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한상공회의소가 매출액 상위 7개 건설사의 인재상을 조사한 결과, 도덕성·주인의식(각 85.7%)이 1위였다. 도전정신도 공동 1위였지만 2008년 조사(단독 1위) 때보다 위상이 추락했다. 2008년 조사 때 50% 지지로 3위에 오른 열정도 이번에 7위(28.6%)로 급락했다.

　#2. 최근 열린 대한건설협회 산하 중소건설업육성위원회 회의에서는 성접대 동영상 사건, 관급공사 해킹사건으로 인한 이미지 추락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 중소건설사 대표는 “사람들을 만나 명함을 내밀기 창피할 정도다. 문제 업체를 아예 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3. 부산 T건설 K대표의 4대강 공사 비자금 의혹이 일파만파다. K대표가 부산 전문업계를 대표하는 전문건설협회 부산시회장이었던 탓에 후유증은 더 크다. 전문업계 관계자는 “국토교통부 장관 간담회에서도 제기된 문제인데, 곤혹스러울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과거 고도성장기에 ‘노가다 정신’으로 통했던 도전정신과 열정 중심의 건설업 패러다임이 윤리·주인의식 쪽으로 급변하고 있다.

　대형건설사의 변화는 상의가 15일 발표한 10대 건설사 7곳의 인재상 설문에서 뚜렷하다. 2008년에 4위와 8위에 그친 도덕성(50.0%)과 주인의식(12.5%)이 이번 조사에서 1위로 치솟았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도덕적 의무를 다하는 인재를 최우선으로 꼽았고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도 윤리규범을 준수하는 인재와 바른 마음자세로 윤리경영을 실천하는 인재를 각각 선호했다. 이에 더해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진 인재에 대한 선호도도 높았다.

　건설경기 장기침체와 잇따른 담합사건 아래 국민적 신뢰가 무너진 대형건설사들의 인재상이 윤리규범을 준수하고 주인의식을 바탕으로 회사에 헌신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대형사의 한 관계자는 “도전정신이나 창의력을 갖춘 인재가 제 역량을 발휘하려면 이를 수용할 환경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건설산업 여건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주인의식을 갖고 성실히 일하면서 윤리의식까지 갖춘 인재를 선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소건설업계 대표들이 핵심 위원으로 활동하는 건협의 중소건설업육성위에서 윤리가 화두로 떠오른 것도 같은 이유다.

　이날 참석자들은 “지난 1년간 이미지 개선을 위해 공을 들였는데, 한 순간에 무너졌다”며 “이런 건설사들은 아예 업계에 발을 못 붙이도록 협회 차원에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협도 이런 여론을 고려해 이른 시일 내에 윤리위원회 회의를 소집해 제재 및 예방책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경제민주화 바람 아래 건설산업의 피해자이자, 보호 대상으로 인식된 전문업계도 T사 사건에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특히 T건설 대표가 전직 대통령과의 인연을 무기로 177.5%의 하도급률로 공사를 땄다는 의혹과 T사 사례가 지난 9일 서승환 장관 간담회 때 해외하도급의 대표 피해 사례로 지목된 점이 부담이다. 간담회 때 업계 지적에 고개를 끄덕였던 서 장관마저 15일 국회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감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전문업계 관계자는 “진실 규명이 우선이지만 드러난 의혹 등으로 볼 때 T사와 같은 사례를 근절할 범업계 차원의 대안이 필요하며 이번 사례를 우리 전문업계가 자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국진기자 권해석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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