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단체 난립으로 업계 부담·혼선 가중 우려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도 건설 관련 단체 신설이 잇따르면서 기존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지난 1일 설립 요건을 대폭 완화한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을 틈타 협동조합형 건설단체마저 가세하면서 이런 갈등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동주택 하자문제를 담당할 ‘한국공동주택하자관리협회’ 설립이 추진되면서 관련 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9월 설립신청을 받은 후 공동주택 하자분쟁을 줄이기 위한 ‘공동주택 하자판정 및 비용산정 기준안’의 내년 시행에 앞서 이를 인가할 계획이다.

　반면 주택건설 단체들은 업무 중복, 이익단체 난립에 따른 하자분쟁 심화 등의 우려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국토부에 전달했다.

　주택하자와 연관된 협회만 해도 소비자단체 2곳(전국아파트연합회,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사업자단체 3곳(한국주택협회, 대한건설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직능단체 2곳(한국주택관리협회, 대한주택관리사협회)를 합쳐 7곳이고 저마다 하자 관련 제도업무나 교육 등을 담당하는 상황에서 새 단체 신설은 혼선만 가중시킨다는 이유다.

　하자 관련 실무자, 전문가 중심의 새 협회가 하자분쟁을 부추길 이익단체로 변질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관련 단체의 한 관계자는 “주택경기 침체로 회비수입이 급감하면서 협회들마다 재정난으로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굳이 새 단체를 허가하려는 정부 의중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12일에는 중소건설협동조합도 창립총회를 갖고 단체 설립을 본격화했다.

　주무부처의 소관법령이 아니라 재정부의 ‘협동조합기본법’에 근거한 건설단체 신설은 처음이다. 주된 목적은 부동산경기 침체로 신음하는 중소건설사들의 권익옹호와 공동사업 추진을 통한 경제적 이익 증진으로 잡았다.

　조합설립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신한의 관계자는 “연초부터 단체설립을 준비했다가 협동조합으로 방향을 틀었고 새 법령 시행에 맞춰 창립총회를 가진 것”이라며 “생존 위기에 몰린 중소건설사들이 공생할 다각적인 대안을 찾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특정사업을 매개로 한 조합이지만 공동의 권익을 옹호하고 경제적 이익증진을 추구하는 점에서 사실상 기존 건설단체와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5인 이상의 조합원 자격자가 발기인이 되고 정관을 작성한 후 창립총회 의결을 거쳐 주된 사무소 소재지의 시도지사에 신고만 하면 바로 설립할 수 있는 간소한 절차다. 이름만 겹치지 않으면 흡사한 건설조합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 관계자도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지만 ‘중소건설협동조합’이란 이름만 피하면 건설 관련 협동조합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지난 18일에는 한국환경산업협회가 창립총회를 갖고 환경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연구 등을 맡는 법정법인으로 출범했다.

　단체 설립 요건을 완화하는 입법안도 추진되고 있다.

　지난 6일 김성태 의원이 대표발의한 ‘건설기계관리법 개정안’에는 건설기계사업자의 단체 설립을 위한 발기인 요건을 회원자격 사업자의 5분의1에서 10분의1로, 창립총회 요건을 회원사 3분의1에서 5분의1 출석으로 완화하는 조항이 담겼다. 협회 위의 협회격인 연합회 설립요건까지 담았다.

　건설 관련 협회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선을 틈타 건설 단체를 신설하거나 그 요건을 완화하려는 이익집단들의 움직임이 잇따르고 정치권이 검증없이 수용하고 있다”며 “건설단체가 난립하면 준조세 성격의 회비 등 회원사 부담이 가중될 뿐 아니라 함량 미달의 회원사 견제가 힘들어져 해당 업종 전체의 이미지나 권익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다른 한 협회 관계자도 “‘밥그릇 싸움’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유사단체 난립은 회원사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걸러낼 장치, 나아가 유사한 단체를 통합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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