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이 보유했던 철도관제권을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 이관하는 내용을 주로 하는 국토해양부의 ‘철도산업발전기본법 하위법령 개정안’이 기획재정부에 의해 발목잡혔다.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장관 박재완)가 최근 국토해양부(장관 권도엽)이 입법예고한 ‘철도산업발전기본법 하위법령 개정안’을 검토한 결과, 경쟁체제 도입과 관련된 조항에 대한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국토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측은 철도운영에 대한 경쟁체제 도입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법 개정은 삼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개정안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철도교통관제시설의 관리업무 및 철도교통관제업무를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에게 위탁한다’는 부분이 현행 철도공단과 철도운영자(코레일)로 유지된다.
관제권 이양도 철도운영의 경쟁체제도입과 무관하지 않다는 기재부의 판단에서다. 해당 사항은 경쟁체제도입이 명확하게 결정된 시점에서 진행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그러나 ‘철도운행의 안전성 확보’라는 국토부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는 게 기재부 측의 설명이다.
아울러 개정안에 명시된 ‘철도운영의 경쟁체제 도입’ 등 문구도 삭제될 전망이다.
국토부가 노약자 운임감면 등 공익서비스(PSO)의 비용주체를 명확히 하겠다는 항목도 현행체제로 돌아간다. 국토부는 노인복지법에 따른 운임감면액은 보건복지부가, 국가유공자의 운임감면액은 국가보훈처가 각각 부담하도록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기재부는 관계부처 간 충분한 협의를 통해 개정안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방침이다.
업계 일부에서는 국토부의 개정안이 철도운영에 경쟁체제 도입을 위한 법적 근거를 미리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졌었다. 국토부는 철도관제권 이관 등이 철도운행에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번 기재부의 결정으로 국토부의 경쟁체제 도입 수순이 드러난 셈이라는 평가다.
기재부 관계자는 “철도운영의 경쟁체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찬반을 논하기 어렵다”면서 “하지만 경쟁체제 도입여부가 판가름 나지도 않았는데, 법안을 먼저 개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지난 9일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철도관제권 이관 ▲PSO 비용주체 명기를 내세운 바 있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KTX 민영화를 위한 꼼수”라며, 철회의견서를 최근 제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