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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까지 화력발전 18기? 암초 만난 6차 전력수급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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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까지 화력발전소 18기를 짓겠다는 지식경제부의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암초를 만났다.
환경부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다. 이대로 가면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0%로 줄이겠다는 국제사회와의 약속이 물거품된다는 것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환경부 출신 새 장관의 취임이 예정되면서 모처럼 제 목소리를 강하게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정치권도 거들고 나섰다. 발전소를 건설할 때 해당 지역 주민의견을 듣고 국회와 상의를 거치도록 하는 등 전력수급계획 수립 절차를 까다롭게 바꾼 개정안이 최근 발의됐다.
27일 지경부와 환경부에 따르면 지경부는 지난 22일 전력정책심의회를 열어 2027년까지의 정책을 담은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했다.
6차 계획에 따르면 2027년 여름에 최대전력수요가 1억2674만㎾에 달하므로 2957만㎾의 발전 설비를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 석탄 1074만㎾(6개사·12기), LNG 506만㎾(6개사·6기) 등 화력발전설비 1580만㎾를 더 짓도록 기업의 건설 의향을 계획에 반영했다. 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돼 추진 중인 화력 설비 43기 외에 18기를 더 만드는 것이다. 대신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따른 국민 정서를 감안해 원전 추가 건설은 결정을 미뤘다.
환경부는 “지경부가 사전협의 없이 6차 계획을 밀어부쳤다”며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지경부 관계자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기사업법에 근거해 지경부가 수립하는 고유 업무”라며 “추후 개별 발전사업에 대한 환경영영평가 과정에서 환경설비를 완화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환경부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이미 심의가 끝난 6차 계획을 수정할 방법은 없다. 환경부 관계자는 “새 정부 정책방향에 맞춰 올 하반기에 수립될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는 환경부 입장을 반영토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향후 15년의 전력정책을 담은 전력수급계획보다 상위 계획이다. 전력수급계획이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담은 액션플랜인데 비해 에너지기본계획은 구체성이 떨어진다. 다만 에너지기본계획의 방향이 바뀌면 6차 계획도 수정될 수 있다. 전력수급계획은 2년마다 수립하지만 중간에 한번씩 수정·보완하기로 한다. 환경부의 노림수다.
환경부는 여론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27일에는 2010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17년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했다는 내용의 자료를 냈다. 201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2009년 6억910만tCO2e(여섯가지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단위·이하 t)보다 9.8％ 증가한 6억6880만t으로 집계됐다는 것이다. 특히 환경부는 총 증가량의 42%를 차지한 화력발전을 주요 증가요인으로 지목했다. 누가봐도 지경부의 6차 계획을 겨냥한 분석이다.
공교롭게도 2010년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30% 줄이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바로 다음해다. 당시 2020년의 배출전망치, 즉 아무런 감축노력을 하지 않았을 때 예상 배출량은 8억1300만t이었다. 여기서 약속대로 30％ 빼면 5억6900만t까지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이는 2010년 배출량보다 15％ 적다.
환경부의 반발 기류는 내부 요인도 크다. 윤성규 장관 내정자의 성향이다. 윤 내정자는 환경부 내에서 ‘독일병정’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만큼 꼼꼼하고 철두철미한 일 처리 스타일로 평가된다. 그는 이미 청문회 과정에서 4대강 사업 등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윤 내정자가 청문회 준비 업무보고 당시 ‘환경부 스타일’을 강조했다”며 “최근 환경부 직원들은 당당하고 떳떳하게 주장할 건 주장하자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법 개정 움직임도 일고 있다. 박완주 민주당 의원은 전력수급계획 입안시 사전에 주민의견을 청취하거나 환경조사 등을 하도록 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지난 25일 발의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6차 계획대로 화력발전소가 추진될 지 의문”이라며 “부처 간 조율을 통해 발전소 설립계획을 이른 시일내에 확정해줘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주문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여론을 수렴해 향후 20년간의 전원 믹스(화력·원자력·신재생에너지 등 비율)를 원점에서 재설정하고, 추가로 계획한 원전은 다른 에너지원이 확보된다는 전제하에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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