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시작된 원자력분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국내 원전 불시 정지, 원전부품 품질서류 위조, 대규모 납품비리 등으로 이어지면서 그 불안감은 눈덩이처럼 커져갔다. 원자력에 대한 반대가 그 어느해보다 극심했던 한 해였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 우선 미국의 오바마 2기 정부, 중국 시진핑 시대, 일본 아베 신조 정부 출범에 이어 한국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강대국을 비롯한 에너지다소비국가의 권력구조가 바꿨다. 신정부 출범이라는 의미에 이어 각국의 에너지정책에 대한 변화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세계적으로 현재 고유가 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배럴당 105달러 수준을 등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동리스크는 존재한다. 또한 후쿠시마 사태 이후 에너지안보의 중요성이 우선 순위로 재부각되고 있다. 또한 셰일가스의 파장이 커지면서 세계 에너지시장을 좌우할 수 있는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후변화의 경우 전 당사국이 참여하는 법적 의무가 어느 정도 선에서 정해질지도 장기 에너지 전망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세계 정제 불황으로 인해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도 불황의 파고를 힘겹게 견디고 있다.

◆ 올 유가 100~110달러 하향 안정 전망 =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국제유가전문가협의회’는 올해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110달러에서 하향 안정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유가전문가협의회는 지난해 상반기 급등락을 보였으나 하반기 박스권 움직임을 나타내며, 전년 대비 소폭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상반기 국제유가는 이란 핵 사태, 유럽 재정위기로 연중 최고치인 124.22달러(3월14일)와 연중 최저인 89.15달러(6월22일)를 기록했다. 하반기 국제유가는 경제 침체 우려, OPEC 증산 및 북미 비전통 원유 생산 증대 등 하락 요인과 지정학적 리스크, 경기 부양정책 실시 등 상승 요인으로 등락(110달러대)을 거듭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국제유가는 전년대비 약 3달러 상승한 109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의 경우 전문가협의회는 국제유가가 수급 완화 등 하락 압력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불안 지속, 유동성 증대 등으로 하락폭이 제한돼 지난해 대비 소폭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으로 수요 증가가 둔화되고 비전통 원유 공급이 증가해 유가 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중동 정세 불안이 지속되고 경제침체를 우려한 경기 부양책 실시로 풍부해진 시중 유동성이 상품 시장으로 유입되며 유가 상승을 견인할 가능성이 내재된 것으로 해석했다.

결과적으로 올해년 국제유가(Dubai 기준)는 연평균 100~110달러에서 올해보다 소폭 하향 안정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지정학적 불안으로 중동 원유 공급 차질이 발생하거나 금융 및 경제 충격이 발생하는 경우 유가가 급·등락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국내 에너지 시장은 = 국내 에너지 시장의 경우 지난해와 올해 전력부족으로 인한 ‘에너지안보’가 최대 화두다. 또한 장기적인 불황으로 인한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고전과 원자력분야 신뢰 회복, 장기 전원계획 등 산적한 문제가 많다.

특히 조만간 출범할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원전·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정책을 대부분 고수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장기에너지 믹스에 대한 관심사가 크다. 특히 지난해 말 확정됐어야 할 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연말 대선과 그 결과에 따라 올 초로 미뤄진 상태다. 6차 수급계획은 올해 수립될 2차 에너지기본계획의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그 비중이 막대하다.

이중 전력수요의 경우 올해 산업용 2% 가정용 4%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공급능력 확보와 수요관리 비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 전력 수요가 비교적 빠른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나 전력수급 상황은 지난해와 비슷해 동·하계 전력수급 안정대책의 지속적인 추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에경연측 경기회복이 예상되는 올해 전력 수요가 3.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5%였던 경제성장률은 올해 3.4%로 상승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가정용 4%, 상업용 2.2%의 견실한 수요 증가율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전력 수요는 낮은 요금수준, 전기사용 기자재 보급 확대, 사용의 편리성 등의 이유로 주요 최종에너지원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경기 상승 전망에도 불구하고 타이트한 전력수급 상황이 지속되면서 낮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LNG수요는 3.3% 증가한 3766만1000톤으로 예상된다. 발전용은 4%, 도시가스 수요는 2.7% 증가가 예상된다.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 등 추가 원전이 상업운전에 들어갔고 경기둔화가 예상됨에 따라 발전용과 도시가스용 모두 증가세가 다소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상기후 발생, 신규 원전의 가동 지연, 기존 기저발전설비 가동 차질 등이 발생할 경우 LNG 수요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도 있어 LNG 사용량 증가도 조심스럽게 예상되고 있다.


