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학회 100분 토론>

　“외국에서는 토목공학을 전공하면 ‘엔지니어’로 존경받지만 국내에서는 ‘양아치’로 통한다. 토목공학과 학생들이 너무 공부를 안 한다. 교육프로그램도 시대 흐름에 맞춰 수술해야 한다.(박주양 대한상하수도학회장)”

　“저도 토목공학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지만 교과목을 보면 제가 35년 전 공부하던 시절과 거의 바뀐 게 없다. 산·학·연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지 않으면 건설산업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한상훈 한국콘크리트학회 부회장)”

　“작년부터 17억여원을 투입해 건설산업 이미지 개선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최근 터진 ‘건설업자’의 성접대 동영상 사건 하나로 물거품이 됐다. 이미지를 만드는 건설인 자체가 변해야 한다.(임경국 건설공제조합 전무)”

　대한토목학회가 지난 29일 토목관련 단체장들을 초청해 시행한 ‘100분 토론’에서 나온 지적들이다. 당초 이날 주제는 건설산업의 신시장 개척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건설산업 이미지 향상 방안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산업 이미지 쇄신의 중요성만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박상규 대한건설협회 부회장은 “정부, 정치권과의 대관업무 때 늘 느끼는 것은 건설·토목에 대한 ‘안티(anti)’가 너무 많다는 것”이라며 “국민과 정치권을 설득하지 않는 한, 아무리 건설투자 확대를 요구해도 ‘건설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는데, 뭘 더 해야 하나’란 반론에 막힌다. 건설산업의 품격을 확보해야 건설투자 확대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시장은 줄어드는 반면 토목공학과는 학교마다 다 있다. 토목공학과의 구조조정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건연 한국수자원학회장은 “기존의 접근법에서 과감히 탈피한 진일보한 대안이 시급하다”며 “국민과 함께 할 수 있어야 건설투자를 살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범건설업이 긴밀히 공조해 로드맵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흥수 건설산업연구원장도 “이미지 개선 노력이 못 생긴 얼굴에 화장만 하는 격이 되지 않으려면 건설인들이 단지 억울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건설산업 외부의 국민, 정부, 정치권의 눈높이에 맞게 스스로 실질적인 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훈 부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의사가 존경받는 이유는 생명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지만 그들이 살리는 생명은 한번에 1명뿐”이라며 “반면 토목인들은 구조물 하나를 통해 수십·수백·수천 명의 인명을 좌우하며 무엇보다 우리 건설인 스스로 자긍심을 갖고 국민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겠다는 사명감으로 무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종성 대한토목학회장은 “10년 전에 일본의 NHK에서 하이테크 특집방송을 했는데, 마지막 회에서 공개한 설문 결과 가장 선호하는 엔지니어로 토목기술자가 꼽혔다”며 “이런 사례처럼 급변하는 토목 환경 아래 토목인, 건설인들의 보다 적극적인 변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국진기자 jin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