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판로확대를 위해 마련된 ‘우수조달 공동상표(일명 우수 공동브랜드)’가 도입 3년도 안 돼 발주기관과 업체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우수조달 공동상표 물품으로 지정된 제품은 수의계약으로 2억3000만원(기획재정부 장관 고시금액)까지 구매가 가능한데, 공공기관은 감사가 뒤따르는 수의계약의 부담 때문에, 업체는 너무 적은 계약금액으로 인해 제도 활용을 주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수조달 공동상표를 보유한 업계에선 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시급히 활성화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우수조달 공동상표 물품 지정제도’는 5인 이상의 중소기업자가 개발·보유한 물품을 ‘우수조달 공동상표’로 지정하고, 공공기관들이 수의계약방식으로 공동상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중기 지원 프로그램이다.
형광등기구, LED조명 업체가 참여한 조명분야의 ‘베네루체’가 대표적이다.
2010년 제도 도입 당시 조달청은 우수조달 공동상표가 공공조달시장의 판로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 달리 현재 ‘우수조달 공동상표’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우선 이 제도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는 수의계약 금액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그나마 2억5000만원이었던 수의계약 금액도 최근에는 환율 때문에 2억3000만원으로 줄었다.
전등기구조합 관계자는 “우수조달 공동상표는 수의계약금액에 제한이 없는 우수조달물품 지정제도와 유사한데, 계약금액 한도는 2억3000만원에 불과하다”면서 “그나마 형광등기구는 괜찮은데, LED조명은 단가 자체가 비싸기 때문에 계약금액이 한도를 넘는 경우가 많아 계약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공공기관 구매담당자가 감사가 수반되는 수의계약 방식을 꺼린다는 것도 ‘우수조달 공동상표’의 확대를 막는 장애요소다.
이 때문에 2010년 7월 우수조달 공동상표로 등록된 베네루체(LED조명은 2011년 7월 등록)는 지금까지의 계약금액이 2억5000만원(부가세 제외)에 불과할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때문에 수요기관이나 업체들은 우수조달 공동상표 대신 감사 걱정이 없는 MAS(다수공급자계약제도)와 수의계약금액 제한이 없는 우수조달물품 지정제도를 더 선호하는 추세다.
조명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 업체에서 동일한 품목을 갖고 우수조달 공동상표와 MAS를 동시에 조달청에 등록할 수 없다”면서 “그래서 현재 우수조달 공동상표에 참여한 기업조차도 영업을 해봤자 실효성이 없어서 베네루체 대신 MAS 영업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우수조달 공동상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일단 수의계약 금액제한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단가계약이 가능해져 공공기관들이 나라장터 쇼핑몰에서도 공동브랜드를 손쉽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우수조달 공동상표를 기술개발제품 우선구매제도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요청했다.
전등기구조합 관계자는 “그나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방계약법에 우수조달 공동상표제도가 반영되지 않아 지방공공기관과는 영업 자체가 불가능했다가 최근 들어 법 개정이 이뤄졌다”면서 “조합은 중기중앙회를 통해서 정부에 우수조달 공동상표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달청 관계자는 “우수조달 공동상표는 단체수의계약제도 폐지 이후 중소기업의 판로확대를 위해 도입됐지만 만약 활성화되면 단체수계와 유사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처음 도입 때부터 계약금액 한도를 적게 두는 등 여러 제약조건을 달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때문에 우수조달 공동상표 제도는 공공구매시장의 핵심 제도라기보다는 공동상표 물품이 우수조달제품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과도기적인 지원제도로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달청의 또 다른 관계자는 계약금액을 상향하거나 한도를 폐지하는 문제에 대해선 “계약금액은 WTO의 정부조달협정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기획재정부가 다룰 부분”이라면서 “재작년에 관련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두 차례 정도 기재부에 제도개선을 요청했지만 반응이 없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