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이상 최저가낙찰제 의무 폐지…종합평가낙찰제 도입도

　향후 5년간 정부 건설정책의 청사진이 될 제4차 건설산업진흥기본계획이 확정ㆍ발표됐다.

　시공경력을 가진 기술자와 사무실 최소면적을 확보한 회사만 건설업 등록을 할 수 있도록 시장진입 제도를 개선하고, 직접시공 요건 및 등록기준 실태조사를 강화해 페이퍼컴퍼니 퇴출을 적극 이끌어내며, 전문업종 시공실적이 있는 업체만 종합업종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300억원 이상 공사의 최저가낙찰제 의무를 폐지하고 최고가치를 지향하는 종합평가낙찰제를 도입하며, 생활형 SOC 확충과 첨단ㆍ융합 건설기술로 새로운 건설 수요를 발굴한다는 방향도 제시됐다.

　국토해양부는 대내ㆍ외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건설산업의 질적 성장이 긴요하다고 판단하고 산업구조의 내실화에 초점을 맞춰 제4차 건설산업진흥기본계획(2013~2017)을 수립했다고 14일 밝혔다.

　새 기본계획은 질적 성장을 위한 내실화에 초점을 맞춰 견실ㆍ부실업체의 선별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주ㆍ입찰방식을 개선하도록 했다.

　능력있는 업체는 발전하고 부실업체는 자연스럽게 퇴출될 수 있도록 시장진입ㆍ퇴출 시스템을 내실화하고 건설엔지니어링 및 기능인력을 육성해 산업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 가격과 기술력ㆍ공사수행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종합평가낙찰방식을 도입하며, 발주기관이 공사 특성에 따라 발주방식ㆍ심사기준을 적용하도록 자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외연 확대를 위해 신성장동력을 적극 발굴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해외시장ㆍ공종 다변화와 고부가 투자개발형 사업진출을 통해 해외건설 5대 강국 도약을 추진하고,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생활형 SOC를 확충하며, 친환경ㆍ에너지ㆍIT가 융합된 첨단 건설분야에서 신수요 발굴을 촉진하기로 했다.

　공생발전과 선진 건설문화 정착도 주요 목표로 삼았다.

　건설산업 주체들의 조화로운 발전과 불합리한 관행ㆍ문화를 개선하되 특히 발주자와 건설사의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는 방안이 다양하게 검토된다. 부실ㆍ비리 등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윤리경영 및 자정활동을 이끌어내고 환경친화적 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정책지원도 활발해진다.

　김채규 국토부 건설경제과장은 “국민경제 성장과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고용창출과 연관산업 생산유발 효과가 큰 산업인 만큼 이번 기본계획 실천을 통해 건설산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스>

시장 내실화ㆍ외연 확대ㆍ동반성장이 3대 목표

　이번 제4차 건설산업진흥기본계획은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과 국내 건설시장이 단순 시공 위주의 양적 성장을 지속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질적 성장과 내실화’에 초점을 맞춰 수립됐다.

　김채규 국토부 건설경제과장은 “GDP에서 차지하는 건설투자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건설업체 수는 과도해 수급불균형 상태가 유발됐지만 시공능력이 갖춰진 우량업체를 선별하는 게 쉽지 않다”며 “건설기술 수준은 꾸준히 향상되고 있지만 아직도 선진국보다는 경쟁력이 부족하고 기능인력 고령화도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건설분야의 고질적 병폐로 인식되고 있는 불공정한 거래관행과 수직적 문화 역시 건설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기본계획 수립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건설산업의 지속발전 기반 강화’를 비전으로 삼아 △건설산업 효율성 강화 및 산업구조 견실화를 통한 내실화 △건설산업 성장동력 강화를 통한 외연 확대 △공생발전 및 선진 건설문화 정착을 통한 동반성장을 3대 정책목표로 제시했다. 기본계획 중 관심을 끄는 건설정책 현안과 개선방향을 살펴본다.

★건설시장 진입기준 합리적 개선

　현행 등록제도 아래에서는 기술능력, 자본금 등 기본적인 요건만 갖추면 누구든지 건설업체로 등록해 영업활동을 벌일 수 있다. 그러나 충분한 시공경험이 없거나 부실한 업체를 선별하는 기능이 미흡해 건전한 건설시장 환경을 조성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최소한의 시공경력을 고려해 보다 체계적인 등록기준을 마련함으로써 건설시장 참여자의 역량을 제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따라 기본계획은 건설업체의 실질 시공능력 확보를 위해 기술인력의 시공경력을 등록기준에 반영하도록 했다. 현재는 실무경력에 관계없이 자격증만 소지한 기술자만 확보하면 건설업체로 등록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기술자 중 일정 비율은 시공경력을 갖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부실업체 설립을 차단하기 위해 업종별로 최소 수준의 사무실 면적도 등록기준에 다시 포함시킬 예정이다. 지난 2004년에 사무실 요건이 폐지되기 전처럼 토건 및 산업환경 업종은 50㎡, 토목과 건축 및 조경 업종은 33㎡의 사무실 면적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검토될 전망이다.

