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사상 최악으로 치닫는 전력수급난

대한민국은 올해 사상 최악의 전력난을 겪었다.
원가보다 낮게 공급된 요금 탓에 에너지수요가 전기로 쏠린데 반해, 공급능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수급균형이 사시사철 깨져버린 것.
정부는 올겨울 전력난을 앞두고 고강도 절전대책을 수립·시행했지만, 때 이른 한파 속에 평일 대부분 수급 비상경고가 발령되는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특히 대선 하루전인 지난 18일에는 전력수요가 7517만2000㎾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기록은 8월 6일 7429만kW였다.
소비를 자제해준 기업에 지불된 보상금은 2009년 약 500억원에서 올해 2600억원으로 폭증했다. 전력당국의 적극적인 수요관리 덕분이다.
이 같은 전력수급난은 올겨울과 내년 여름을 고비로 서서히 회복될 전망이지만, 당초 예상했던 원전가동이 불투명해질 경우 이마저도 장담하기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2)전력시장 ‘불협화음’ 여전

과도기 형태인 전력시장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뜨거웠던 2012년이었다.
2010년 8월, 정부가 경쟁과 효율에 방점을 찍으며 과도기적 구조를 일부 보완했지만, 이와 관련한 불협화음은 계속됐다.
지난해 9·15 정전사태를 계기로 전력거래소의 주요 기능인 계통운영부문을 한전으로 이관·통합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은 올해 특히 두드러졌다.
한전은 대규모 적자누적의 책임이 시장운영을 잘못한 전력거래소에 있다며, 한때 4조400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기도 했었다.
한전 노조는 민간 발전사들이 전력시장에서 과도한 이익을 보고 있다고 주장하며, 감사원에 감사를 의뢰했다. 이 사안은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정식으로 다뤄졌다.
전력산업구조를 둘러싼 논란은 새 정권이 들어서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3)한전 765kV 송전선로 법정소송 승소

민원 때문에 공사가 지연되고 있는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사업과 관련된 소송에서 법원이 한전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전력(사장 김중겸)은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사업 지연으로 인한 손해와 관련해 기장군 및 오규석 기장군수를 상대로 2011년 4월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청구금액 10억원이 모두 인용돼 전부 승소했다.
기장군은 지난 2010년 8월 21일 법적근거나 행정명령도 없이 일방적으로 임시도로를 폐쇄하고 공사현장의 작업자를 강제로 해산시키는 등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고의로 방해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송전선로 건설지연이 기장군과 기장군수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이며, 이에 따라 한전에 10억원 이상의 손해를 발생시켰다고 인정했다.

(4)태양광 기준단가 수정 논란

올 초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는 태양광 기준단가를 공고한 지 불과 보름 만에 다시 20% 가까이 낮춰 수정 공고해 업체들이 항의 방문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기준단가는 정부보조금의 효율적인 집행을 위해 그린홈 100만호보급사업과 일반보급보조사업, 지방보급사업 등에 기준이 되는 설치 상한금액으로, 업계에는 수익성을 판단하는 지표가 되고 있다.
지방보급사업과 설치의무화사업 등 조달사업을 주로 하는 업체들의 반발이 심했는데, 이들은 일반주택에 설치하는 경우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조달사업은 비용 자체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신재생에너지센터는 태양광 모듈 가격 하락으로 기준단가를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과 함께 수정 공고안 자체는 유지하되 기준단가 적용대상 사업을 그린홈100만호보급사업과 일반보급보조사업, 지방보급사업에 한정한다고 명시한다는 재수정공고를 내기에 이르렀다.
이번 기준단가 논란을 계기로 신재생에너지센터는 내년부터 기준단가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5)잇단 원전 고장 정지로 불안감 확산
올해 원자력산업계는 고리 1호기 정전은폐, 납품 비리 등 잇따른 사건·사고로 불신의 늪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고장으로 인해 원전이 멈춰서는 일도 숱하게 반복됐다.
올해 고장으로 원전이 정지된 건수는 2010년 14건, 2011년 12건, 올해 14건으로 평균으로 따지면 매달 1.2건씩 발생한 셈이다. 지난 10월에는 100만kW급 신고리 1호기와 영광 5호기가 같은 날 고장으로 멈춰서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에 대해 원전사업자인 한수원은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발전소가 고장 정지할 때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고·고장 등급 가운데 0등급에 해당하는 경미한 고장이라는 해명을 반복할 뿐이었다.
최근 원자력당국은 효율보다는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원전 정책으로 선회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역시 이 같은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6)전력신기술 제도 개선 논란

