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일로 예정된 존 케리 미 국무장관 방한 이후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둘러싼 제6차 본협상이 재개될 전망이다. 지난해 2월 이후 1년여 만에 열리는 이번 본협상에서 양국이 입장차를 좁힐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은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권한을 보장받겠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핵 확산을 우려해 이를 반대하고 있어 협상 결과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 동의 없이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불가 한미 원자력협정의 정식명칭은 ‘원자력의 민간 이용에 관한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의 협력을 위한 협정’으로, 모두 15개 조문으로 구성됐다. 핵연료 활용과 관련한 사항은 제8조와 제10조에 포함돼 있다. 세부조항을 보면 제8조 C항에 ‘미국이 제공한 핵물질 재처리는 양 당사자가 공동으로 결정 및 수락하는 시설 내에서 재처리 또는 변형을 하도록 되어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 동조 E항에 따르면 ‘양도된 물질을 사용한 후 생산된 특수 핵물질의 이전이 가능한 경우는 미국과 적절한 협력협정을 보유하고 있거나, 양 당사자(미국과 한국)가 수락할 수 있는 안전 조치 하에서 동 특수핵물질을 평화적 목적으로 사용할 것을 보장하는 경우로 되어 있다’고 돼 있다. 제10조 3항도 양도된 장비와 장치, 그리고 물질은 미국이 동의하지 않는 한 제3자에게 양도될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조항에 따라 한국은 미국의 동의 없이 우라늄의 농축이나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없게 돼 있다. ◆협상의 주요쟁점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에서 가장 큰 쟁점은 한국에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권한을 주느냐 여부다. 한국은 현재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고 상황으로 볼 때 2016년 고리원전부터 순차적으로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다.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해서는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시설 확보가 필요하다는 게 국내 원자력계의 주장이다. 협정 개정을 통해 핵재처리가 가능하게 되면, 임시저장중인 사용후핵연료를 재사용할 수 있게 돼 저장고 포화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국은 우라늄 농축 권한을 확보해 가동중인 23기 원전에 안정적으로 핵연료를 공급하길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핵 비확산 원칙을 들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부분에 대해 미국 정부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현행 시스템을 유지하길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이번에 협정이 개정되지 않으면 산업계에 당면한 다급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없게 된다”며 “전망은 불투명하지만 산업계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외교 측면에서 총력을 모으면 희망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