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

　국민소득 4만불 시대 걸맞은 인프라 대안 고민해야

　정부 법령 문구 하나만 고쳐도 경기활력 제고 효과

　#1. 전 세계적 이상기후 아래 집중호우, 홍수, 태풍 등 피해를 완충할 방재인프라 요구가 거세지만 한정된 예산 탓에 착공한 방재시설마저 공기가 장기화하는 일이 빈번하다. 매년 되풀이되는 재해 특성상 적기완공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재해 피해를 줄일 첩경이다. 반면 민간투자법령상 우수유출저감시설, 사방공사, 관개시설, 저수지 등 방재시설 민자 길은 막혀있다.

　#2. 국내 철도시설 중 67%는 완공 후 30년, 49%는 50년이 지났다. 노후철도 시설개선에 민자방식을 활용하면 재정 한계로 인한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 교사, 교과서에 이은 ‘제3의 교사’로 꼽히는 학교시설간 격차로 인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도 교육부의 ‘고등학교 설립운영 규정’상 금지된 사립학교 부지 내 타인 소유 재산만 고쳐도 완충할 수 있다.

　각종 규제 아래 민자사업이 기를 펴지 못하는 단면들이다.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민자 활성화의 불가피성은 각종 통계에서 쉽게 드러난다. 국내 도로와 철도 스톡은 유사한 인구와 국토면적을 가진 체코의 2008년, 일본의 1987년 수준이다. 한국의 인구 10만명당 도로교통 사망자 수는 11.3명으로 OECD의 30개 회원국 중 1위다. 일본(8.7%), 미국(10.1%)을 능가하는 GDP 대비 15.6%의 국가물류비는 국내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깎아먹고 있다.

　복지확충 요구 아래 건설투자가 한계에 직면한 점에는 건설업계도 공감한다. 그러나 해외 선진국과 달리 억제 일변도로 치닫는 민자정책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민자사업발굴TF의 한 전문가는 “정부나 발주기관 담당자들도 문제점을 잘 알지만 특혜논란과 시민단체 및 의회의 이용료 반발 등으로 골치아픈 민자를 외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민자제도 수술을 늦출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가 부동산 분야 1순위 과제로 추진 중인 주거복지 증진을 위한 임대주택만 해도 과감한 민자 허용으로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숙사 확충, 어린이집·유치원 확보 등의 공약도 마찬가지다.

　공기업마저 손실을 보는 이들 사업을 민간이 시행한다고 달라질 게 있느냐는 시각도 있지만 수익성 있는 시설과의 복합개발이나 과감한 부대·부속사업 허용으로 상당부분 완충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정부 차원의 보증제 보완과 세금 감면조치까지 가세하면 금상첨화다.

　그렇다고 업계가 무분별한 민자방식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TF의 개선안에는 학교시설 개축의 전제조건으로 시도 교육청 단위의 ‘개축 판별기준’ 마련 요구가 담겼고 사업성이 전제되지 않는 도시공원 민자의 한계(BTL만 가능)도 적시했다.

　새 정부가 공언한 대학기숙사 확충계획에 대해서는 특혜 논란이 일 수 있는 대학 단위가 아니라 다양한 대학 학생을 수용할 개방형 기숙사 방식을 제안했다.

　그러나 꽉 막힌 민자 숨통을 틔울 근본 대책은 국민 공감과 정부 의지에 의한 적정수익률 보전이란 진단이다.

　박용석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민자 활성화의 동력인 MRG(최소수입보장)가 가능했던 이유는 ‘나라에 돈이 없지만 인프라는 필요하다’는 정부의 대국민 설득이었다”며 “쏟아지는 복지재원 요구 아래 불가피한 민자 촉진의 첩경도 결국 수익자 부담원칙 아래 적정수익률을 보전할 국민 공감이며 새 정부의 결단과 의지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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