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원전 고장과 가동중지가 이어지면서 전력수급 비상은 물론, 때 이른 수요관리예산이 지출되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력수급 경보 ‘준비’가 발령된 23일에 이어 24, 25일에도 100만kW 넘게 수요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현재 최대 공급능력은 6500만kW에 불과한데 최대전력은 6100만kW를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원전의 가동중지 영향이 크다. 본래 4~5월은 계획예방정비공사(오버홀)가 집중되는 시기다. 이 시기에는 전력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에 하계피크를 대비해 발전소 유지보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5일 현재 원전 23기 가운데 9기(786만6000kW)가 멈춰 있다. 월성1호기는 수명이 완료돼 수명연장여부가 논의 중이고, 고리1호기도 수명완료를 4년 앞두고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갔다. 울진 4호기와 영광 3호기는 부품결함 등의 이유로 재가동 여부가 6월 이후 결정되고, 신고리 1호기, 울진2호기, 월성2호기는 계획예방정비 중이다. 또 오버홀을 마친 고리4호기와 최근 가동이 중지된 신월성 1호기도 빨라야 내주에나 가동여부가 결정된다. 화력발전소의 경우는 25일 현재 보령7호기, 울산복합3호기, 울산복합 2호기, 일산복합2호기, 하동2호기, 울산4호기, 신인천2호기, 호남1호기, 당진6호기, 영흥3호기 등이 오버홀 중이다. 일부 화력발전소의 경우 오버홀을 계획보다 늦추고 있긴 하지만, 여름철 전력수급은 더 빠듯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를 무한정 연기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결국 값비싼 LNG나 등유 발전소를 가동하거나 수요를 줄여야 하는 입장이다. 전력거래소와 한전은 공장가동을 멈추는 기업에 돈으로 보상해주는 수요 관리를 통해 수요를 줄여나가고 있다. 지난해도 전력부하관리예산에 4000억원 가량을 쏟아 부은 정부는 올해도 38.2%가량 줄어든 2500억원을 배정해 놓고 있지만, 지금 추세라면 7월 전에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