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으로 개편된 나라장터가 여전히 시스템이 정상화되지 않아 입찰시장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급기야 오류가 있는 상태에서 입찰을 집행해 결국 입찰 무효 후 재입찰을 봐야 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에 대해 낙찰예정 업체는 법정소송까지 제기할 뜻을 내비치고 있어 자칫 법정소송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24일 조달청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인천지방조달청은 지난 22일 금곡고등학교 신축공사(기초가격 99억8669만원)의 입찰을 집행했지만 곧 재공고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무려 257개사가 참여한 입찰이 올바르게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낙찰의 기준이 되는 예정가격 산정이 잘못됐던 것.

　예정가격은 보통 15개 예비가격에서 무작위 추첨을 통해 나온 4개의 예비가격을 평균 계산해 산정한다.

　문제는 예비가격 산정 방식에서 발생했다. 조달청은 기초가격 대비 ±2% 범위 내에서 15개의 예비가격을 만드는 반면 지방자치단체는 ±3% 범위 내에서 정한다.

　이번 금곡고의 경우 조달청에서 입찰 공고 및 집행을 했으나, 수요기관은 경기도교육청(지자체)이었다. 따라서 15개 예비가격은 ±3%를 적용해야 맞지만, 지난 22일 입찰에서는 조달청 기준인 ±2%가 적용됐다. 이같은 사실은 입찰 후 예비가격을 확인한 업체들의 이의제기로 드러났다.

　조달청 관계자는 “확인 결과, 시스템 개편 후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3%가 적용되어야 할 입찰에 ±2%가 적용돼 집행됐다”면서, “집행된 입찰을 무효화하고 다음주 중 재공고를 내고 재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오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4일 개편 이후 접속 및 로그인 오류에서부터 대금청구, 공고정보 확인 등 기본적인 업무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업계의 원성을 여러 차례 산 바 있다.

　이에 조달청은 지난 21일 시스템이 안정화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안정화 발표 이후 불과 하룻만에 입찰 무효에 이르는 중대한 오류가 발생한 셈이다.

　해당 건과 관련해 재입찰을 한다 해도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 22일 입찰에서 가격 1순위로 결정된 A업체가 법정소송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A업체 관계자는 “입찰 과정에서 오류는 조달청의 책임이고 우리는 공고에 따라 정당하게 입찰을 봤다. 조달청으로부터 정식 통보를 받지 못했지만 법적소송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적 책임을 떠나 공정성과 투명성을 내세우는 전자입찰이 시스템 오류로 인해 입찰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는 꼴”이라고 혀를 찼다.

정회훈기자 hoo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