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 공정거래 관행 선진화할 계기 마련”

민간공사에 대금지급보증 요구권 부여…부당계약조건 무효화

공기연장 땐 간접비 증가분 지원…저가공사 하도급 직불 의무화

　“입찰제도만 제외하면 검토할 수 있는 방법이 모두 담겼다. 앞으로 발주기관과 원도급, 원도급과 하도급, 하도급과 근로자ㆍ장비업자 사이에 공정한 거래관행을 조성할 중요한 계기가 마련됐다.”

　정부가 ‘건설산업 불공정거래관행 개선 종합대책’을 내놓자 건설업계는 “정당한 대가를 주고 받는 공정한 거래관계를 형성하고 건설문화를 선진화하는 데 적지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중소기업청이 머리를 맞댄 끝에 지난 14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확정된 종합대책은 불공정 하도급을 원천 차단하고, 건설근로자와 장비업자의 처우를 개선하며, 발주자ㆍ건설사 간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는 한편 기존 제도의 집행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두루 담았다.

　종합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민간 발주자에게 건설업자가 공사대금 지급보증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방안, 공공기관이 공기를 연장하면 간접비 등 비용 증가분을 지원하는 방안, 건설업자에게 불공정한 계약조건은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방안을 시행한다.

　종합대책은 또 82% 미만 저가낙찰공사에 대해 하도급대금 직접 지불을 의무화하고, 하도급대책에 대해 지급보증을 강화하며,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의 문제점을 보험ㆍ보증을 통해 해소하도록 했다.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 때 하도급 공정성 항목을 배점제로 전환해 공공입찰에서의 인센티브를 확대하며, 주계약자 공동도급을 활성화하며, 건설근로자 임금지급 보증제도 및 장비대금 지급보증제 등도 도입하기로 했다. 관심과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른 ‘분리발주’는 공정·품질관리에 적지않은 문제점이 우려되는 만큼 이해당사자와 관계부처 간 보다 충분한 논의를 거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체적으로 원도급ㆍ하도급 건설업계가 각각 줄기차게 요구해온 애로사항에 대해 정부가 성의있는 답변을 보인 것으로 평가한다”며 “다만 적정공사비를 확보해 근본적으로 공정거래의 여지를 넓혀주는 추가적인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제도적 보완과 함께 집행력을 높여 공정거래 대책이 현장에서 실효를 거두도록 해나가겠다”며 “최저가낙찰제 개선을 포함한 입찰제도 개선안이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마련돼 머지않아 국회에 보고될 예정이어서 적정공사비 확보를 통한 공정거래 확산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스> 건설산업 불공정거래관행 개선 종합대책은?

　‘건설산업 불공정거래관행 개선 종합대책’은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상대적 약자들의 피해를 해소하면서 공정한 사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중소기업청 등이 머리를 맞대고 발굴한 정책과제들로 구성됐다.

　김채규 국토부 건설경제과장은 “건설산업은 수주산업의 특성과 수직적ㆍ다단계 생산체계 등으로 불공정거래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산업분야였다”며 “정당한 대가를 주고받는 공정한 거래관계 형성을 목표로 정해, 미흡한 제도의 보완 및 기존 제도의 집행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개선방안에 담은 총 21개 과제 가운데 올해 안에 20건은 시행에 들어갈 것”이라며 “업계 및 학계 간담회와 현장점검을 통해 대책의 효과를 지속 모니터링하고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덧붙였다.

△불공정 하도급 계약조항 무효화

　하도급계약의 부당특약은 이미 법적으로 금지ㆍ처벌하고 있다. 그러나 처벌을 받더라도 당초 계약의 효력은 유지되기 때문에 하도급업체 보호에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는 하도급업체에 비용과 책임을 떠넘기는 불공정 계약조항의 효력을 법률로 무효화하도록 했다. 앞서 국회 이이재 의원은 지난해말 설계변경ㆍ물가변동 금액 미반영, 공기연장 불가, 손해배상책임 전가 등 특약조항을 무효로 하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해놓고 있다.

△발주자의 하도급계약 점검 의무화

　원도급자는 발주자에게 하도급계약 내용을 통보하고 있지만, 발주자의 점검 규정이 미비해 불공정 하도급 방지에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앞으로는 발주자가 하도급 계약서를 점검해 불공정 계약내용은 원도급자에게 계약변경을 요구하도록 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처분청에 위반사항을 통보하도록 할 계획이다.

△저가낙찰공사 발주자 직불 의무화

　하도급대금 체불 우려가 높은 저가낙찰 공사에 대해서는 발주기관의 하도급대금 직접 지불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이미 직불제도는 82% 미만 저가공사에 대해 발주기관 임의로 시행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 전면 의무화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하도급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예외를 허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미 국토부 소속ㆍ산하기관에 대해서는 행정지도를 마쳤고 앞으로 모든 공공공사로 의무화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저가낙찰의 기준을 82%로 할지는 아직 미정이다. 최저가낙찰공사의 평균 낙찰률이 73~74%인 상황을 감안하면 대다수 최저가공사에 직불이 이뤄지는 셈이어서, 82%보다 낮출 가능성도 없지 않다. 건설업계에서는 “너무나 많은 공사에서 저가낙찰이 이뤄지고 있고 이때문에 공정거래가 훼손된다는 사실을 정부가 인정한다면 적정공사비를 확보해 불공정거래를 해소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제도 강화

