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복지시대 도로건설 “B/C 대신할 평가체계 필요”

국토硏, 최저서비스기준 수립ㆍ차세대 간선도로망 정비도

　국민복지 시대에 부합하는 도로건설 투자를 위해서는 비용과 편익 위주의 ‘효율성 중심’ 평가체계를 지양하고, 도로건설의 궁극적 효과를 따지는 ‘효과성 중심’ 평가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이 관심을 끈다.

　특히 도로의 최저서비스 기준을 설정해 정책목표에 반영하고, 균형발전 차원에서 격자형ㆍ방사형 국가간선도로망 계획을 수립하며, 미국식 인프라은행 설립을 통한 재원조달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토연구원(원장 박양호)은 최근 복지시책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도로건설 투자정책에서도 복지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투자평가체계 및 정책과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도로건설을 위한 투자평가제도는 투입되는 비용에 대해 산출되는 편익이 어느 정도인지를 판단하는 효율성(Efficiency) 체계가 중심을 이루고 있고 그 대표적인 평가지표가 비용편익분석(B/C ; Benefit/Cost)이다.

　그러나 B/C 평가를 통한 도로건설 투자는 교통수요만큼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지만 따지기 때문에, 국민복지의 타당성을  모두 반영하기는 어렵다. 낙후지역에서 도로사업을 진행하려면 B/C 평가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한 도로건설 투자평가는 ‘효율’보다 ‘효과’를 중시해야 한다는 게 국토연 지적이다.

　고용석 책임연구원은 “현재의 효율성 중심 평가체계는 해당 도로사업이 달성하려는 고유의 목적, 또는 궁극적인 목표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평가할 수 없다”며 “도로사업의 당초 목적에 따른 합목적성을 평가하고 이에 따른 다양한 효과를 입증한 효과성(Effectiveness) 중심의 평가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토연구원은 또 국민복지 시대에 부합하는 도로정책을 펼치려면 도로의 최저서비스 기준을 정립하고 국가간선도로망을 재검토하며 새로운 재원조달체계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먼저 국민들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도로서비스 수준이 얼마인지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예를 들어 전국 어디서나 고속도로 인터체인지까지 30분 안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도로정책 목표를 제시한다면 이를 통해 도로건설 투자의 구체적 기준이 제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고속도로 인터체인지를 30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지역은 전국 국토의 70%에 못미친다는 게 국토연 분석이다.

　기존의 ‘7×9 국가간선도로망체계’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7×9 간선도로망은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국가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지만 앞으로 지역별 수혜 편차를 극복하고 균형적인 접근성을 확보하려면 격자형 및 방사형 간선도망 정비가 긴요하다. 국토연은 새로운 국가도로망종합계획을 수립하되 정보통신(IT), 생명공학(BT), 환경공학(ET), 문화콘텐츠(CT) 등 ‘IBEC 기술’과 결합한 도로망 고도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식 인프라은행 설립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국가인프라은행(NIB ; National Infrastructure Bank)을 설립해 안정적으로 도로부문 재원을 확보하고 글로벌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연은, 우리 실정에 맞는 한국형 NIB를 설립한다면 높은 복지지출과 조세저항, 재정건전성 문제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 책임연구원은 “복지시책이 시대적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다양한 효과성을 고려한 도로건설 평가체계를 구축함으로써 투자결정이 보다 합리적으로 이뤄지고 도로서비스의 질적 수준도 향상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정운기자 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