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장관 권도엽)가 코레일(사장 정창영)이 담당해 온 철도관제업무를 한국철도시설공단(이사장 김광재)으로 넘기는 내용을 뼈대로 한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8일 '철도산업발전 기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 을 지난 8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입법예고 된 개정안을 통해 철도교통 관제업무 위탁기관을 코레일에서 철도공단으로 변경하겠다고 설명했다. 철도관제업무는 열차가 운행하기 위한 시간·차량 전반을 조정하는 작업이다.
국토부는 이번 조치가 열차 운행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코레일과 철도노조는 철도민영화를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반발했지만, 국토부는 민영화 때문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국토부 측은 철도 운영자가 운행 상 안전까지 도맡아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운영사가 관제업무까지 맡게 되면 수익을 우선시해 안전을 도외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항공관제의 경우에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라는 운영사가 있지만, 관제는 항공안전센터라는 조직을 따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는 게 국토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철도도 철도청이 관제를 할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으로 분리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며 "관제권을 코레일에 맡기면서 역주행 등 있을 수 없는 안전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관이 다시 회수해서 관리하려는 것" 이라고 말했다.
코레일과 측은 오히려 안전성에 위협이 되는 조치라고 반박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철도관제는 비행기의 이착륙을 주로 하는 항공관제와 달리 운행현장에 대한 높은 이해가 필요한데, 아마추어에게 관제를 맡기는 꼴" 이라며 "국토부의 조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연주자를 분리시켜 불협화음을 만드는 결과" 라고 꼬집었다.
관제와 운영이 한 덩어리로 뭉쳐 운영되는 기존 시스템을 억지로 뜯어내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철도노조 'KTX 민영화 저지 및 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 도 지난 1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KTX 민영화 반대 공약을 지킬 것" 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KTX 민영화 저지 범대위는 이번 개정안이 철도 민영화를 위한 사전작업이라며 "국민들의 공감 없이는 철도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 는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임기가 1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은 현 정부가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배경에는 인수위와의 정책적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국토해양위원회의 반대도 거세다. 주승용 민주통합당 의원(국토해양위원장)은 "국토부가 유럽국가 대부분은 시설관리자가 관제권을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며 "실제로는 영국·스웨덴·네덜란드를 제외한 대부분이 상하통합체제로 운영기관에서 관제권을 행사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또 "국토부가 대표적인 예로 제시한 영국의 경우 관제권 회수를 포함한 민영화 시행 이후 열차충돌로 50여명이 숨지고 480여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 철도 안전성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고 덧붙였다.
아울러 주 의원은 "국토해양위원회 차원에서도 철도산업발전기본법 개정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철도관제권 환수와 철도 민영화를 강력히 저지하겠다" 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노약자 운임감면 등 공익서비스(PSO)에 대한 비용주체를 확실히 명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인복지법에 따른 운임감면액은 보건복지부, 국가유공자의 운임감면액은 국가보훈처로 각각 넘어갈 전망이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정책결정자와 예산결정자를 통합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PSO로 3040억원정도를 지출한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지난해 대비 30% 정도 부담을 덜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