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초부터 또다시 전력시장운영규칙 개정을 놓고 한전과 민간발전사간 갈등이 재현되는 분위기다.
한전은 지난해 과도한 가격 규제 등으로 인한 적자 누적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SMP상한 가격제 도입, 민간발전사에 정산조정계수 적용 등을 추진해왔으나 대수 시장 참여자들의 반대 등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재검토키로 하고 안건이 심의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이러한 안건들을 다시 규칙개정위원회에 상정되면서 다시한번 전력시장 규칙개정을 놓고 당사자간 이해의 차이가 첨예하게 대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LNG복합화력발전기를 보유한 회원사로 이뤄진 민간발전협회측은 정부와 전력거래소에 이러한 한전의 움직임이 부당함을 알리기 위한 탄원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점증될 것으로 보인다. 민간발전협회 측은 한전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최악의 경우 이의제기와 함께 법적대응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한전, 시장가격 낮추기 위한 조치 = 한전이 계통한계가격(SMP)을 낮추기 위해 전력시장운영규칙을 개정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MP는 지난해 1월 140원을 넘어 7월에는 역대 최대치인 185.14원까지 급상승,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SMP는 전력구입 가격과 직결된다.
한전의 최근 전력시장규칙개정위원회에 이러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SMP를 낮출 수 있는 몇가지 안건을 전력시장규칙개정위원회에 제안, 오는 8일 실무협의회에서 이를 다루기로 했다.
한전이 제한한 안건은 ▲SMP 상한 가격제 도입 ▲SMP 결정요소 중 제세금 제외 ▲저원가 LNG발전기에 대한 정산조정계수 적용 ▲수력발전에 대한 정산조정계수 도입 ▲기저발전기 불시정지나 정비기간 연장시 패널티 도입 ▲비중앙급전발전기 가격안정화 대상 포함 등 총 6개 안건이다.
현재 가스터빈 등 중앙급전발전기는 용량요금(CP)을 받고 있다. 문제는 최근들여 예비력이 부족하면서 발전기 가동이 급증, 기준 GT의 이익을 뛰어넘은 발전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이에 한전측에서는 중앙급전발전기를 대상으로 SMP 상한가격 산식까지 만들어 시장규칙에 이를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한전이 지난해 8월 민간발전사에 제시했던 내용보다 훨씬 구체적인 내용까지 포함된 것이다.
한전측은 SMP 결정요소 중 제세금 제외 안건의 경우 추가 분석이 필요에 이번 실무협의회 상정을 제외키로 했다. 특히 저원가 LNG발전기에 대한 정산조정계수(보정계수) 적용은 가스공사에서 LNG를 공급받는 타 복합화력과는 달리 LNG직도입을 통해 좀 더 싼 LNG를 발전연료로 사용하는 SK E&S 광양복합화력에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하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5MW초과수력발전에도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하는 방안도 함께 건의했다.
현재 정산조정계수는 지난해 9월 2일부터 원자력 0.0898(중수로 0.2775), 석탄·국내탄·기타(LNG)는 0.0001로 조정·적용되고 있다. 정산조정계수는 현재 한전 6개 발전자회사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민간에게 까지 보정계수를 적용시키겠다는 것.
한전은 지난해 9월에도 전력거래제 개편을 위해 전력시장규칙개정위원회에 전력시장 상한가격 도입과 비중앙급전발전기 가격안정화 대상 포함 등의 안건을 접수한 바 있다.
이처럼 한전이 전력구매가격과 직결되는 SMP를 조정하는 안건을 접수한 것을 지속된 적자 누적을 줄여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부터 전력 예비율이 부족해짐에 따라 대부분의 발전기들이 풀가동되면서 SMP는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1월 SMP는 1㎾h당 147.88원으로 출발, 2월 159.93원, 3월 177.53원, 4월 158.24원, 5월 171.58원, 6월 178.16원 등 고공세를 유지했으며 7월에는 전력시장 개설이래 역대 최고치인 185.14원을 기록한 바 있다. 8월 160.94원에 이어 하계 전력수급이 지나고 9월 134.01원, 10월 150.39원, 11월 139.04원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12월부터 강추위로 인한 전력사용량이 늘면서 다시 고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민간발전協, 규칙변경 시도 철회해야 = 한전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SK E&S, 포스코파워, GS EPS 등 민간복합발전기를 가동하고 있는 민간발전사들은 한전의 일방적인 전력시장 규칙변경 시도는 철회돼야 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박수훈 민간발전협회 부회장은 “한전의 적자누적은 정부가 규제하고 있는 소매요금 문제로 도매요금 분야인 시장규칙을 흔들어서는 안된다”며 “한전의 적자해소를 위해 시장규칙을 개정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반발했다.
민간발전협회측은 “전기사업법에 ‘전력거래 가격은 수요과 공급에 따라 결정한다’고 명시된 대원칙의 전제 하에 세부 운영적인 사항만을 시장규칙에 위임하고 있으며 이는 시장규칙의 내용적 한계를 명확히 제시한 것”이라며 “전력거래 가격을 법이 정하는 수요와 공급의 기준이 아니라 시장 변경을 통해 인위적으로 통제하려는 것은 포괄적 위임입법 금지의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행 전력가격 결정방식은 수 차례 변경을 통해 결정됐고 그 과정을 주도한 것은 다름 아닌 한전”이라며 “발전사업은 막대한 초기 투자비를 장기간에 걸쳐 회수하는 장치산업으로 현행 시장규칙을 바탕으로 장기투자를 결정한 발전사업자의 신뢰는 마땅히 보호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전력수급 불균형을 구실로 전력거래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려는 시도는 한전 적자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며 “경쟁의 동기가 사라진 발전회사는 더 이상 원가 절감 노력을 하지 않게 될 것으로 시장에 대한 불신은 민간 부문의 투자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규칙개정위원회 실무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재덕 GS EPS 상무는 “민간석탄화력에 보정계수를 적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1년여의 논의와 공론화가 있었지만 이번 안건은 전혀 그러한 과정이 없었다”며 “내달 출범할 새정부에서 국내 전력산업 구조를 비롯한 에너지정책 방향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전이 시장운영 규칙을 서둘러 규칙을 개정하려는 의도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민간발전협회, 신재생에너지협회, 지역냉난방협회, 열병합협회, 구역전기사업자협회, 태양광산업협회, 태양광발전사업자협동조합 등은 이번 한전의 규칙개정 안건 상정에 대한 부당함을 담은 탄원서를 실무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전력거래소와 지경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아울러 탄원 내용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한전이 상정한 안건이 통과될 경우 이의제기는 물론이며 전기사업법,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법적대응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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