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결제방식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공공공사에서도 현금결제가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고, 민간공사는 어음조차 받지 못하는 현장이 속출하고 있다. 시장 현실을 반영한 법률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 A건설사 B차장

　“자금사정이 열악한 수급사업자의 보호를 위해 개정안을 마련했다. 대기업들이 동반성장을 한다면서도 ‘어음’으로 대금을 결제하면서 협력사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설산업에 대한 부분은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법률 개정안 논의가 본격화되면 이 같은 문제 개선 방안도 검토될 것이다.” -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실

　하도급 대금을 100% 현금으로 결제토록 하는 ‘하도급법 개정안’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경제민주화’ 실현 등 시류에 편승한 조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향후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어떤 대안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업계는 “건설산업 분야 생산체계에 대한 이해가 미흡한 법률 개정안이다. 제조업과의 차별화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하든지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금 100% 결제로 중소기업 보호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이 발의한 ‘하도급법 개정안’의 핵심은 하도급 대금을 100% 현금으로 결제하는 데 있다.

　현행법에서는 원사업자는 어음 또는 어음대체결제수단을 사용해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이를 금지하는 방안이다.

　적용 대상은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른 대기업으로 건설업계에서는 현대건설 등 시공능력순위 상위 업체부터 그룹사에 포함된 1000위권 밖의 기업을 포함해 200개 내외의 기업이 해당된다.

　김 의원은 “최초 발주를 받은 재벌 및 대기업 원사업자들이 하도급업체에게 선급금과 기성금을 ‘B2B어음’이나, ‘외상매출 채권 담보대출금’으로 결제하는 나쁜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하도금 대급을 지급할 때에는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소기업들이 원청업체(원사업자)들의 어음 결제로 임금 체불, 부도 위기, 연쇄도산의 위험에 처하는 현실을 막고, 중소기업의 성장 기반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주처 대금지급 문제부터 따져야

　이에 대해 업계는 발주처의 대금 미지급 상황부터 어음 또는 어음대체결제수단 지급, 대물지급 문제를 우선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간에서 발주하는 공사는 물론 예산 사정이 어려운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 등은 토지 등으로 대금을 대물변제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현실이 외면됐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국수자원공사는 창립 이래 최초로 대물변제 방식을 적용해 송산그린시티 동측지구 2개 공구 조성공사를 입찰 공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부산시 남구에서는 2011년 용호동 산새태 재해복구공사를 국고채부담행위공사 방식으로 입찰하면서 12억여원의 공사예정금액 가운데 6억9000여만원을 2012년에 지급하기로 계약했다.

　국고채부담행위로 공사계약이 이뤄지면 공사금액을 다음 회계년도 개시 후 예산이 배정된 날로부터 20일이내에 지급토록 하게 돼 사실상 현금없이 공사를 진행하게 되며, 대금 지급 지연에 따른 이자도 받지 못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발주처에서 원사업자에게 기성금을 현금으로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원사업자 역시 유동성 자금에 문제가 발생하는 데 이에 대한 책임을 100% 떠앉아야 하는 게 현실상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하도급법상 발주처가 현금을 지급하면, 원사업자도 하도급 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하게 돼 있다. 발주처가 대금을 지급하지 않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게 맞겠는가”라며 “지자체뿐 아니라 공공기관도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는 방치한 채 대기업만을 옥죄는 법안을 마련하는 취지가 동반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그리고 제조업과 건설업의 생산체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국회 국토해양위에서는 민간발주공사에서 원사업자가 발주자에게 공사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문제 등을 해결하고자 원사업자가 공사대금지급보증 또는 담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한편, 중앙공기업의 부채는 442조원, 지방공기업 부채는 70조원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공공공사 발주처의 현금지급에 차질이 예상된다.

한형용기자 je8day@

〈앞선생각 앞선신문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