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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상반기에 푸는 돈 규모는? 72% vs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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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정부가 상반기에 돈을 얼마나 푼다는 겁니까.”
최근 정부가 경기둔화를 막기 위해 상반기에만 예산의 72%를 배정하고, 재정의 60%를 집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선 예상치못한 혼란이 생겨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예산배정은 뭐고, 재정집행은 뭔지 헷갈리기만 하다”며 “예산의 72%를 상반기에 쏟아부으면 하반기에는 재정이 바닥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쓸 돈을 나누어 놓는 ‘배정’과 실제 돈을 쓰는 ‘집행’을 혼돈한 결과다.
국회가 새해 예산을 확정하고 그 예산이 시장이 풀리기까지는 크게 ‘예산배정→자금배정→자금집행’의 3단계를 거쳐야 한다.
예산배정은 기획재정부가 각 부처에서 예산을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예산배정이 이뤄져야 계약 과 같은 ‘지출원인행위’를 할 수 있다. 배정된 SOC 예산이 있어야 공사를 발주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예산배정계획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재정부가 상반기에 예산의 71.2%를 배정하겠다고 한 것은 그만큼 경기가 좋지 않다고 판단해 각 부처가 재정사업을 일찍 시작할 수 있게 준비해둔다는 의미다.
쓸 돈을 나눠 놓는다고 곧바로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들어오고 나갈 돈이 얼마인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자금배정을 짜야 한다. 조세 및 세외수입으로 자금을 우선 충당하고 부족자금은 국채 발행이나 일시차입으로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월 단위로 작성하는 식이다. 이게 제대로 안되면 국가의 곳간이 일시적으로 비어 돈을 쓰지 못할 수도 있다.
자금집행은 각 부처의 사업담당부서가 앞서 짠 자금계획의 범위내에서 재정부 국고국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실제 돈을 푸는 단계다. 시장에서 ‘돈이 풀렸다’고 체감하는 단계다.
정부가 재정조기집행을 통해 상반기에 60%를 풀겠다고 한 것은 이를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재정이란 예산과 기금, 공공기관 주요 사업비 등을 합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집행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자금에 한정된다. 따라서 전체 65개 기금 가운데 금융성 기금 등을 제외한 38개 기금만 해당된다. 공공기관 역시 전체 288곳 중 한국전력,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도로공사처럼 투자규모가 큰 29개 기관으로 한정된다.
정부는 올해 재정집행 규모를 289조5000억원을 잡고, 이 가운데 60%(173조8000억원)을 상반기에 집행하기로 했다. 경기파급 효과가 큰 사회간접자본(SOC) 재정투자 규모는 55조1000억원으로, 이 중 60.6%를 풀기로 했다. 국토해양부 소관 SOC 예산인 24조원보다 더 많은 것은 기금과 공공기관 주요 사업비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재정조기집행 목표를 60%로 잡았지만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이후 매번 반복된 일이다. 예산 배정은 70% 내외, 재정집행은 60% 안팎 수준이 최근 5년째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선 이렇게 재정을 앞당겨 써도 경기가 부진할 경우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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