　시공경력에 따라 건설시장 참여 범위가 확대되도록 등록기준을 바꾸는 작업도 진행된다.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일정기간 전문업종 시공실적이 있는 업체만 종합업종으로 등록할 수 있거나, 전문업종 시공실적이 있는 업체가 종합업종으로 등록할 때 기술인력ㆍ사무실 등 기준 일부를 완화해주는 방안이 검토될 전망이다.

★부실업체 건설시장 퇴출 강화

　일단 등록한 마친 뒤 자본금과 기술자 요건을 상실한 페이퍼컴퍼니들이 시장에 상존하면서 요행에 의한 수주활동을 이어가고 있어 시장이 교란된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공사를 수주하면 직접시공 의무를 위반하고 공사를 전매해 공사비 부족, 현장관리 부실 등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직접시공 의무비율을 상향 조정하고, 발주자 승낙 등 직접시공의무 예외를 폐지하는 등 직접시공을 대폭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등록업무를 맡고있는 지자체가 자본금 가장납입, 기술자격 대여 등 허위등록 여부를 철저히 점검하도록 실태조사를 내실화할 방침이다.

　직접시공 의무위반이나 일괄하도급 방지를 위해 건설산업정보센터(KISCON)의 원ㆍ하도급 정보관리 강화를 통해 상시 모니터링 제도를 구축한다. 공사대장을 통보할 때 발주자 승낙서를 첨부토록 하거나, 산재보험 및 퇴직공제 정보를 활용해 공사대장을 통보하지 않은 업체 및 하도급ㆍ재하도급을 통보하지 않은 업체를 철저히 적발한다는 계획이다.

★적정업체 선정 위한 발주제도 개선

　300억원 이상 공사에 대한 최저가낙찰제 의무화를 폐지하고, 발주자가 해당 공사에 맞는 최적의 업체를 선정할 수 있도록 최고가치를 지향하는 종합평가낙찰방식을 도입한다. 종합평가낙찰방식은 가격, 공사수행능력, 기술력 등을 종합 평가해 최고점자를 낙찰자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와함께 공사 난이도에 따라 중점 심사요소나 심사항목ㆍ배점을 차등 적용하고, 발주기관이 특성에 따라 종합평가, 최저가낙찰제, 기술제안입찰 등 발주방식을 선택하되 별도 심사기준을 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전기ㆍ정보통신공사 분리발주도 임의화해, 발주기관이 통합발주와 분리발주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최저가낙찰제는 저가심의제도를 내실화하고 적격심사제는 수행능력 평가의 변별력을 높여 적정업체 선별기능을 강화하도록 할 방침이다. 실적공사비와 표준품셈의 현실화도 지속 추진한다.

★소프트 기술역량 강화ㆍ기능인력 양성

　설계ㆍ감리ㆍCM의 유기적 통합을 위해 업역간 통합발주제도 및 통합 실적관리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관련 협회들이 관리하는 건설용역업 실적관리체계를 일원화하고 인력 데이터베이스도 연계해 활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기술력 중심의 기술제안입찰을 활성화하고 확정가격 최상설계 등 낙찰자 결정방식을 다양화며, 사양 중심의 설계ㆍ시공기준을 성능 중심으로 개편한다. 엔지니어링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공공기관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시설물단위 용역실적의 체계적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기능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근로자 개인별 경력관리 및 기능등급제를 도입하고 등급 상승에 따라 처우가 개선되도록 품셈ㆍ노임단가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신시장 발굴 등 수요기반 확충

　혼잡도가 높은 도시내 교통인프라를 확충하고 낙후지역의 지방도로를 포장하는 등 생활형 지방교통 SOC를 확충하기로 했다. 노후 공공임대주택 시설개선 등 취약계층에 대한 주거환경 개선,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예방시설 등 안전 SOC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단기적으로는 공공기관 보증을 통해 PF대출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금융기관 지분투자를 유도하거나 개발사업 전문 투자기관을 양성하는 등 민간건설 투자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밖에 노후시설물의 안전확보 및 성능개선을 위한 개보수사업, 주택 리모델링 및 IT가 융합된 첨단건설, 탄소저감형 건축물과 순환골재 등 녹색건설 신수요 발굴을 촉진할 예정이다. 신수요 발굴에 대해서는 등록업종 신설, 규제 완화와 세제혜택 등 지원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불공정관행 근절과 동반성장 실현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발주자와 원도급자 사이의 불공정 관행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건설업자가 발주처를 상대로 공사대금지급보증 또는 적정 담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권리를 부여하고, 민간공사의 불공정한 도급계약조건을 무효로 하며, 발주기관 사유로 공사가 연장되면 비용증가분을 공사비에 정확히 반영하도록 할 예정이다.

　주계약자 공동도급 시범사업에 대한 성과평가를 통해 공사 특성과 하자책임의 명확성 등을 고려해 대상공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수평적 파트너링을 통한 공사효율성 제고를 위해 도입된 건설공사 상생협의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운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한편 공공 발주기관이 적극 참여토록 할 방침이다.

　이밖에 건설산업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Clean,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Communication 등 3C 캠페인을 전개하고, 건설폐기물 및 온실가스 배출 축소를 위한 각종 개발기법 및 목표관리제를 적극 시행하기로 했다.

신정운기자 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