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초고층빌딩 건설 현장에서 승강기 시공감리 설계가 적법한 절차 없이 변경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승강기 시공감리를 맡은 A기업이 기술검토 없이 무단으로 시방서 설계를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고, 변경사유에 대해서도 ‘적절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부산국제금융센터는 총사업비 9600억원 규모로 2010년 12월 착공을 시작, 2014년 6월 완공 예정이다. A기업은 부산국제금융센터의 승강기 시방서 제작에 참여해 관련기술을 제공하는 동시에 승강기 기술지원 감리도 맡고 있는 컨설팅 전문회사다. 책임감리 현장참여자 업무지침서에 따르면 설계변경을 위해서는 변경된 부분에 대한 성능이나 품질 등 기술검토가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 기술지원감리원은 책임감리원에 이와 관련된 자료를 작성․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기술지원감리를 맡은 A기업이 기술검증이나 절차 없이 설계를 변경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는 최근 전체 건설시공 감리를 맡고 있는 책임감리단 측이 “설계 변경 사실을 몰랐다”고 밝힌 가운데 불거진 문제라 의혹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책임감리단 관계자는 “승강기 관련 설계변경은 컨설팅 업체와 승강기 시공사 측에서 알아서 했기 때문에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내부적으로 조사에 돌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방서 설계변경의 배경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당초 발주 당시 부산국제금융센터 제작시방서 2.1.3.2 항목에는 메인로프는 독일 D사의 특정 제품만을 적용해야 한다고 명기돼 있다. 이는 A기업이 승강기 컨설팅 회사로서 공사 초기부터 설계에 참여해 결정한 사항이다. 그런데 지난해 말 시공과정에서 설계상의 메인로프가 D사 제품에서 스위스의 B사 제품으로 돌연 바뀌었다. 기존 제품이 초고층 실적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A기업 관계자는 “일부 D사 제품의 경우 실적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 B사 제품으로 대체한 것 뿐”이라며 “D사 제품은 분속 360m 이하 승강기에만 설치됐고, 분속 480m 이상은 B사 제품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실적만으로 제품을 변경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로프의 경우 도르래와의 연결 상태가 중요하기 때문에 엘리베이터와 로프, 도르래간의 기술적 연결과 안전성을 모두 검토해야 해야지 단순히 실적만으로 로프의 적합성을 판다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B사 제품 또한 비슷한 높이의 국내 초고층 건물에 적용된 사례가 없고, BIFC에 설치된 엘리베이터와 B사 로프의 연결 적합성에 대한 충분한 기술적 검증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B사 로프를 수입하는 국내 특정 유통업체에 일감 나눠주기가 아니냐는 특혜 의혹까지 일고 있다. 이번 공사와 관련 로프의 총 사업비는 대략 1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2012년 10월까지 D사 제품이었던 시방서가 12월 돌연 B사 제품으로 변경된 것이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다. 더욱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설계를 무단으로 변경했다는 것이 이러한 의혹을 뒷받침하는 것이 아니겠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A기업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A기업 관계자는 “설계변경은 승강기 시공사와 합의하에 이뤄졌고, 당연히 여러 차례 기술검토 작업을 통해 책임감리단의 승인도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본지기자의 자료요청에 “자료는 있지만 확인시켜줄 순 없다”며 기술검토와 관련된 자료 열람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