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공정위, 새 정부와 '코드 맞추기'…기업들 '긴장'
|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제민주화를 대표 정책으로 내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코드 맞추기’에 나서면서 기업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최근 불공정행위로 적발된 기업에 대한 과징금이 한결 무거워지고 검찰 고발이 늘어나는 등 과거에 비해 공정위의 칼날이 부쩍 날카로워졌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달 30일 냉연강판·아연도강판·컬러강판 등의 판매가격을 수년째 담합해온 철강업체 6곳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과징금 규모도 역대 4번째로 많은 2917억원을 부과했다. 수백억원대의 ‘과징금 폭탄’을 맞은 A사 관계자는 “담합기간이 길고 금액이 다소 크긴 하지만 공정위가 검찰 고발까지 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제재 대상업체 중 포스코는 담합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며 공정위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9일에는 고객 돈을 부실하게 관리했다는 이유로 공정위가 상조업체 3곳을 검찰에 고발했다. 2010년 할부거래법이 개정된 이후 선수금보전과 관련한 법 위반 행위를 적발해 제재한 것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법인과 대표자를 모두 검찰에 고발했다.
한 달 앞선 11월에는 채권금리를 담합한 대우증권 등 20개 증권사에 대해 192억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국민주택채권 등 아파트나 자동차 구매시 의무적으로 사야 하는 소액채권 금리를 6년 넘게 담합, 약 4000억원의 부당 매출을 올린 혐의다. 이 중 초기부터 담합에 참여한 대우·동양종합금융·삼성·우리투자·한국투자·현대 등 6개사는 검찰에 고발했다.
영주다목적댐 건설공사 입찰담합 사건에 대한 공정위의 대응도 논란이었다. 공정위는 영주댐 입찰과정에서 기본설계 일부 내용을 합의한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에 100억원에 육박하는 과징금을 물렸다. 낙찰자나 낙찰가격이 아닌 설계내용에 대한 합의를 담합으로 인정한 첫 결정이었다. 업계에선 “공정위가 경제민주화 이슈에 떠밀려 ‘억지 논리’로 건설사를 제재했다”는 말이 나왔다.
광주 하수처리장 시설 입찰을 담합한 4개 대형 건설사 역시 최근 모두 검찰에 고발됐다.
대형 건설사인 B사 관계자는 “최근 공정위 제재 강도가 매서워졌다”며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공정위가 다소 과한 제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다보니 과징금이 급증했다. 지난해 공정위가 기업들에 부과한 과징금 총액은 1조원에 육박한다. 2011년의 과징금이 3752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1년 전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일부에선 공정위가 전속고발권 방어를 위해 ‘검찰 고발’ 카드를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박 당선인은 현재 공정위가 독점하고 있는 전속고발권을 조달청, 중소기업청, 감사원 등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검찰에 고발당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리니언시 제도(Liniency·자진신고자 감면제) 역시 무력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기업 간 담합의 80% 이상이 리니언시를 통해 적발되고 있는데,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기업들이 자진신고를 하더라도 다른 기관에 의해 검찰에 고발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겉으로는 박 당선인의 공약대로 전속고발권 폐지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고 있지만 속내는 검찰 고발권 확대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지켜내기 위해 최근 들어 부쩍 검찰고발 사건을 늘리고 있는 것 같다”며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의 제재 기준이 들쭉날쭉하면 형평성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형기자 kth@
〈앞선생각 앞선신문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