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 창구 긍정평가 불구···직원 상실감도

　새 정부의 장·차관 인사가 일단락되면서 임명직 건설단체 및 부단체장 인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에 소속된 18개 건설단체에서만 올해 상반기 6명의 단체·부단체장을 선임하고 한국시설물유지관리협회 등 건단련 이외 단체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속칭 ‘낙하산 인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무엇보다 임원 승진의 길이 아예 막힌 일부 단체 직원들의 상실감이 크다. 다른 한편에선 법령조항 하나에 업계 운명이 갈리는 건설단체의 ‘필요악’이며 일부 인사는 탁월한 성과와 리더쉽으로 존경을 받는 사례도 많다는 반론도 상당하다.

　/건단련 소속 임명직 단체·부단체장만 22명

　26일 건설단체들에 따르면 건단련 산하 18개 단체 중 단체장과 부단체장이 임명직인 곳은 각각 5곳과 17곳이다.

　18개 단체의 부단체장 이상급 22개 자리에 공무원 출신이 올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건설경영협회 부회장,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 최근 부회장직을 만든 시설물유지관리협회 등 건단련 비회원 단체까지 합치면 단체·부단체장 자리만 30개를 웃돈다. 전문건설공제조합 산하 기술교육원(임태모 원장), 대한건설협회 산하 건설기술교육원(김돈수 원장), 그리고 상당수 협회들이 공무원 출신으로 채우는 본부장급 임원까지 더하면 그 수는 더욱 불어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타결되고 장·차관 인사청문도 막바지에 이르면서 건설단체들마다 퇴직대상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물밑 영입전이 한창이다.

　올해 상반기 임기가 끝나는 건단련 소속 단체·부단체장만 6명이다. 설비건설공제조합 이사장, 건협·전문협 부회장의 임기가 2월말에 끝났고 3월말에는 대한주택건설협회 부회장, 4월과 6월에는 건축사협회와 감리협회 부회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건단련 비회원 단체 중에는 한건협 부회장 임기가 4월에 끝나고 시설물유지관리협회는 부회장직을 새로 만들어 퇴직대상 공무원을 대상으로 적임자를 찾고 있다. 건설기술교육원장 임기도 이달 말 끝난다.

　임원급으로 범위를 넓히면 정부 몫의 전문협 건설정책본부장이 지난 18일 이미 선임됐다. 전임자가 상근 부회장으로 선출된 건설기술인협회의 사업본부장 자리도 공석이다.

　/국토교통부 출신 인사가 싹쓸이

　건설관련 법령에 설립근거를 둔 건설단체 특성상 단체·부단체장 자리는 사실상 국토교통부 출신들이 독점하고 있다.

　건단련 소속 5개 임명직 단체장 자리만 해도 전문건설공제조합(서울시 출신), 건설근로자공제회(청와대 출신)를 뺀 3곳이 국토부 OB 출신들로 채워졌다. 그마저 2개 기관의 전직 기관장들 역시 국토부 출신이었지만 부처간 자리싸움 과정에서 다른 쪽에서 내려온 경우다.

　건단련 소속 18개 부단체장 자리도 공석 중인 2곳을 뺀 16곳 중 9곳이 국토부 출신이다. 선출직이긴 하지만 건설기술인협회의 부회장까지 합치면 10곳(62.5%)을 차지한다. 옛 지식경제부·외교부·고용노동부(각 1곳), 정치인(1곳)까지 합치면 공직 출신 부단체장이 10명 중 9명꼴인 87.5%다. 반면 내부 승진(설비건설공제조합)과 협회 주인격인 건설사 출신(대한주택건설협회) 부단체장은 각각 1곳뿐이다.

　건설단체 직원들로선 수십년간 헌신해도 오르기 힘든 자리를 공무원 출신이란 배경만으로 꿰차는 속칭 ‘낙하산 인사’란 비판이 당연하다.

　건설단체의 한 관계자는 “단체별 차이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7급이나 5급에서 시작해 임원까지 가려면 수십 년이 걸려도 힘들다”며 “일부 단체들의 경우 부회장직은 물론 소수의 임원 자리마저 모두 정부 인사로만 채우면서 직원들이 느끼는 상실감이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건설기술인협회가 대표적 사례로 지목된다. 내부 직원용 임원 자리가 없는 곳은 일부 중소 단체들뿐이지만 기술인협회는 임직원 166명의 거대 단체임에도 불구, 본부장급 2개 임원 자리를 국토부 출신으로만 채우고 있는 탓이다.

