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EDCF 지원사업마저 중소시공업체는 배제

　#1. 중소기업청이 집계(2012년 중소기업 육성시책)한 작년 한해 중소기업 육성시책사업은 201건, 지원예산은 9조7470억원에 달한다. 제조업 위주이긴 하지만 건설기업 참여도 가능한 중소기업청의 88개 사업(5조9760억원)을 뺀 나머지 12개 부처의 사업만 놓고 보면 중소건설기업 대상사업은 국토교통부의 3건이 전부다. 지원액은 12개 부처 지원예산(3조7710억원)의 0.2%(90억원)가 고작이다.

　#2. 수출입은행이 중기 해외진출을 촉진하기 위해 200만 SDR(약 300만달러) 미만 사업에 한해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소액차관 사업을 하고 있지만 건설기업 참여는 불가능하다. 기금 운용지침상 ‘시공분야’는 제외되는 탓이다. 리스크가 낮아 중소기업의 해외진출 교두보로 인기있는 KOICA(한국국제협력단)의 해외 발주공사도 중기보호책이 없어 대형사들과 동등하게 경쟁해야 한다.

　#3. 종합건설사의 98.9%가 중소기업기본법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의 표본조사(2008년)상 전체 산업의 중기 비율(96.5%)은 물론 제조업 중기 비율(96.8%)까지 능가하지만 중기 인력난 완충을 위해 지난 5년간 정부가 배정한 외국인력 쿼터는 제조업(매년 75%), 전체 산업(매년 59%)과 달리 매년 5%씩 줄었다. 단지 원도급자란 이유로 초고강도의 하도급 규제까지 감수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중소기업 성장 희망사다리’ 공약 아래 범정부 차원의 중소기업 우대책이 마련되고 있지만 건설산업만 ‘찬밥’ 신세란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건설생산체계상 원도급자란 이유로 강력한 하도급 규제까지 받는 종합건설업계의 불만이 크다. 아예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에 가입해 명실상부한 중소기업으로 인정받자는 논의까지 진행될 정도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종합건설업체의 모임인 대한건설협회는 오는 29일 건설업계 전문가들과 국토교통부, 중소기업청 담당자들이 모인 가운데 ‘중소건설업 경영지원 간담회’를 열고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 마련에 나선다.

　‘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으로 발전할 기회의 사다리를 복원하겠다는 새 정부 정책공약이 건설업계, 특히 종합건설업종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발단이다.

　통계청의 2011년 건설업 조사보고서를 보면 종합건설사(1만177곳 기준) 중 300인 이상 대기업은 1.1%(116곳)에 머문다. 98.9%인 중소기업 중에서도 88.5%(9002곳)가 50인 미만 소기업이다. 이는 2008년 중소기업연구원이 조사한 전체 산업 평균(96.5%)보다 높고 건설업의 중기 종사자 비중(55.9%)도 전체 평균치(53.2%)을 상회한다.

　반면 중소 건설기업들에게 정부 지원책은 ‘그림의 떡’이다. 건설산업의 주무부처인 국토부의 중기지원 예산이 90억원에 그칠 뿐 아니라 중기청의 지원프로그램도 제조업 위주로 운영되다보니, 건설기업 중 중기청 지원을 받은 곳이 1~2%에 머문다고 건산연은 분석했다.

　해외진출을 계획하는 중소기업에게 최적으로 평가받는 EDCF의 소액차관사업도 교육, 의료, IT, 환경설비, 소형 플랜트 등에만 적용될 뿐 중소건설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시공분야는 배제된다. 또 다른 해외진출 창구인 KOICA 해외공사의 경우 국내 발주공사와 달리 중기 보호책이 전무하다. 적어도 국내 공공공사처럼 대형사들이 중소건설사와 공동참여토록 제한해야 중소건설기업의 해외개척 의지를 독려할 수 있다는 게 건협의 지적이다.

　역차별도 만만치 않다.

　외국인력만 해도 2009년 2000명이었던 건설업 쿼터는 2010년부터 4년간 1600명으로 동결됐다. 같은기간 1만3000명과 2000명에서 5만2000명과 8400명으로 급증한 제조업, 농축어업과 달리 20%가 줄었다. 건산연 설문에서 업계가 요구한 최소 외국인력(8000명)보다 6400명이 모자란다.

　실업난 극복을 위한 정부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내국인들의 취업기피로 인해 원가부담이 가중되는 산간지역, 오지의 건설현장 인력수요를 충족하려면 건설부문 쿼터가 최소 5000명은 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경제민주화 기조 아래 쏟아지는 하도급 규제도 중소건설기업에게 큰 짐이다.

　원도급자인 종합건설기업의 중기 비중(98.9%)은 하도급자인 전문건설기업의 중기 비중(99.2%)과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300인 이상 대기업은 전문건설업(305곳)이 종합건설업(116곳)의 3배에 가깝다. 그러나 종합건설기업은 상생을 저해하는 주적으로 몰린 상태다. 정부는 물론 국회 역시 징벌적 손해배상제 강화를 포함해 원도급 중소건설기업을 압박하기 위한 규제 신설법안을 경쟁적으로 발의하고 있다.

　건협 관계자는 “종합건설사의 43.4%인 3900여곳이 임직원 10명 미만, 연 매출 10억원 가량의 영세기업들인데 단지 원도급사란 이유로 각종 규제에 더해 사회적 비난까지 감수하는 신세”라며 “이번 간담회를 통해 타 산업에 대한 상대적 불평등을 바로잡는 한편 건설업종 내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해 전문·설비건설단체처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에 가입해 명실상부한 중소기업 지위를 인증받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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