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안전규제 당국이 원전 부품 품질서류 위조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메스를 들었다. 이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 부품 구매·계약·품질관리 체계 전반에 대해 체질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품질서류 위조의 근본원인은 원전 부품 구매·계약·품질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한수원의 총체적 관리 부실에서 비롯된 것으로 최근 민·관합동 조사 결과 확인됐다.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원안위는 품질서류 위조 재발방지대책을 수립,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우선 한수원의 본사와 사업소로 분산돼 있는 구매·계약 업무를 일원화해 구매 전문 조직을 본사에 신설하기로 했다. 구매 활동에 대해서는 독립적인 품질보증조직과 감사조직이 감시하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했다.
또 외부인사 영입 등 인적 쇄신을 통해 조직분위기를 바꾸고 모든 구매·자재 관리 과정을 전산화함으로써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관리하도록 조치했다.
비리와 부조리에 연루된 자나 관련업체에 대한 제재조치도 한층 강화된다. 허위서류를 제출한 업체는 유자격공급자 등록을 취소하고 최대 10년간 납품을 제한하는 한편,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이번 사건에 연루된 20개 업체를 검찰에 고발하도록 했다.
한수원 내에 비리적발·자진신고제를 도입해 원전 부조리에 대한 외부감시활동을 강화하고 지역주민과의 소통 활성화를 위해 ‘원전안전협의회’를 정기적으로 운영키로 했다.
아울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수행하고 있는 품질보증검사를 강화해 검사 대상을 원전 부품 공급자가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원안위는 최근 미검증 부품 투입으로 가동이 중단됐던 영광 5·6호기에 대한 민관합동조사를 마치고 재가동을 승인했다. 영광 5·6호기는 앞서 지난해 11월 5일 품질검증서를 위조한 5100여개의 부품이 설치된 것으로 드러나 최근까지 가동 중단됐었다.
원안위는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된 직후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모든 원전을 대상으로 추가조사를 벌여왔다. 그 결과 최근 10년간 품질서류 위조 부품이 한수원에 납품된 건수는 총 561 품목 1만3794개 부품으로, 이 가운데 341개 품목 6494개 부품이 원전에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품질검증서와 시험성적서 위조건수를 모두 포함한 수치다.
지금까지 품질검증서 위조 부품 5197개 가운데 4848개가 교체 조치됐으며 시험성적서 위조 부품 61개는 모두 교체됐다. 나머지 비안전등급 부품에 대해서는 이달 말까지 교체 작업을 모두 끝내기로 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이번 대책에 대해서는 한수원 등 관계기관의 이행계획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한편, 앞으로 조사과정에서 도출되는 문제점을 포함해 재발방지대책을 계속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