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부족난보다 수익성 악화가 더 문제

　작년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상장 중대형건설사들의 순익률마저 외환위기 후 최저치로 추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설경기 선행지수인 건설수주액마저 작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무려 6개월 연속으로 전년동월 대비 두자릿 수의 감소율을 지속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해양부가 지난 12일 박기풍 차관 주재로 개최한 ‘건설시장 동향점검 대책반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건설경기 침체 수준이 정부와 업계 당초 인식과 달리 심각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이날 새롭게 제시된 통계지수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상장건설사들의 작년 말 기준 매출액세전순이익률로 0.2%에 그쳤다. 상장사 순이익률은 2009년 3.0%, 2010년 4.7%, 2011년 3.0%였고 작년 상반기와 3분기만 해도 각각 2.0%와 2.4% 선을 유지했다. 그러나 작년 연간으로 소숫점 한자리 수로 추락했고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직후를 빼면 처음이란 게 참석 단체의 분석이다.

　상장사들의 건설영업 실적을 반영하는 매출액영업이익률도 건설경기 장기침체 아래에서도 5~6%선을 유지(2009년 5.8%, 2010년 6.2%, 2011년 5.9%)했지만 작년 2.7%로 반토막났다.

　워크아웃·법정관리에 진입한 중견건설사들의 경영지표가 채권기관 등의 지원 아래 실제 수치보다 좋게 포장되는 점까지 고려하면 경영위기 건설사뿐 아니라 견실한 것으로 인식된 중대형사들의 수익성 악화세도 심각한 점을 보여준다는 게 한 참석자의 설명이다.

　건설보증기관들의 대지급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날 참석한 공제조합의 이사장들은 종합·전문·설비 등 업종을 초월한 건설사들의 무더기 부실로 대지급 손실이 급증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이 없는 한 공제조합의 부실화가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설연구기관들이 제시한 지표도 충격적이다. 작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국내 건설수주액이 무려 6개월 연속으로 전년동월 대비 두자릿수 감소율을 이었고 건설투자 역시 3년째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갔다.

　특히 선행지수인 국내 건설수주액을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한 불변금액으로 환산하면 작년 73조9000억원으로 1999년(67조5000억원) 이후 13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급감한 건설수주는 결국 올해 건설업계의 기성액, 즉 현금흐름에 치명타를 입힐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됐다.

　더 큰 문제는 올해 건설선행지표인 수주액 전망도 어둡다는 점이다.

　연구기관들이 이날 전망한 올해 국내 건설수주액은 100조원대 중반으로 예상됐다. 건설투자 역시 작년 기저효과까지 고려해도 1%대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참석자들은 주택 등 민간부문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한 특단책이 없이는 건설경기 추락세를 멈출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4·1부동산대책의 조속한 시행과 획기적인 추경 편성이 병행돼도 건설경기 반등은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물량 감소에 더해 최저가낙찰제, 실적공사비 제도, 건설현장 간접비, 발주기관의 ‘후려치기’식 계약심사 관행 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참석한 해외건설협회는 이런 저가발주로 인한 손실 가중은 국내 공사는 물론 해외 공사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단적인 것이 최근 불거진 GS건설 사례이며 다른 대형사들 역시 ‘오십보 백보’ 수준일 뿐 수익률 저하로 인한 손실 가중은 마찬가지란 설명이다.

　이런 지적들에 대해 박기풍 차관은 “건설업계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정부 역시 공감하고 있지만 국민들을 설득하면서도 이를 견인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어 고민”이라며 “이번 회의를 시작으로 출범할 TF가 이런 아이디어를 모으는 구심적 역할을 하도록 도와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 참석자는 “20~30년의 현장경험을 축적한 건설업계 사장 및 임원진들마저 이런 침체 상황은 처음이라고 하소연할 정도였다”며 “실상 업계나 연구기관들의 경기견인 아이디어는 수십차례, 아니 수백차례 전달했지만 정부 역시 선뜻 받아들이지 않은 점이 문제이며 특히 악화된 재정상황을 타개할 민간투자 견인책의 경우 아쉬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날 첫 회의는 국토부 차관 주재로 건설산업연구원·건설정책연구원·건설산업정보센터 등 연구기관장, 건설공제조합·전문건설공제조합·설비건설공제조합 등 이사장, 대한건설협회·전문건설협회·설비건설협회·해외건설협회 부회장, 건설업계 CEO 8명을 주축으로 이날 신설됐고 향후 건설시장 동향을 파악해 전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김국진기자 jinny@

〈앞선생각 앞선신문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