인터뷰-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에너지부처 정책 전문성 높여야”
전기요금 현실화…가격 결정방식 개선 시급
수급균형 회복 후 소매경쟁 도입 검토해야
객관적 원전 발전비용 산정 연구도 진행 중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23개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한 2011년도 정부출연 연구기관평가에서 최우수 연구기관, 기관장리더십평가에서 김진우 원장이 2년 연속 최우수기관장으로 선정되는 등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이러한 에너지경제연구원을 이끌어가는 수장은 국내 에너지 분야 최고 권위의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는 김진우 원장이다. 김진우 에경연 원장을 만나 새정부와 올해 이후 국내 에너지 분야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 조만간 출범할 새정부에서 우리나라 에너지 분야에서 풀어야 할 선결과제가 있다면.
-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전력수요에 대해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전력공급,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 감소의 대안으로 이전 정부는 원자력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기조는 현재 우리나라 에너지수급 상황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원자력 등 에너지 문제에 관해서는 감성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공급 안정성뿐만 아니라 발전원가, 기후변화 대응, 기술력, 공급 잠재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리의 현실에 맞는 최적의 에너지 믹스 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에너지 기술개발과 해외자원개발 등을 통한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 확보와 에너지 절약 및 효율적 사용을 위한 수요관리 등의 에너지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관련 부처의 정책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기후변화협약 대응 등의 환경대책과 에너지정책간의 조화와 균형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이를 효과적으로 조율함으로써 정부정책의 일관성과 정책추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려돼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 현재 전력수급난을 타개할 방법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전력수급 문제는 적기에 발전설비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측면도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전력수요의 과도한 증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10여년(2000~2011년)의 GDP 증가율은 4.5%에 불과하지만 전력수요의 증가율은 6.5%로 경제 규모에 비해 전력 소비의 증가가 훨씬 높았다는 것입니다. 이같은 전력수요 급증은 너무 낮은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이 지난 5년간 지속된데 비롯된 바가 적지 않습니다.
공급능력을 확충하고 수요를 줄이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2015년이면 새로운 발전설비가 들어오면서 수급긴장이 다소 해소될 것입니다만 그 이전에는 수요를 조절하는 것이 주된 대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대책의 출발은 석유가격 보다 낮은 전기요금을 원가 수준으로 현실화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수요예측모형을 개선하고, 비상시에 소비자의 자발적 전기소비절감을 유도할 수 있는 수요측 자원을 확대하기 위한 선진적 방법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개발, 운영해야 할 것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발전기를 좀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사업자에게 투자유인이 제대로 주어질 수 있도록 도매전력가격 결정방식에서의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으로 에너지 저소비형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하고, 에너지절약에 대한 교육 홍보를 통해 국민들이 절전을 생활화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 전력산업의 향후 패러다임과 관련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면.
- 많은 사람들이 전력산업구조개편을 한전의 민영화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구조개편의 핵심은 민영화가 아니라 경쟁도입 입니다. 공기업이냐, 민간 사기업이냐 보다는 누구든 시장에 들어와 자기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하고 그것이 결국 소비자의 편익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경쟁이 중요합니다.
다만 활발한 경쟁체제로의 이행은 즉각적이지 않으며 쉬운 일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시장 전환 과정에서의 많은 어려움은 규제독점 시절 내린 의사결정의 결과를 경쟁시장에 맞도록 절충하는 것과 관련을 가집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어려움은 발전부문 분할이라는 시작단계에서부터 전원구성이 균형에서 크게 벗어나 있어 구조개편 과도기에 정부의 개입에 의한 도매시장가격 및 소매요금의 안정화 조치가 불가피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개입의 방식이 잘못돼 시장과 정부가 각각 맡아야 할 부분이 제대로 구분되지 않고, 언제든지 전원별 사업자별 수익을 사후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비시장적 방식으로 도매시장을 운영하면서 시장의 가격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게 됐다는 점입니다. 현재의 수급불안과 이로 인한 전력공급 원가상승도 이에 연유하는 바가 큽니다. 과도기적으로 시장기능을 대신하는 정부 개입이 있더라도 그 개입의 시간과 범위가 사전에 정해져서 적어도 투자의사결정에 대한 시장의 가격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고 점차 규제적 개입의 범위를 축소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만 현재 전력수급 상황이 매우 좋지 않은 상태여서 이 문제를 어느 정도 수습하기 전에 소매경쟁의 도입은 용이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소매경쟁의 도입은 우선 과도기적 정부개입의 시한과 범위를 확정짓는 규제금융계약을 도입하고, 이후 어느 정도 수급균형을 회복하는 시점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진행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 원전이 과연 경제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 원전 발전단가에는 발전소 건설·운영비, 폐로 및 방사성 폐기물 처리비, 주변지역 지원금, 원자력연구개발기금 출연금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라나라의 발전단가 산정 시 현재 계상되는 사후처리비용은 3251억(1000㎿)입니다. 미국 2960억(1155㎿), 스위스 2380억원(1020㎿)은 타 국가들과 비교할 때 낮지 않은 수준이며 사용후핵연료 처분충당금(경수로(㎏당)은 한국 75만원으로 미국 약 52만원(2003년)에 비해 높고, 중수로(다발)로 579만원으로 캐나다 약 350만원(2002년)에 비해 비해 높게 책정돼 있습니다.
원전사고 피해보상처리비용의 경우 일본이 유일하게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사고처리비용을 포함시켜 발전원가를 산정했으나 여전히 원전의 경제성이 타발전원 대비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원전 사고처리비용, 사회적 갈등비용 등과 같은 사회적비용에 대해서는 좀 더 심도 깊은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현재 에경연에서는 이와 관련해 보다 객관적인 원전 발전비용을 산정하기 위한 연구를 현재 진행 중에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 원전 수출 및 해체 시장 모두 신규 성장동력 창출원으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규원전 수출과 원전해체 시장 중 수익성이 더 큰 쪽을 선택·집중한다는 논리보다는 원전건설, 운영, 해체 등 원전산업에 대해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양 쪽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즉 신규 원전건설과 원전해체를 일괄적으로 수출할 수 있는 일체형의 패키지 전략을 수립해야 원전산업의 수출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고 사료됩니다. 물론 향후 신규원전 수출과 원전해체 시장 진출 중 어떤 방안이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한가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는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