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키 설계보다 가격배점 늘려야 로비·과잉설계 예방

　턴키 비리 및 담합을 근절하기 위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정부에 설계평가 배심원제와 평가위원 포상제 도입을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DI는 지난 1월 재정부에 이런 내용의 ‘턴키입찰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를 납품한 것으로 나타났다.

　KDI가 지목한 턴키제 문제점은 대형사의 독과점적 지위, 사업자간 담합, 기술분야 과잉설계 및 로비, 그리고 외국과 다른 정책 목표(외국-발주기관 관리부담 감소·공기단축 목표, 국내-설계기술력 향상)다.

　KDI가 152개 고속도로 공사를 분석한 결과, 시공능력평가액 상위 10대 건설사의 낙찰 비중이 평균 34.9%였다. 그러나 턴키공사의 10대사 비중은 81.8%(11건 중 9건), 대안은 100%(5건 전체)에 달했다. 반면 최저가공사의 10대사 낙찰 비중은 18.4%, 적격심사 공사도 41.7%에 머물렀다.

　대형사 독과점 원인으로 기술력 차이, 설계비용 부담, 심사위원 로비를 꼽았다. 담합은 낙찰률을 높이는 가격담합과 설계용역 태만 등의 들러리입찰 담합으로 나눴고 무엇보다 자진신고자 감면제의 적극적 활용을 주문했다.

　KDI는 특히 과잉설계로 인한 낭비와 로비를 근절할 방안으로 현행 입찰심의 이원화를 제안했다. 수요기관, 외부전문가, 건설 관련 대학원생을 중심으로 한 배심원을 꾸린 후 평가를 이중으로 시행, 합산하자는 주장이다. 평가배점은 기술위원 평가단 40%, 수요처·전문가·배심원 평가단 60%로 나누되 국토교통부가 운용 중인 온라인 심의제와 접목할 것을 제언했다.

　입찰업체의 평가위원 로비를 차단하기 위한 원인자 부담 평가위원 포상금제 신설도 주문했다. 입찰참여 업체가 심의위원을 대상으로 로비를 시도하면 해당 위원이 이를 신고토록 한 후 담합사의 과징금 등으로 해당 위원에 포상금을 주는 방법이다. 녹취자료 제출, 녹화영상 및 사진 제출, 금품제공 증거 제출 등 3가지로 나눠 포상금을 차별화한 운용방법도 제시했다.

　반면 서울시와 같은 턴키제 중단 등 극단적 선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도 분명히 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오히려 턴키적용 대상을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형화된 사업의 공기단축에 중점 활용하는 외국 턴키와 달리 국내에서는 업계의 설계기술력 향상에 집착해 신규 복합공종 위주로 운용하는 차이란 게 KDI의 견해다. 오히려 중소 규모 공사의 공기단축에 턴키를 적극 활용할 것을 조언했다.

　총사업비 관리대상 도로공사 661건을 토대로 한 KDI의 분석 결과, 시공 과정의 총사업비 조정 등 공사비 변동률을 반영한 교정낙찰률은 턴키 87~87.8%(원 낙찰률 87%), 대안 83~83.8%(원 낙찰률 83%)로 큰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낙찰률이 63~64%인 최저가공사의 교정낙찰률은 80.6~81.8%로 치솟았고 75~78%인 적심공사의 교정낙찰률은 무려 95.9~99.7%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KDI는 나아가 설계 배점을 줄이고 가격 배점을 늘려야 담합, 과잉설계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국토부를 중심으로 논의되는 설계보상비 상향조정은 중견·중소기업 참여는 늘릴 수 있지만 자칫 부실제안서를 제출한 후 보상비만 타려는 얌체업체를 양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건설단체의 한 관계자는 “재정부의 용역 목표가 턴키제의 합리적 개선안을 찾는 것이고 용역 평가 때 턴키입찰제 개선방향에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데다 용역을 제출할 당시의 KDI 원장이 바로 현 재정부 장관이란 점까지 고려하면 시기가 문제일 뿐, 법제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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