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범죄는 모두 61만8712건에 달한다. 이 중 단독주택지나 공동주택지에서 발생한 범죄가 전체의 73%를 차지한다. 특히 최근에는 편의점, 고시원, 학교 등에서 사회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하면서, 국민들 상당수는 예전보다 사회가 더 위험해졌다고 인식하고 있다.

　주택이나 근린ㆍ편의시설에서의 범죄를 줄이려면 치안을 강화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겠지만,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시설구조 또한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건축물 설계에 범죄예방 기법을 적용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정, 이달부터 시행에 나서기로 했다.

　국토해양부는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건축물 범죄예방설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9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8일 밝혔다.

  이 가이드라인은 최근 범죄가 많이 발생했거나 발생이 우려되는 단독주택, 500가구 이상 공동주택, 문화ㆍ집회시설 및 교육ㆍ연구시설, 노유자시설, 수련시설, 관광휴게시설, 편의점, 고시원, 오피스텔을 대상으로 범죄자가 쉽게 침입할 수 없도록 외부와 단절된 외벽구조, 옥외 배관 덮개, 일정 높이 이하의 수목식재 등 건축물의 내ㆍ외부 설계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동주택의 주출입구에는 바닥이나 조명, 상징물 등을 활용해 공적ㆍ사적 영역의 구분을 분명히 하고, 외벽 주변에는 범죄자의 접근을 통제할 수 있도록 수목공간을 설치하도록 했다.

　또 어린이놀이터 등 부대시설은 안전 확보를 위해 되도록 주민이 상시 감시 할 수 있는 단지 중앙에 배치하고, 경비실에는 방범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했다.

　지하주차장은 자연 채광이 가능하도록 선큰 또는 지붕창을 설치하고, 방문자주차장 및 여성주차장을 구분하며, 유사시에 대비해 일정 간격으로 비상벨을 설치하도록 했다.

　또 조경은 자연감시가 쉽고 숨을 공간이 없도록 설계하되, 주거 침입이 없도록 건물과 나뭇가지 사이를 1.5m 이상 떨어뜨려야 하며, 담장도 자연감시가 쉽도록 투시형 재료를 사용하면서 울타리 수목은 1.5m 이하의 키작은 수종으로 식재하도록 했다.

　정태화 국토부 건축기획과장은 “갈수록 건축물이 복잡ㆍ다양화 하면서 건축물 안에서 범죄가 늘어나고 있고, 특히 단독주택ㆍ공동주택이나 고시원 등에서 사회 약자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건축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건축물 설계 단계에서 범죄예방 설계기법을 반영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공사입찰 및 발주, 설계평가나 건축위원회의 설계 심의 때도 적극 활용된다.

담장 : 자연 감시가 가능하도록 조경식재와 난간 등을 활용해 투시형 담장 또는 울타리를 설치해야 한다.     놀이터 : 어린이놀이터와 같은 부대시설은 주민활동을 고려해 접근과 감시가 쉬운 곳에 설치한다.     경비실 : 경비실은 최소 3개 방향을 조망할 수 있어야 하고, 시야 확보에 지장 없는 투시형 구조로 설치한다.

신정운기자 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