 개정안

　정무위는 이날 하도급 대금을 100% 현금으로 결제토록 하는 ‘하도급법 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로 넘겼다.

　개정안은 어음과 어음대체수단으로 결제하는 관행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담고 있지만, 발주처에서 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는 문제 등이 있어 심사 초기부터 상당한 진통이 예고된 바 있다.

　민간에서 발주하는 공사는 물론 예산 사정이 어려운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 등이 토지 등으로 대금을 대물변제하는 현실을 외면한 데 따른 지적이다.

　정무위는 법률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경기침체로 민간 발주공사는 물론 예산사정이 어려운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 등도 현금이 아닌 토지 등으로 대물변제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원사업자에게 하도급 대금 현금지급을 의무화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안행위, 지방계약법 개정안

　안전행정위는 이날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발주처가 예정한 공사가격 결정이 부적절하게 이루어졌을 때 계약상대자에게 입찰보증금 강제 납부 및 입찰 참가자격 제한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계약법 개정안’을 심사할 예정이었지만, 시간 부족으로 상정하지 못한 채 계류시켰다.

　개정안은 지방자치단체가 발주계획, 입찰, 계약, 설계변경 등에 대한 사항을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제한을 위반 행위 수준에 따라 계약금액의 10~30%의 과징금으로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담겼다.

　그러나 안행위 내부에서는 법안심사에 앞서 ‘예정가격’에 대한 해석을 놓고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안행위는 법률 개정안 검토보고서에 ‘예정가격이란 계약담당자가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낙찰자 및 계약금액의 결정기준으로 삼기 위해 입찰이나 계약체결 전에 미리 작성해 비치하는 가격을 말한다’라고 분석해놓고도 ‘예정가격은 외부에 공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예정가격이 잘못 산정됐다 하더라도 이를 직접적인 근거로 계약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명기한 게 발단이 됐다.

　입찰가격을 산정할 때에는 개정안에 명시한 ‘예정가격’에 대한 의미가 ‘기초금액’으로 해석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행위 관계자는 “기초금액은 예정가격을 확정하기 전 계약담당자가 검토한 가격이다. 예정가격은 투찰 이후에 공개되는 것”이라며 “검토보고서에 예정가격 산정 모든 과정이 혼용된 듯하다. 잘못된 부분이 있는지를 재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대안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형용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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