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건축설계 대가가 현실에 크게 미치지 못해 건축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부실설계를 유발하고 있다는 본보 기획보도 이후 정부와 관련 공기업이 첫 개선대책을 내놓았다.

　총공사비의 1.3% 수준에 불과한 공기업의 공동주택 설계대가를 2.8% 수준으로 높이고 권고사항으로 돼 있는 국토부 대가기준을 의무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자체 운영하고 있는 ‘주택설계용역대가 산정기준’을 국토부 기준에 맞게 개정해 6월 1일 이후 발주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국토부는 권고기준으로 ‘공공발주사업에 대한 건축설계 대가기준’을 마련해놓고 있지만 LH 등 공기업들은 별도의 산정기준을 마련해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운영해왔다.

　가령 총공사비에 일정 요율을 곱해 산정하는 설계대가를 낮추기 위해 총공사비를 축소하거나, 동일 평면이 반복된다는 이유로 요율을 대폭 삭감하는 등 설계자에 불리한 기준을 일방적으로 운영해왔다. 앞서 <건설경제>는 지난 5월 초 이같은 공공건축 설계대가 운영의 문제점을 집중 보도하는 기획 연재기사를 게재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건축의 품격 제고와 설계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공공부문부터 건축설계대가를 제대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관련 제도개선에 나섰다고 밝혔다.

　먼저 공기업의 공동주택 설계대가를 현실화해 현재 총공사비의 1.3% 수준에서 2.8% 수준이 되도록 기준을 개정하고, 장기적으로는 권고사항인 국토부 대가기준을 의무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태화 국토부 건축기획과장은 “LH가 설계대가를 개정함에 따라 SH공사, 경기도시공사 등 다른 공기업들도 설계비 개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며 “건축서비스 산업을 진흥하는 추세와 맞물려 건축 생태계의 건실한 성장에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H 건축설계대가 산정기준 개선안은?

실제 공사예정금액으로 대가 산정…표준 용역기한 설정

유사평면에 조정계수방식 도입…기술제공비율 공제 폐지

　LH공사가 6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주택설계 용역대가 산정기준은 실제 공사예정금액을 반영해 대가를 정하고 유사 평면에 대해 조정계수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먼저 총공사비 산정방식을 개선한다.

　공동주택 설계대가는 총공사비에 일정요율을 곱해 산정하는데 지금은 분양ㆍ임대 구분없이 임대주택표준공사비를 총공사비로 적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실제 공사예정금액을 총공사비로 적용한다는 것이다.

　공동주택 평면의 설계대가 산정방식도 바꾼다.

　지금은 동일한 아파트 평면이 반복 배치되면 ‘반복동률’ 방식으로 대가를 감액하고 있다. 반복동률 방식은 기준이 되는 1개 동의 건물에만 설계비를 100% 지급하고 나머지 동은 동일요율을 반복 적용해 감액하게 된다. LH는 그러나 앞으로는 동일평면 배치를 지양해 다양한 설계를 유도하고 유사평면에 대해서는 ‘조정계수’방식을 도입해 공동설계 요소가 있는 일정 부분만 차감하겠다고 밝혔다.

　설계단계별로 대가 지급비율을 조정한 것도 눈길을 끈다.

　LH공사와 SH공사 등은 계획설계 이후 중간설계 단계에서 설계대가의 33%를, 실시설계 단계에서 67%의 대가를 지급하고 있다. 실시설계는 사업승인 이후 실제 사업이 착수되는 단계인데 이 단계의 대가 지급률이 높다는 것은 사업취소 또는 보류시 설계비를 적게 지급한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이달부터 LH공사는 국토부 고시기준대로 계획설계 이후 20%, 중간설계 이후 30%, 실시설계 이후 50%를 각각 지급할 예정이다.

　개선안에는 기술공제비율 공제를 폐지하는 방안도 담겼다. 지금까지 발주처들은 건축사에게 표준상세도, 시방서 등 기술제공을 한다는 명목으로 총 설계용역비의 10%를 공제해 왔는데 이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표준 설계용역기한을 정한 것도 의미가 크다.

　그동안에는 건축사업이 지연되면 개발계획 변경, 주택 트랜드 변화 등으로 발주자가 건축사에게 사실상 재설계 작업을 시키면서도 용역수행기간을 최장 8년까지 길게 잡아 추가 설계비를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있었다.

　앞으로는 합리적인 표준 설계용역기간을 정해 용역기간 이후 발생하는 과업에 대해서는 적정수준의 별도 대가를 지급하도록 했다. 다만 표준 설계용역기간은 사업지구별 실태조사와 분석 작업을 거쳐 올 연말께 확정될 전망이다.

신정운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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