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 종합심사제 개편…배경ㆍ전망은?

정부 “가격이 가장 결정적인 낙찰요소가 되지 않게”

업계 “대ㆍ중소기업 균형수주 가능하게 보완 필요”

　기획재정부가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보고한 ‘최저가낙찰제 및 적격심사제 운영성과 및 개선방안’은 지난해 11월부터 기재부 의뢰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연구용역을 진행한 결과다.

　건설기술연구원은 최저가낙찰제와 적격심사제에 대해 그 동안 많은 비판이 있었던 만큼 적격심사제의 운찰제 성격을 해소하면서도 가격 위주의 낙찰자 결정방식을 지양하는 방향으로 개편안 초안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건기연 관계자는 “적격심사제는 중소업체 보호에 장점이 있지만 예산절감에 한계가 있고 운에 의한 낙찰제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최저가낙찰제는 예산 절감에 유용하지만 공사품질 확보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많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개편안은 100억원 미만 소형공사는 중소업체들의 수주영역으로 남겨놓기 위해 적격심사제를 현행대로 유지하되 100억 이상 공사는 종합심사제를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격과 공사수행능력의 합산점수가 큰 입찰자를 낙찰자로 정하되 가격이 낮을수록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한편 일정 낙찰률 이하에 대해서는 감정을 부여하거나 탈락시키는 방법으로 덤핑투찰을 방지한다는 것이다. 아직 가격과 수행능력의 배점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았고 가격점수의 산정방식도 미정이지만, 일단 수행능력 평가배점을 확대하고 변별력을 높인다는 방침은 뚜렷해 보인다.

　특히 300억원 이상 공사에 대해 최저가낙찰제를 전격 폐지하고 가격ㆍ수행능력과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점수로 반영한다는 방침도 눈길을 끈다. 사회책임 점수는 지속적인 신규인력 고용 성적, 협력업체와의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평가, 사회적 공헌활동과 지역경제 기여도 등 다채로운 평가지표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종합심사제가 본격 시행되면 낙찰가격이 올라가 순공사비 이상의 적정 수준을 확보할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단언하기 어려워 보인다. 가격보다 수행능력을 핵심 요소로 삼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지만, 실제 가격평가 산식을 무리하게 적용하면 최저가낙찰제와 똑같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입찰제도의 큰 방향보다는 운영과정의 묘가 더 중시되는 까닭이다. 현재로서는 “기존 최저가에 수행능력이나 사회책임 점수를 합산하는 만큼 개선효과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정부 입장에 기대를 걸고 지켜봐야 할 입장이다. 최근 종합평가낙찰제 도입을 제안한 김희국 새누리당 의원은 “이번 개편안 초안이 하도급업체 고통 해소와 건설분야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진지하게 검토되고, 제값을 주고 받는 공정한 건설문화를 정착하는데 기여하기 바란다”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개편안은 대형건설사들의 입지가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수행능력이나 사회책임 모두 중견ㆍ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객관적으로 나은 점수를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체급별 경쟁을 유지하거나 중소기업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회책임의 점수를 평가할 때 기업규모를 감안해 윤리적인 중소업체가 오히려 더 유리한 결과를 얻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는 7월부터 국회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통해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기재부, 국토부 등 관련부처 공동의 제도개선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어 올 연말에는 관련규정 개정 등 후속조치를 밟아 내년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일률적으로 시행되지 않고 일부 개선안의 시행시기나 적용범위가 유예될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신정운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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