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간접자본(SOC) 분야가 새 정부의 첫 추경에서도 찬밥 신세다.

　박근혜 정부가 16일 공개한 민생안정과 경제회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17조3000억원에는 과거와 같은 ‘통 큰’ SOC 투자가 없었다.

　이번 추경안은 규모만 보면 2009년 수퍼추경(28조4000억원)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는 세 번째다. 여기에 국회 동의 없이 가능한 기금 증액 2조원과 이미 증액을 확정한 공공기관 투자 1조원을 합하면 총 20조원이 넘는 ‘준(準) 수퍼급’이다.

　추경은 세출 증가와 세입 감소에 따른 재원 조달 규모를 뜻한다. 이번 추경은 성장률 하락에 따른 12조원의 세입 감소분을 메우고, 경기부양용 세출 확대분 5조3000억원으로 짜여졌다. 실제 시장에서 체감하는 정부 지출 확대규모는 기금 2조원을 합한 7조3000억원이다.

　정부는 이를 △민생 안정 3조원 △중소·수출기업 지원 1조3000억원 △지역경제와 지방재정 지원 3조원 등에 쓰기로 했다. 이 중 SOC 분야는 본예산 편성 당시 24조3000억원보다 7000억원이 늘어 25조원이 됐다. 이번 추경에서 SOC 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은 9.6%에 그친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예산총괄심의관(국장)은 “추경과 기금, 공공투자 등을 모두 포함한 정부의 실제 SOC 지출 증가규모”라며 “신규 사업은 원칙적으로 배제하고 계속 사업 중 올해 준공 가능한 사업 위주로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SOC 투자는 주로 환경·안전 분야에 몰려 있다. 전국적으로 파급효과가 크고 긴요한 도로·철도·댐·항만의 시설 개량 등 안전투자가 1조3514억원에서 1조5957억원으로 늘었다. 위험도로 구조개선(708억원→1352억원), 철도 시설개량(2732억원→3332억원) 등도 추진된다. 재해위험지역 정비, 우수저류시설 설치 등 재해예방투자와 하수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 조기완공에도 각각 1500억원과 2222억원이 추가 투입됐다.

　전문가들은 지난 2009년에 이어 올해 추경도 SOC 분야를 외면했다고 평가한다. 우리 경제의 SOC 적정투자 규모를 GDP 대비 2.80~3.64%로 봤을 때, 적정투자액은 37조1000억~48조3000억원 수준이다. 추경을 합해도 25조원에 불과한 현행 SOC 재정지출과는 격차가 크다.

　재정당국은 이같은 ‘SOC 축소’ 배경으로 건설업의 일자리 창출효과 하락을 제시한다. 방 국장은 “과거엔 추경하면 SOC였지만 요즘엔 달려졌다”며 “건설현장에도 기계 투입이 늘고 외국인력이 급증하면서 고용유발효과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우선 10억원을 투입해 새로 취업할 수 있는 인원을 의미하는 취업유발계수의 경우 건설산업은 2010년 13.7명으로 여전히 제조업보다 높다. 새 정부가 ‘창조경제’ 산업으로 지목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6.6명과 비교해도 훨등히 앞선다. 기계화, 자동화 등에 따라 취업유발계수가 하락하는 수준도 타 산업보다 더디다. 건설의 경우 1995년 17.5명에서 2000년 17.0명, 2005년 16.6명으로 연착륙하는 동안 대표적인 일자리산업인 서비스업은 29.5명→21.5명→18.4명으로 급락세를 기록했다.

　외국인력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1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심규범 건설산업연구원 건설산업연구실장은 “약 175만명의 건설업 취업자 중 현장의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기능인력이 약 126만명이고 이 중 외국인은 16만명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은 저임금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려는 타 산업과도 차별화된다.

　심 실장은 “새 정부가 추구하는 사회 역시 친환경 시설, 노후화된 사회간접자본의 보수, 소외계층의 복지 시설, 주거복지 시설 확충 등 적정 수준의 투자를 통해 건설할 수 있다”며 “정부의 의지대로 일자리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건설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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