　현재 원도급업체 신용이 높은 경우에는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서 발급을 면제해 주고 있는데, 공사 중 신용이 떨어져 체불이 발생한다면 대금을 보호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앞으로는 면제 대상인 회사채 평가 A등급 이상 업체도 보증서 발급을 의무화하고, 보증서 발급ㆍ변경 때에는 보증기관이 의무적으로 하도급업체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도록 했다. 현재 건설공제조합은 약관으로 발급 사실을 통보해주고 있지만 다른 보증기관은 아직 시행하고 있지 않다.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제도 개선

　원도급자가 하도급대금을 B2B로 지급한 뒤 부도 등으로 상환을 하지 않는 경우 은행이 하도급자에게 상환을 청구하면서 부당한 부담을 지는 사례가 많았다.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서를 갖고 있어도, 보증기관이 상당기간 심사를 거쳐 보증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유동성 경색과 이자비용 등 손실이 발생했다.

　앞으로는 원도급업체의 채무 불이행 시 하도급업체가 보험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매출채권보험’ 대상에 건설업을 포함하도록 하는 한편 외담대 미상환에 대한 하도급대금 보증금 지급 절차를 개선하도록 했다. 은행이 상환청구권을 행사하면 보증기관이 은행에 상환하는 방안, 원도급업체가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경우 금융기관의 상환청구권 행사를 유예하는 방안은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

△하도급 공정성의 공공입찰 인센티브 강화

　공공공사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 때 불공정 하도급 업체에 감점을,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 업체에 가점을 부여하고 있지만 단순히 가ㆍ감점 항목에 포함되어 있어 큰 영향이 없었다. 친환경건축물인증 등 다른 항목에서 가점을 받으면 되기 때문이었다. 앞으로는 PQ 심사기준에서 하도급 공정성 항목을 배점제로 전환하고, 인센티브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주계약자 공동도급제 활성화

　이미 시행 중인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ㆍ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발주방식은 500억원 이상 공사에 적용되고 있으며 지난해 발주기관들이 총 14건을 발굴해 현재까지 9건을 발주한 상황이다. 정부는 대상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업종간 이해가 엇갈리고 공정ㆍ민원관리 등에 우려사항도 큰 만큼 대상공사의 금액기준을 조정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건설근로자 임금지급 보증제도 도입

　건설업체의 부도ㆍ파산 등으로 임금 지급이 곤란한 경우와 민간공사의 경우는 아직도 임금 체불의 위험이 상존하는 형편이다. 따라서 임금 보호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체불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임금지급 보증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아울러 원도급업체가 법정관리에 들어가 하도급업체 근로자 임금이 회생채권으로 분류되면 우선변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하도급업체 근로자 임금에 대해서도 우선변제권을 인정할 수 있도록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건설장비대금 지급보증제 시행

　공공공사에서는 장비대금 직불제도와 지급확인제도를 통해 대금지급을 담보하고 있지만, 체불을 근본적으로 막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에따라 이미 개정된 건산법령을 적용해 장비대금 지급보증제도를 이달 하순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민간발주 공사의 공정계약 보장

　민간공사는 사적계약이라는 이유로 발주자의 대금체불, 지연지급 등에 대해 건설업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했다. 앞으로는 민간발주자가 건설업체에게 공사이행보증을 요구할 때 건설업체도 발주자에게 공사대금 지급보증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도록 했다. 아울러 건설업체에 현저하게 불공정한 계약내용은 효력을 무효화하도록 했다. 이미 국회 이이재 의원이 발의한 건산법 개정안에 대해 적극 협조하겠다는 방침이다.

△공기연장에 따른 비용 증가분 반영

　발주기관 사유로 공기가 연장되면 공공발주기관이 간접비 등 비용 증가분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정부는 당장 제도개선을 결정하기는 어렵겠지만, 연구용역을 통해 간접비 증가분 지급의 필요성과 구체적 정산방식 등을 검토할 계획이며 필요한 경우 총사업비관리지침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소규모 공공공사의 대형업체 입찰 제한

　소규모 공공공사에 대해 대형업체 참여를 제한하고 있지만 토건 업종에만 적용되고 있어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앞으로 토목, 건축, 산업설비, 조경 업종에도 ‘도급하한제’를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불공정하도급센터 운영ㆍ대금지급 확인시스템 구축

　정부는 새로운 제도 보완과 함께 제도의 집행력을 높이는 작업도 빼놓지 않겠다고 밝혔다. 기존 5개 지방국토관리청의 신고센터를 ‘불공정하도급 해소센터’로 개편해 관할지역 현장방문 및 실태조사를 벌이고 온라인 신고체제를 구축해 법 위반업체를 강력히 제재하기로 했다. LHㆍ도공ㆍ수공ㆍ철도시설공단 등 4대 공기업과 전문ㆍ설비ㆍ시설물유지관리협회에도 각각 센터를 설치해 애로사항을 적극 해소하기로 했다. 4대 공기업에는 각종 공사대금 지급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올해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분쟁조정위원회 조정기능 강화

　건설분쟁은 매년 늘고 있는데 소송으로 이를 해결하려면 시간과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보고 분쟁조정위원회 기능을 확대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분쟁당사자가 신청하면 즉시 절차를 개시해 분쟁조정 참여를 의무화하고, 분쟁해결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정의 효력을 ‘당사자간 합의’에서 ‘재판상 화해’로 강화하기로 했다. 분쟁관련 사실조사, 분쟁유형별 조정기준 마련, 조정사례 홍보 등 조정업무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신정운기자 peace@

〈앞선생각 앞선신문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