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공공공사에 분리발주를 의무화하는 법안 시행을 추진하고 있다. 종합건설업계 등과의 의견조율이 필요한 부분이 남아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중소업체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데 관심을 가져왔다는 점과 지난 2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보여준 제도 시행의 의지를 감안하면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2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손톱 밑 가시 힐링캠프’에서 중소기업들이 선정한 300여 건의 건의사항 가운데 94건에 대한 개선안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시공업계의 이목을 끈 주제가 바로 ‘공공공사 분리발주 법제화’에 대한 내용이다. 이날 인수위는 종합건설사가 독점하다시피 해 온 공공공사 발주방식을 개선, 중소 전문건설업체들도 공공공사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간의 일괄발주방식을 폐지하고, 분리발주 원칙을 법적으로 명시하겠다는 것. 일괄발주방식은 종합건설사에 공사 전반에 대한 모든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는 책임 소재가 분명하다는 장점은 있었지만 사실상 대형 종합건설사들의 공공공사 수주 독점을 묵인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전문건설사들이 종합건설사의 하도급업체로 전락하는 구조적 문제를 가져왔다. 이로 인해 전문건설업체들은 단가 인하와 대금지급 지연 등 각종 불이익을 겪어 왔었다는 게 인수위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전기공사업계를 비롯한 중소 시공업계는 업계 생존의 근간인 분리발주를 법제화하겠다는 새 정부의 결정에 환영의 뜻을 내비친 바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도 지난 20일 ‘분리발주가 시급하다’는 내용을 담은 건의서를 전달하면서 힘을 보탰다. 전문건설협회는 건설현장에 만연된 저가 하도급과 대금 지급 지연 등 각종 불공정 하도급 문제를 해소하려면 분리발주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합건설업체의 부도로 인한 하도급업체들의 연쇄부도, 임금체불 등 관행을 막기 위해서는 분리발주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한편 대한건설협회 등은 정부에 공공공사 분리발주 법제화 방안에 대한 반대 건의문을 제출, 분리발주 법제화는 건설산업의 공중분해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