　나머지 직원들은 입사 때부터 스스로의 한계를 그어 버리는 처지다. 이에 더해 지난 25일 총회에서는 국토부 출신의 전 사업본부장이 토목분회 및 협회상근 부회장으로 선출되고 국토부 출신 상임감사까지 영입하면서 상근직 임원 자리 4개를 고스란히 국토부에 넘겼다.

　/투명한 정책·산업관행 정착만이 해법

　정부의 관할 법령에 설립 근거를 둔 건설단체로선 공직 출신 인사 영입은 ‘필요악’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정부부처끼리 자리싸움을 벌여 단체의 위상을 추락시킨 건설근로자공제회나 ‘직장인의 꽃’으로 불리는 임원 승진의 꿈을 아예 막아버린 기술인협회와 같은 사례는 정부 역시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물론 일부 일부 공직출신자들은 수십년간 축적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내부 임직원 중 누구도 하기 힘든 성과를 일궈내는 등 긍정적 효과도 크다. 실제 최근 임기가 끝난 몇몇 부단체장들은 탁월한 업무 성과와 합리적 일처리 덕분에 임직원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고 건설업계 출신의 해당 단체장이 직접 나서 국토부에 임기 연장을 역제안했을 정도다.

　다른 건설단체의 관계자는 “법관과 같은 전관예우 수준은 아니더라도 건설산업기본법 등의 정부 법령에 설립 근거를 둔 건설단체로선 낙하산 인사의 역할이 절대적인 사례도 허다하다”며 “그 이면에는 정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건설산업 자체의 취약성과 정부의 규제 위주 행정이 자리하며 민관이 합심해 시장원리에 충실한 투명한 정책 및 산업관행을 정착시켜야 바꿔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슈퍼 갑’으로 불리는 정부, 발주기관의 우월적 지위를 수술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특단책과 건설업계 스스로의 자정노력이 어우러져야 건설단체는 물론 민간건설기업들에까지 만연한 낙하산 인사를 악용한 불공정 경쟁과 이로 인한 건설이미지 추락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소속 임명직 단체장·부단체장 임기현황>

　◇단체장(임명직 5곳)-대한설비건설공제조합 김명국 이사장(2월말, 국토교통부), 건설공제조합 정완대 이사장(2014년 11월7일, 국토부),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종상 이사장(2014년 11월11일, 서울시), 해외건설협회 최재덕 회장(2015년 2월말, 국토부),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진규 이사장(2016년 1월17일, 청와대)

　◇부단체장(임명직 17곳, 기술인협회는 선출직)-대한전문건설협회 류영창 부회장(2월말, 국토부), 대한건설협회 박상규 부회장(2월말, 국토부), 대한주택건설협회 임도빈 부회장(3월24일, 건설업계), 대한건축사협회 권병조 부회장(4월24일, 국토부), 한국건설감리협회 박성호 부회장(6월말, 국토부), 한국골재협회 임근열 부회장(2014년 1월, 국토부), 한국엔지니어링협회 황수일 부회장(2014년 2월, 정치인), 엔지니어링공제조합 김치동 부이사장(2014년 2월, 옛 지식경제부), 해외건설협회 신숭철 부회장(2014년 3월말, 외교부), 건설공제조합 임경국 전무(2014년 4월5일, 국토부), 건설근로자공제회 이경철 전무(2014년 12월, 고용노동부), 한국주택협회 권오열 부회장(2014년 말, 국토부), 전문건설공제조합 임성안 전무(2015년 7월말, 국토부), 대한설비건설협회 강신구 부회장(2015년 9월, 국토부), 대한설비건설공제조합 장윤호 상무(2016년 1월, 내부 승진), 대한건설기계협회·한국부동산개발협회 부회장(공석), 한국건설기술인협회 서정필 부회장(3월25일 취임, 선출직, 국토부)

　◇건단련 미가입 및 기타 임명직-건설기술교육원 김돈수 원장(3월말, 국토부), 한국건설경영협회 김규춘 부회장(4월, 국토부), 한국시설물유지관리협회 부회장(신설, 위촉 중),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노재화 원장(2011년 8월 취임, 국토부)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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