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건설 하도급 분쟁조정 처리건수가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경기 침체 탓에 하도급 분쟁이 늘어난데다, 시간·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소송보다 조정을 택한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4일 본지가 한국공정거래조정원과 건설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 한국공정경쟁연합회의 자료를 집계한 결과 이들 3개 기관은 지난해 468건의 건설 하도급 분쟁조정 사건을 신청받아 430건(91.9%)을 처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년도와 비교하면 접수 건수와 처리 건수가 각각 37.6%와 34.4%씩 증가했다.

　김순종 공정거래조정원장은 “건설경기가 나빠지면서 하도급 분쟁이 급증했고, 공신력을 갖춘 공정위 산하기관인 공정거래조정원이 하도급 분쟁 조정업무를 맡으면서 조정의 신뢰도가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관별로는 공정거래조정원이 215건을 신청받아 192건(89.3%)을 처리했다. 전체 건설 하도급 분쟁조정 처리건수 중 45% 가량을 맡아 건설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를 제치고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전년도에는 점유율 7.5%였다. 2011년 6월부터 하도급 분쟁조정업무를 맡아 상대적으로 2011년 처리건수가 적었지만 지난해부터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반면 공정경쟁연합회의 건설 하도급 분쟁조정 건수는 반토막(-47.7%)이 났다. 공정경쟁연합회는 지난해 72건을 신청받아 67건을 처리하는데 그쳤다. 점유율도 40%에서 15%대로 급락했다.

　건설협회와 전문건설협회가 함께 운영하는 건설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은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71건의 건설 하도급 분쟁조정을 처리해 전년(168건)보다 소폭 늘었다. 다만 점유율은 52.5%에서 39.8%로 감소했다.

　건설 하도급 분쟁조정이 공정거래조정원으로 몰리면서 일각에선 공정위가 산하기관의 ‘몸집 부풀리기’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공정거래조정원은 2007년 공정위 출연기관으로 출발해 그동안 공정거래, 가맹사업거래에 있어서 불공정 행위로 인한 사업자들의 분쟁을 해결하는 역할을 해왔다. 여기에 하도급 분쟁조정 분야(2011년 6월)와 대규모 유통거래 분야(2012년 2월), 약관 분쟁조정 분야(2012년 8월)를 각각 추가했다. 지난해 7월부터는 ‘법원 연계형 분쟁조정 전문기관’으로 지정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요청할 경우 소가 제기된 사건에 대해 조정업무를 맡는 등 광폭 행보를 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정위 산하기관이 분쟁업무를 맡게 되면 사실상 사업자단체들이 운영하는 분쟁조정 업무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합리적인 업무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조정원은 공정위가 접수한 사건을 조정원으로 직접 이첩하는 비율은 18%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공정거래조정원이 맡은 1508건의 분쟁조정 사건 가운데 1234건(81.8%)이 기업들로부터 직접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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