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시장 정산 상한가격 도입을 내용을 한 전력시장운영규칙 개정실무협의회가 28일 열린다.
협의회 개최가 벌써 두 번이나 연기될 정도로 한전과 발전업계 간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이번 협의회에서는 결말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규칙개정안 어떤 내용이 담기나= 이번 규칙개정과 관련해서 논점은 크게 3가지다. 전력시장가격의 상한값을 둘 것인지, 상한값을 둔다면 그 기준은 무엇이고, 이를 언제까지 적용할 것인지가 하는 것이다.
이번에 한전이 제안한 것은 연성 가격상한제도로, 한계가격(SMP)이 상한가격 이상에서 결정될 경우 상한가격 이하의 발전기는 상한가격을, 그 이상의 발전기는 자가 변동비로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한가격의 기준은 용량가격 결정기준 발전기의 발전단가 수준으로, 대략 상한 SMP가 200원 가량이 될 전망이다. 또 일부 발전사들은 한시적 적용을 전제로 상한 가격제도 도입을 찬성하고 있지만, 한전은 한시적용을 반대하고 있다.

◆한전, 전기요금 인상요인 억제 위해선 도입 필요= 한전은 전력시장 정산가격이 비정상적으로 폭등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선 전력시장 상한가격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행 전력시장은 전원별로 원가격차가 커서 공급량 증가에 따른 발전비용 곡선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특성이 있다. 기저발전기인 원자력발전기가 고장 나거나 정비에 들어갈 경우 비효율적인 발전기(LNG, 유류기력 등 구형발전기 등)가 SMP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 최근 전력시장은 기저발전기 부족으로 단가가 비싼 LNG발전기 가동이 늘면서 자연스레 시장가격(SMP, 계통한계가격)이 치솟았다.
이에 따라 민간업체를 비롯한 발전사들은 자체적인 효율개선 노력과 상관없이 비정상적인 반사이익을 과도하게 누리게 됐다고 한전은 주장한다.
이번 조치 역시 연료비 상승이나 전력수급 여건 악화로 SMP가 급등할 때 시장가격의 상한선을 둬 발전사들이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한전 전력구입처 관계자는 “이번 규칙 개정은 단순히 한전의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행 전력시장의 잘못된 설계를 바로잡는 것이 목적”이라며 “앞으로 상한가격제도가 작동할 가능성이 많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정산 가격이 연료비에 연동돼 언제 상황이 바뀔지 모르는 만큼 제도화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발전업계, 시장원리에 정면으로 배치= 상한가격제 도입과 관련해 민간발전협회, 지역냉난방협회 등 발전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전력시장 상한가격도입이 전기사업법에 명시된 수요·공급 기반 가격결정논리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에서 끝까지 제도 도입을 강행할 경우 이의 신청 등 법적대응도 불사한다는 계획이다.
민간발전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전력수요 급증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나타난 한전의 전력구입 비용 증가 문제를 인위적인 규칙 개정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시장 논리에 맞지 않다”며 “이런 식으로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면 앞으로 누가 정부 정책을 믿고 발전 사업을 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지역냉난방협회 관계자도 “전력시장 상한가격 도입은 현 전력시장 운영규칙을 바탕으로 투자가 결정된 발전기에 대해 부당한 사후 규제를 가하는 것”라며 “사후적 규제는 투자 시그널의 왜곡을 불러와 수급불안정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과거 한전이 이익을 보고 발전사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때도 손실을 보전해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각계 전문가들, 신중한 접근 주문= 일부 전문가들은 정상적인 수요 공급 하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비정상적으로 SMP가 상승할 경우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해외에도 전력예비율 감소 등으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전력도매가격이 상승할 경우 상한제를 두는 경우도 있다”며 “다만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상한제를 도입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에경연의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CP(용량가격)가 고정돼 있어 이미 상한제를 도입한 꼴”이라며 “앞으로 민간석탄화력발전소가 상당수 시장에 들어 올 경우 LNG발전소는 가동도 못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는데 그때 정부가 과연 보상해 줄 것이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