전력신기술 개정 논란은 한전 배전공사 협력업체 선정과 함께 올 한해 시공업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특히 전력신기술 지정제도가 현장 작업자들의 안전을 무시한 채 원가절감의 도구로서만 사용돼서는 안된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극에 달하면서 제도의 실효성과 한계 등에 대한 고민이 그 어느해보다 깊었던 한 해였다. 전력신기술 관련 뇌물수수 등의 의혹도 불거져 업계의 제도 개선 주장에 힘을 보탰다.
여기에 어떻게든 연내에 개정안을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맞물리면서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올해에도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일단락됐다.
하지만 정부에서 객관성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연구를 통해 전력신기술 제도의 바람직한 운영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나서고 있어, 2013년도에는 제도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7)전기산업계, 재무건전성 확보 ‘빨간불’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올 한해는 발주 물량 감소, 생계형 덤핑 수주, 채산성 하락이라는 악순환이 무한 반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경영난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한 중견 배전반업체와 개폐기류 제조업체가 부도 처리되는 사태까지 발생하자 전기산업계는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경영 여건이 어려워지자 재무상태가 부실한 기업들이 지지기반을 잃고 쓰러진 경우도 허다했고, 사업 다각화를 위해 신규 분야에 진출했다 낭패를 본 기업들도 많았다. 특정 기업의 부도가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폭탄을 안고 산다는 말이 꼭 들어맞는 한 해였다.

(8)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조치 첫 시행

2012년은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조치가 처음으로 시행된 해다.
앞서 동반위는 2011년 9월부터 1~3차에 걸쳐 단계적으로 주요 전기 기자재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발표했다.
전기 분야에서는 변압기, 가스개폐장치, 배전반, 개폐기 등이 중기 적합업종에 선정됐다. 기간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다.
이에 따라 LED조명 등 중기 적합업종에 선정된 업계의 중소기업들은 올해부터 조달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면서 성장기반을 마련했지만 한편으로 일부 중소기업들이 조달시장을 사실상 과점해 중소기업 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키면서 중기 적합업종 선정의 취지를 퇴색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9)제조업계, 해외시장 진출 러시
2012년은 전기계 제조업체들의 활발한 해외시장 진출 움직임이 눈에 띄는 한 해 였다.
내수 물량이 감소하고, 기업들의 저가출혈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들이 선택한 자구책이다.
전선제조업체들은 해저케이블과 초전도케이블 등 첨단 전선기술을 앞세워 해외시장에 이름을 알렸으며, LED를 앞세운 조명업계도 체계적인 영업망을 통해 일본·유럽·미주 시장 진출에 공을 들였다.
중동·아프리카·중남미 등 그동안 상대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진출이 적었던 국가로의 수출도 증가했다.
특히 발전기업계는 선진 글로벌 기업들의 앞선 기술과 중국의 저가제품 사이에서 나름의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 아프리카와 중남미 진출 노력을 가장 활발히 했다.
올 한해 제조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 노력은 우리나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국내 기술에 대한 신뢰를 증대시키는 데 일조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앞으로 더 활발해 질 수밖에 없으며, 내년에는 ‘세계 6대 무역강국’으로 두 계단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10)전선업계, 불량전선 근절 노력

전선업계는 올해도 불법·불량 전선 퇴출을 위해 지속적인 정화작업을 벌였다.
전선은 전기계 타 품목에 비해 제품 불량 수준이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경쟁력 회복과 공정경쟁을 위해 시장 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올해부터 실태 조사에서 2회 적발된 기업을 대상으로 폐기물부담금을 면제받을 수 있는 자발적 협약에서 강제로 제외시키는 방침을 정하며 근절 의지를 확인했다.
자발적 협약 해지는 사법적 고발 등 기존의 그 어떤 제재보다 강도 높은 패널티라는 평가를 받았다. 자발적 협약 해지라는 초강수 카드의 효과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현재 시판 시장의 전선 품질은 불량 전선을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정화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스스로 품질 제고를 위해 애쓰는 전선업계의 움직임은 전력기자재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