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합동 위기대응팀 꾸려 선제 대응해야

　최근 대형건설사들의 ‘어닝 쇼크’로 불거진 해외수주 손실 문제를 방치하면 해외수주고가 8분의1로 폭감한 1980년대의 실패를 답습할 것이란 경계론이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2일 ‘해외건설 손실 리스크 저감대책 제안’이란 간이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지적했다.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 발표를 계기로 대두된 해외건설 손실 문제는 1차 중동 붐이 일었다가 꺼진 1980년대에 앞서 경험한 바 있다. 1981년부터 3년간 해외수주액은 100억달러를 넘는 호황기를 누렸지만 이들 공사가 완공되기 시작한 1985년부터 급감했고 1988년(16억달러)에는 1981년(136억달러)의 8분의1 미만으로 해외수주액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요인은 갑작스레 급증한 해외수주고, 임금상승·환율변동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 국내 건설사간 과당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 유가안정에 따른 중동 현지 발주조건 악화 등이며 이는 현 상황과 흡사하다는 게 건산연의 분석이다.

　2006년 165억달러로 1981년의 사상 최대 해외수주액을 넘어선 후 2007년(398억달러), 2008년(476억달러), 2009년(491억달러), 2010년(716억달러)까지 5년 연속으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2011년(591억달러), 2012년(649억달러)까지도 해외수주액은 과거 상상하기 힘든 수준으로 불어났다. 최근 어닝 쇼크의 직접적 요인은 2009년부터 급증한 해외공사란 게 건산연의 진단이다.

　이복남 연구위원은 “시공기술 발달로 최근 해외프로젝트 공기가 1980년대(4~5년)보다 1~2년 줄어든 33~36개월인 점을 고려하면 어닝 쇼크는 2010년 전후 폭증한 해외수주 손실의 후유증이 곪아터져 나오는 신호탄으로 봐야 한다”며 “더 큰 문제는 도로, 철도 등 SOC인프라와 주택이 부족해 정부의 국내 건설투자 의지가 확고한 당시와 달리 지금은 해외가 무너지면 기댈 곳조차 마땅치 않은 점”이라고 지적했다.

　손실을 대내외적으로 공표한 대형사들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업체에 버금가는 손실을 겪었지만 은폐하기에 급급하거나 현황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중견·중소건설사들이다. 손실을 묻어둔 채 불거져 터질 때까지 기다리면 외부 지원을 통한 해결이 어렵고 결국 개별기업이 아니라 산업 전반의 문제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건설기업의 생존은 물론 일자리 타격도 불가피하며 최악의 경우 1980년대 전철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건산연의 우려다.

　이복남 위원은 “개별기업 차원의 대응만으로는 역부족이므로 도덕적 해이 우려가 있더라도 정부가 과감히 나서는 수밖에 없다”며 “이번 쇼크의 충격 폭은 결국 정부 차원의 대응 속도와 방법에 달렸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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