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오전부터 하늘이 심상찮다. 도로는 어느새 눈밭으로 변했다. 눈인지, 안개인지 모를 희뿌연 기운에 시야가 흐리다.
저 멀리 연두색 철골구조물이 점차 또렷해진다. 세종열병합발전소 건설현장이다. ‘행정수도’ 세종시에 전기와 난방열을 공급할 집단에너지시설이다.
구조물은 파란색 가림막으로 덧씌워져있다. 각종 문구도 곳곳에 적혀있다.
던지지도 떨어뜨리지도 말자. 전기 공·도구 반입시 안전점검 후 점검필증 부착사용. 중량물 낙하 위험구역내 접근금지. 사고의 주범은 생략행위 안전의 기본은 절차준수. 온통 안전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대형 덤프트럭들이 정문을 쉴 새 없이 통과한다. 노면의 굴곡을 따라 차체가 좌우로 흔들린다. 공사장 특유의 누런 먼지는 간데없고, 하얀 눈보라가 그 공간을 대신한다.
정문에 들어섰다.
최중창 총무팀장(한국중부발전 세종열병합건설사무소)이 마중을 나왔다.
“이곳에 가스터빈 2개 호기, 증기터빈 1개 호기가 들어섭니다. 총 53만kW급이죠. 난방열은 시간당 391Gcal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 규모면 부지를 최소 8만8707㎡(2만6900평) 확보하고 있어야 해요. 하지만 현 부지면적은 6만7007㎡(2만0300평)입니다.”
최 팀장은 “부지가 협소하다 보니, 건설기자재 야적장이나 현장가공 작업장 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지하배관을 설치할 때 우회도로를 확보하기도 어렵단다. 건설장비를 중첩해야 하는 만큼 공기가 지연될 요소도 다분하다.
“기자재 납기일정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법을 동원하고 있어요.”
건설기간은 제법 빠듯하다. 세종시 건설계획이 뒤늦게 확정되면서 발전소 건설공기도 그만큼 촉박해졌기 때문이다.
26개월 만에 준공한다는 게 당면목표. 일반적으로 복합화력발전소는 실제 건설공기만 30개월은 족히 걸린다. 시공업체인 한화컨소시엄 등 건설인력 700여명이 눈 내리는 와중에도 현장을 떠나지 않는 이유다.
안전은 필수다. 사고가 나는 순간, 일정지연은 불가피하다.
현재 공정률은 64%다. 아직까지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보건공단, 대한산업안전협회 등 외부전문기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관련 기법을 전수받고 있습니다. 외부전문가와 함께 안전활동 출근캠페인과 초청교육, 건설현장 안전지도점검 등도 실시했죠.”
함께 마중나온 이옥석 안전품질팀장의 설명이다.
이 팀장은 “현장 직원 전원과 협력업체 관리자들이 안전체험장에서 일일교육을 받으며 경각심을 높이는 기회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공휴일에도 안전관리는 계속되고 있다고. 당직자를 일일 안전관리책임자로 지정하는 한편 협력업체와 함께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현장활동을 펼치기도 했단다.
공사감독원에게는 작업 직전 반드시 담당구역에 유해·위험요소를 파악토록 의무화했다.
중부발전과 시공업체가 저마다 시행하는 안전관련 행사, 교육, 훈련 등에 앞 다퉈 참여토록 유도, 자발적으로 안전관리활동을 펼치는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덕분에 세종열병합 건설현장은 2011년 10월 본공사에 들어간 이래 단 한건의 안전사고도 터지지 않은 곳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현장에서 만난 송창훈 공사관리팀장은 “발전소는 2013년 11월 준공될 예정”이라며 “세종시 약 8만 세대에 청정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그날까지 안전사고 없는 사업장으로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세종열병합’은 어떤 곳?

세종시 전역에 난방열과 전기를 공급하는 거점이다.(이 발전소가 준공되는 2013년 11월 이전까지는 한국지역난방공사에서 구축한 이동형 난방설비로 세종시 일대에 열이 공급된다.)
천연가스를 태워 가스터빈 2기에서 전기를 만들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500℃ 이상의 열로 증기터빈을 돌려 난방열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석탄화력발전소는 효율이 40~50% 수준이지만, 열병합발전소는 80%이상에 달한다.
가스·증기터빈, 배열회수보일러, 열공급설비를 비롯한 주기기는 두산중공업에서 공급한다.
전체 공사비는 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세종열병합은 도시계획과 어우러지도록 설계했다. 기존 발전소와 차별화된 외관과 색채로 지역의 대표건축물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건설 당시부터 세륜·세차시설을 운영, 주변 환경이 더럽혀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고효율 탈질설비와 습건식 냉각탑을 채택, 대기오염을 최소화했다. 최신공법의 수처리설비도 탑재된다.
배기원격 모니터링 시스템(TMS) 정보도 주민들에게 실시간 공개할 예정이다.


<인터뷰>전재순 중부발전 세종열병합건설소장

"무재해 1.2.3 운동, 뿌리내렸다"
위해요소 발굴·시정에 역점.
긴장 풀릴 때일수록 더 조심.

“현장근로자들의 의식이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예전엔 안전이란 화두를 던지면 귀찮아하는 표정이 역력했는데, 요즘은 뭔가 시정을 요구하면 바로 인정하고 들어가는 분위기입니다.”
전재순 한국중부발전 세종열병합건설소장은 “현장에서 ‘무재해 1.2.3 운동’을 펼친 효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무재해 1.2.3 운동’은 공사감독자가 하루에 오전, 오후 2번 30분씩 현장의 위해요소를 찾아내고 조치하는 자체 활동. 옥외분전반 근처에 놓여있던 소화기도 다시금 점검하거나, 작업용 철골구조물(일명 ‘비계’)의 설치간격이 관련기준(1.8m 이내)에서 벗어난 현장을 발굴·시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추진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명절이나 주말에는 시공사인 한화건설측과 협의해 당직자 1명을 더 세웠습니다. 긴장이 풀릴 수 있는 시기일수록 안전관리는 더욱 필요하니까요.”
그는 세종열병합이 들어서는 세종시 가람동 일원을 앞으로도 안전사고와 인연이 없는 곳으로 만드는데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