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원전에서 북경남 변전소까지 잇는 밀양 765kV 송전철탑 공사가 1년 넘게 중단됐다. 전체선로 90.5km, 철탑 161기를 건설하기로 돼 있던 철탑공사는 밀양시 4개면 지역에서 주민들의 반대로 중단된 상태다. 남아있는 철탑은 52기. 중단된 이유는 단순하다. 밀양시 4개면 주민들이 ‘우리 마을로는 절대 철탑이 지나갈 수 없다’ 고 반대해서다. 송전철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해당구간의 지중화 또는 백지화를 요구한다. 그동안 한전은 송전철탑 건설공사를 하면서 많은 민원에 부딪혔지만, 이번에는 뾰족한 해결방안이 없어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밀양송전탑 문제는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지역주민과 사업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이슈로 부상한 상태다. 신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북경남 변전소까지 잇는 밀양 765㎸ 송전철탑 공사는 영남지역의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지난 2007년 11월 사업승인을 받고 본격 착공에 들어갔다. 한전에 따르면 영남지역은 만성적인 전력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현재 150만kW 가량의 전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사업이 지연될 경우 당장 영남지역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당초 준공 목표는 2010년 12월 이었지만, 올 연말로 조정된 상태다. 사실 올 연말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고리 3호기에서 생산한 전기부터 북경남 765kV 송전선로를 통해 공급해야 한다. 140만kW 용량의 신고리 3호기는 올 7월 28일 시운전을 거쳐 12월 31일 상업운전을 계획하고 있다. 신고리 4호기는 2014년 9월 상업운전에 들어갈 계획이다. 전력당국은 당장 민원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신고리 3호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어떻게 공급해야 될지 고민을 해야 한다. 한전 및 송전건설업체에 따르면 현재 남아있는 52기의 철탑공사는 모든 조건이 구비된 상태에서 최소 8개월의 공기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당장 민원이 해결돼 공사가 시작돼도 신고리 3호기가 상업운전에 들어갈 예정인 12월까지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한전에 따르면 신고리 3호기에서 전기를 생산하지 못할 경우 하루 47억원 가량의 손실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어쩔 수 없이 인근 345kV 송전선로를 통해 우회 송전을 할 경우에도 막대한 손실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경제적 손실은 불가피해 보인다. 전력계통을 총괄하는 전력거래소는 밀양 송전탑 건설이 지연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북경남~신고리 구간 765kV송전 계획은 변경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한전은 북경남-신고리 765㎸ 송전선로 미개통시에 대비해 전력수송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송전선로만으로 신고리 4호기의 운전은 전혀 불가능하고, 3호기의 경우도 물리적으로 가능은 하지만 현행 전력계통 신뢰도고시에 저촉된다”며 “전력거래소는 신고리 3호기 운전시 과부하 또는 계통 불안정 발생여부에 대해서 기술적 검토를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현행 전력계통 신뢰도고시에서는 평상시에는 이상이 없어도 1회선이 끊어졌을 때 대체할 수 있는 송전선로가 없을 경우 고장파급효과를 이유로 운전을 금지하고 있다. 주민요구 백지화·지중화는 물리적으로 힘들어 건설 비용 눈덩이…공사기간도 12년 이상 걸려 철탑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사업 백지화 및 지중화를 요구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김제남 의원(진보정의당)과 조경태 의원(민주통합당)도 같은 주장이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와 같이 국토가 좁은 곳은 전력계통 신뢰도를 위해서 345kV가 적합한데, 한전이 경제성을 이유로 765kV를 계속 추진해 밀양 송전탑문제가 발생했다” 고 주장한다. 김 의원은 밀양구간 345kV 지중화 방안으로 신고리~신온산 345kV과 신고리~신양산(동부산) 345kV의 신설노선, 울산~함양간 고속도로를 이용한 지중화 노선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는 주장이 많다. 일단 공사가 중단된 밀양 4개면 지역에 대해 지중화를 할 경우 막대한 비용과 공사기간이 문제다. 현재 765kV 지중케이블은 개발이 안 됐다. 해당 구간만 345kV 지중으로 건설을 해야한다. 한전에 따르면 “해당 구간을 지중화 할 경우 약 2조 7000억원의 비용이 예상되며, 공사기간도 설계·인허가를 제외하더라고 12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전력계통 관계자는 “해당 구간 37km를 345kV 지중으로 건설 할 경우 전압을 맞추기 위해 765kV변전소 2개를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며 “때문에 비용도 문제지만, 공사기간은 장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공사기간이 길어지면 전력수급에도 큰 문제가 생긴다. 당초 내년 9월 준공 예정인 신고리 4호기 부터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기존 전력계통이 포화된 상태에서 전력공급은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고리지역에는 기존 원전 4기외에 신고리 1~6호기가 전력생산에 들어갔거나, 건설중에 있다. 또 7,8호기는 전력수급계획에 반영돼 건설을 준비 중이다. 한전은 이른 시간내 송전선로 건설을 시작하기 위해 지역주민들과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특별대책본부를 발족해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지역지원사업비 증액 및 마을별 숙원사업 지원 대책을 제시한 상태다. 민주통합당 조경태 의원의 주선으로 한전과 주민들이 ‘대화의 장’ 을 마련해 3차례의 대화를 했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상황이다. 해당 지역 주민가운데 일부는 송전탑 문제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주민간에 반목과 분쟁이 증폭되는 만큼 협상을 통한 원만한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국회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 활동에 들어갔다. 국회에서도 관심을 갖고 송·변전설비 인근지역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고 판단, 지난해 말 민주통합당 김관영 의원의 대표 발의로 ‘송변전시설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 김관영 의원(민주통합당 전북군산)은 “국민들의 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예전과 달리 상당히 높아졌는데, 보상은 30년 전에 만들어진 기준으로 하고 있다”며 “송전선로의 경우 선하지를 보상할 때 지가 하락에 대한 부분까지 고려해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조성경 명지대 교수 “민원에 발목 잡힌 전력설비 국가가 나서 공감대 얻어야” 밀양 송전탑 건설문제를 포함해 전력산업이 원활히 추진되는 것이 힘들어 졌다. 현재 밀양송전탑 문제 때문에 묻혀 있을 뿐이지 전력설비가 들어서는 곳은 전국이 민원의 현장으로 보면 된다. 전력수요는 매년 급증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력설비가 제때 건설되지 않아 전력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이는 지역적 문제가 아닌 국가적 문제로 파급된다. 조성경 명지대 교수는 “전력문제가 정책차원의 문제로 인식이 되면 민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민원이 아니라 함께 풀어야 할 고민의 대상이 되려면 국민들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리고 생각을 보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특히 “전력설비 건설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원이 정당한 것인지 혹은 다소 지엽적 이해 관계에 의한 것인지 등을 판단하고 상황에 맞는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 원칙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하며, 법제화를 통해 보다 명확히 해야 합니다. 관련법은 원칙 뿐 아니라 민원의 성격에 따른 해결방식 즉 절차도 규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조 교수는 “현재 전원개발촉진법과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 이와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재된 갈등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국민의 의견과 정서를 반영해 원칙을 세우고, 공감대를 형성한 후 법률을 검토하고 필요하면 개정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