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후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날’이 동시다발적으로 전업종을 겨누고 있다.

　위원장 공석상태가 45일 넘게 지속되고 있지만 공정위 조사만큼은 건설, 시멘트, 수입차, 아웃도어, 편의점, 의료기기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매일 한 개 회사꼴로 쉴새없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기사 00면>

　10일 공정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9일과 10일 이틀간 쌍용양회 등 7개 시멘트 제조업체를 상대로 가격 담합 여부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지난 2월 시멘트업계가 레미콘 업체들과 건설사에 시멘트 가격의 9~10% 인상을 통보한 것과 관련해 가격 담합 의혹을 조사한 것이다. t당 시멘트 가격은 2011년 6월 6만7500원에서 작년 2월 7만3600원으로 오른 데 이어 이번에 8만100∼8만1600원으로 인상됐다. 이번 조사는 시멘트 가격 인상에 반발한 레미콘업계가 담합 의혹을 제기한 데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에는 모두 20여명의 공정위 조사관들이 파견됐다. 카르텔조사국 조사인력이 총동원됐고 다른 국에서 일부 인력 지원을 받았다. 7개 업체를 한꺼번에 조사하려다보니 자체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고 일어나면 어느새 공정위 조사관들이 새로운 업종을 조사하고 있는 것 같다”며 “업종과 형태 구분없이 전방위적인 융단폭격이 새 정부 들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본지가 박근혜 정부 출범(2월25일) 후 공정위 조사현황을 파악한 결과 지난 45일 간 공정위가 조사한 기업체 수가 최소 4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거의 하루에 한 개꼴로 공정위의 기업 조사가 이뤄진 셈이다.

　업종과 행태 구분도 없었다. 2월에는 BMW코리아 등 수입차업계의 부품단가 등 불공정거래를 조사했고, 이어 노스페이스 등 아웃도어업계의 가격 담합을 뒤졌다. 3월에는 ‘자영업자의 무덤’으로 불리며 가맹점주 부도사태가 잇따른 편의점업계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였다. 이어 의료기기 리베이트와 스포츠업체의 가격에도 칼날을 들이댔다.

　3월27일부터 4월5일까지는 4대강살리기사업과 관련해 13개 건설사를 상대로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4대강 2차 턴키를 대상으로 시작된 조사는 총인시설과 댐 및 저수지 둑 높이기 턴키로 대상이 대폭 확대됐다.

　일각에선 ‘창조경제’와 함께 새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경제민주화’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위해 청와대 주도로 공정위 조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공정위는 현재 정재찬 부위원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장도 없는 공정위가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일사천리로 움직인다는 게 놀랍다”며 “새 정부가 집권 초기에 경제민주화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고, 공정위 조사에서 이미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권도 측면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 9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하도급법을 의결한데 이어 오는 17일에는 하도급법과 함께 ‘경제민주화 3대 법안’으로 불리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가맹사업거래 공정화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태형기자 kth@

〈앞선생각 앞선신문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