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턴키 발주방식의 예산낭비가 크지 않다는 해석을 내놨다. 하지만 감사원이 최근 턴키로 진행했던 4대강 사업 과정에서 입찰담합과 예산낭비가 있었다고 지적한 데 이어 나온 것이라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또한 ‘턴키는 예산낭비가 심하다’는 시공업계의 주장과도 대치되고 있어 향후 업계의 대응에 관심이 집중된다.
국토해양부(장관 권도엽)는 준공시점을 기준으로 턴키사업을 분석한 결과 낙찰률이 높아 예산이 낭비된다는 업계의 일반적인 우려와 달리 ‘성과품 대비 투입예산을 기준으로 환산한 턴키의 준공기준 실낙찰률이 높지 않다’고 지난 1월 30일 밝혔다.
턴키공사란 설계에서 시공, 시운전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한 업체가 맡아 진행하는 설계-시공 일괄 입찰 방식을 뜻한다. 턴키는 특수 교량, 초고층 건물, 장대 터널 등 난이도가 높은 공사에 주로 적용된다.
업체가 설계변경의 리스크를 전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타 발주방식에 비해 낙찰률이 높은 편이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건설기술연구원이 2009년 1월 이후 준공된 94건의 턴키사업에 대해 준공시점에서 실제 투입된 예산과 준공시설물의 품질 등을 연구한 결과를 제시했다.
연구에 따르면 계약시 턴키의 평균 낙찰률은 91%였다. 이를 준공기준 실낙찰률로 환산하면 84.6%로 계약대비 6.4%p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순공사원가보다 실낙찰률이 낮다는 점 등을 이유로 턴키공사의 예산낭비가 크지 않다고 국토부는 풀이했다. 최근의 발주물량 감소와 업체간 경쟁심화로 인해 턴키 등 기술형 입찰의 평균 낙찰률이 86.6%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등 예산 낭비의 가능성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도 했다.
실제로 기술형 입찰의 평균낙찰률은 2010년 92.6%에서 2011년 90.0%, 지난해 86.6%를 기록하는 등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건설업계를 중심으로 턴키발주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해외 건설시장에서 수주한 2924억 달러 가운데 턴키공사가 2236억 달러로 전체의 76.5%를 차지했다고 전했다.<표 참조> 여기에는 국내 턴키 입찰을 통해 신장된 건설기술 경쟁력이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또한 영국이나 일본 등 해외 선진국에선 최저가 비중을 줄이고, 기술형 입찰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선진국과의 경쟁을 위해선 턴키 등 기술형 입찰을 통해 해외건설 수주를 지원하고, 창의적인 기술·아이디어 제안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턴키가 가진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입찰과정에서의 비리와 담합 등 부작용이 끊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설계심의분과위원을 소수 정예화하고 비리·담합업체를 낙찰에서 사실상 배제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턴키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추가적인 대책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에 대한 중소 시공업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낙찰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해도 턴키의 낙찰률은 다른 발주방식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편이고, 각종 비리와 담합의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면서 “턴키방식 개선을 위한 별다른 대책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왜 갑자기 이런 주장을 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용어설명
실낙찰률 : 설계변경을 포함해 실질적으로 시공업체에 지급하는 공사비 비율
순공사원가 : 실제 공사에 투입되는 재료비와 노무비, 경비 등의 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