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경기도 성남의 태평동 새벽인력시장을 찾아 건설근로자들을 격려했던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번에는 하도급 전문ㆍ설비건설업계 경영자들을 만난다. 역대 국토 장관들이 종합건설업계, 전문건설업계, 건설근로자를 순차적으로 만나며 현장 분위기를 파악한 것과 순서가 달라 이채롭다.

　4일 국토교통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승환 장관은 오는 9일께 서울의 한 행사장에서 전문ㆍ설비건설업계 경영자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간담회에는 서 장관과 건설정책관, 기술안전정책관, 건설경제과장 등이 참석하며 업계에서는 표재석 전문건설협회장, 정해돈 설비건설협회장을 비롯해 전문ㆍ설비업계 대표 10여 명이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전문ㆍ설비업계는 실적공사비 폐지와 표준품셈 합리화,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제도 실효성 제고, 하도급 불공정행위 근절, 주계약자 공동도급 활성화 등을 건의하고 기타 경영애로 사항을 장관에게 토로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제민주화와 상생ㆍ공생발전을 강조하는 신임 장관이 먼저 현장근로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한 뒤 이번에는 하도급 건설업계 현황을 살펴보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며 “종합ㆍ대형 건설업계와의 회동은 조금 뒤로 기약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서 장관은 인사청문회와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건설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도급과 하도급, 장비대여업자, 노동자 등 이질적인 집단이 혼재해 있는 양상이어서 다른 산업과는 다른 관행을 갖고 있다. 다양한 계층과 기업ㆍ노동자 모두가 노력한 만큼 정당한 대우를 받고 불공정하게 취급받지 않는 게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강조해왔다.

　‘근로자 → 전문설비 → 종합’으로 이어지는 서 장관 행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후 행보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박 대통령은 당선 이후 가장 먼저 중소기업청, 상의를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는 등 중소기업 지원 의지를 여러차례 확인시켜왔다.

　이런 분위기를 바라보는 종합 건설업계는 담담한 표정 속에 불안을 감춘 모습이다.

　종합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정과제에 분리발주 법제화 등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정책이 담겨 있다. 대통령과 장관의 행보를 살펴볼 때 종합 건설업체들을 모두 부도덕한 대기업으로 판단하고 있지 않나 하는 걱정도 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만1500여 종합건설사 가운데 90%는 중소기업이고 왠만한 전문업체보다 영세한 종합건설사도 수두룩하다”며 “중소 종합건설사는 보호받을 중소기업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고 푸념했다.

신정운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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