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업 시행 방식의 근간을 뒤흔들 ‘공공공사 분리발주’ 법제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분리발주 실행을 위해 당초 계획을 앞당겨 공청회 없이 5월말까지 정부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2월20일자 1·2·3면 참조>

　19일 재정부는 다음달 초 대통령 업무보고를 앞두고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한 ‘속도전’이 한창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전날 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공약 따로, 장관의 어젠다 따로’가 아니다. 공약을 하나도 빠짐없이 지키는 것이 장관의 책임”이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각 실·국에선 공약 이행계획을 별도로 만드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재정부 국고국 역시 국가계약법 관련 핵심 공약인 분리발주 법제화를 목표로 바삐 움직이고 있다. 신형철 국고국장은 “공공공사 분리발주 법제화는 중소건설사의 대표적인 ‘손톱 밑 가시’인만큼 반드시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고국 계약제도과는 20일까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제출받고, 22일에는 건설협회와 전문건설협회, 설비건설협회 등 유관기관과 첫 합동회의를 갖는다. 김재신 계약제도과장은 “워낙 이해관계가 첨예해 조율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시간이 많지 않다. 협상을 통해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부는 국가계약법에 공공공사 분리발주 원칙을 신설하고, 분할계약 금지 원칙이 담긴 국가계약법 시행령 68조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법 개정사항으로 통상적으로 공청회를 거친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청회를 건너뛸 가능성이 높다. 국고국 관계자는 “공청회 해봤자 건설업계 반대로 무산될 게 뻔하다”며 “속도전이 필요한만큼 업계 의견 조율을 거쳐 정부 개정안을 5월까지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급하더라도 이렇게 중대한 법을 바꾸면서 공식적으로 각계 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생략하면 엄청난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며 “공약 압박에 떠밀려 ‘졸속 입법’을 추진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공공공사 분리발주 법제화는 재정부가 26일 발표할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과 다음달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 모두 담길 계획이다. 새 정부 첫 업무보고는 △공약 이행계획 △부처 정책방향 △타 부처와의 협업(칸막이 없애기) 등 크게 세 부문으로 나눠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공약에 대한 아주 상세하고 실현 가능한 액션플랜을 내놔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업무보고 전에 핵심 공약 이행을 위한 로드맵을 다 짜야 한다”고 전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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