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만 1개월 20일 이상으로 인정…전기ㆍ정보통신ㆍ소방은 제외

복지부, "검토 중" 만 되풀이…공단은 문제제기 후 차별 심화

　# 부산의 전기공사업체 A사는 지난해 5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최근 3년간 수천만원에 이르는 일용근로자의 건강보험료 추징을 받았다. 민간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전기공사 일용근로자는 건설근로자가 아니므로 1개월 20일 미만 근무자도 가입대상이 된다는 논리였다. A사 대표는 “전기공사 일용근로자도 같은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데 어떻게 건설근로자가 아니냐”고 따졌지만,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전기ㆍ정보통신ㆍ소방공사는 건설공사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같은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 일용직 노동자의 건강보험 가입 및 부과기준을 두고 업종별로 차별이 존재해 공사업계에 논란이 일고 있다.

　보험료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징수하지만 그 기준의 적용이 공공현장이냐 민간현장이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기준의 적용은 명확한 근거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어 이에 대한 시급한 시정이 요구된다.

　3일 관련업계 및 이목희(민주통합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일용근로자의 건강보험 가입 및 부과기준과 관련, 지난해 5월부터 수차례 개선 건의를 해오고 있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이를 통제하는 보건복지부는 아직 이렇다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06년 12월 건강보험 및 연금보험의 사후정산제도가 시행되면서 공공건설현장에서는 1개월 20일 이상 노동력을 제공하는 일용근로자에 대해 보험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건설공사뿐 아니라 전기ㆍ통신ㆍ소방공사의 일용노동자 모두 해당된다. 보험료는 사업자와 근로자가 5대 5로 부담한다. 반대로 20일 미만의 근로자는 가입 및 부과대상에서 제외된다.

　민간건설현장에도 2008년 건설산업기본법 및 시행령 개정으로 사후정산제가 도입됐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설일용근로자를 건설산업기본법 대상공사로만 한정해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동일한 현장에서 이뤄지는 다른 공종, 즉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제외하고 있는 전기ㆍ통신ㆍ소방공사 등은 건설일용근로자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전기공사업체 관계자는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업의 등록 및 건설공사의 도급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다. 같은 아파트 현장에서 일을 하는데 누구는 건설일용근로자이고 누구는 아니라는 게 말이 되냐”고 반문했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문제인식을 하고 있음에도 사실상 두 손을 놓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목희 의원실의 노창식 보좌관은 “보건복지부에 개선 건의를 수차례 요구했지만 ‘내부검토를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는 사이 차별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을 시작으로 공단의 전기공사업체에 대한 보험료 추징은 서울ㆍ제주ㆍ전남 등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나아가 공단은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자 지난해 5월부터 전기ㆍ통신ㆍ소방공사 업체에 대해 현장분리가입(현장이 있는 지역에 보험 가입하는 것)을 받아주지 않고 있다. 　

　전기공사협회 관계자는 “사실 공단이 보험가입 기준으로 건설산업기본법의 대상공사를 적용하는 법적근거도 없다. 법 개정의 문제가 아닌 보건복지부가 공단으로 시정 공문만 하나 보내면 해결될 문제를 질질 끌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회훈기자 h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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