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까지 해외건설 보증액 175억달러 부족

　전문금융기구 설치 필요하지만 넘어야 할 산 많아…기존 기관 역할 확대 필요

　해외건설 수주 증가세가 지금처럼 이어진다면 2015년까지 175억달러에 달하는 해외건설 보증금액을 국내에서 조달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23일 해외건설협회와 삼정KPMG가 국토해양부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해외건설 전담금융기구 설립 타당성 검토 연구’를 보면 내년부터 2015년까지 필요한 해외건설 보증금액은 779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해외건설 수주액과 해외보증 금액이 평균 11%씩 성장하고 필요 보증금액 비율을 수주금액의 30%로 가정했을 때 나오는 수치다.

　이 기준에 따라 2015년 해외건설 수주액은 957억달러까지 높아진다면 2015년 한 해에만 필요보금액은 287억달러에 달하게 된다.

　결국 2015년까지 779억원의 해외건설 보증금액 수요가 생기지만 같은 기간 국내 금융권이 지원해 줄 수 있는 해외보증금액은 605억달러에 그치는 셈이다.

　현재도 해외건설 수주액은 매년 꾸준히 늘어나지만 국내 금융기관의 이행성보증 발급실적은 이에 비례해 증가하지 않고 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금융기관의 이행성보증 발급실적을 보면 2009년에 134억달러가 발급된 이행성보증은 2010년과 지난해에는 146억달러 가량으로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국내 금융권이 해외보증서 발급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해외 금융권에 의존해야 한다. 하지만 신용 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견ㆍ중소건설사가 해외 금융권에서 보증을 발급받기란 매우 어렵다.

　최근 5년간 수주액 50억달러 이상을 수주한 대형건설사 그룹의 해외건설 수주가 전체 해외건설 수주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도 중견ㆍ중소건설사가 보증서 발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보증서 발급 가운데 본사보증 등 신용으로 발급된 비율은 65.1%로 파악된다. 하지만 50억달러를 수주하는 대형건설사들의 수주비중이 60% 가까이 되는 상황에서 중견 이하 건설사가 신용으로 보증서를 발급받은 비율은 고작 5~6%에 불과할 것으로 분석된다.

　그 결과 대형건설사 그룹이 차지하는 해외건설 수주 비중은 2007년 52.8%에서 지난해는 77.6%까지 높아졌지만 중소기업법 분류기준에 따라 중소건설사에 해당하는 그룹의 수주 비중은 같은 기간 16.8%에서 8.1%로 급락했다.

　국내 금융기관 상당수가 해외건설 보증 발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도 문제다.

　국내 11개 은행을 대상으로 2009년부터 3년간 이행성 보증서 발급 실적을 분석해보면 2개 은행이 전체 발급의 73.1%를 담당하고 있다.

　보고서는 해외건설 활성화를 위해 중견ㆍ중소건설사를 대상으로 보증업무를 지원할 전담금융기구 설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지만 넘어야 할 산 역시 많다.

　해외건설 보증업무를 지원하고 있는 기존 기관들과의 업무 중복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물론 초기 설립에 필요한 막대한 자본 확충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전담금융기구가 공제조합의 형태로 될 경우 건설사들의 자금출자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당장 보증서 발급에 큰 무리가 없는 대기업의 참여가 저조해지면 자본 규모가 적은 중견ㆍ중소건설사의 부담이 지나치게 클 수밖에 없다.

　정부가 운영하는 공사 형태가 되더라도 최소 2조원 이상이 필요해 초기 자본금 마련이 쉽지 않다.

　정창구 해건협 정책연구실장은 “해외건설 전담금융기구가 출범되면 중견ㆍ중소건설사의 해외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그 전까지는 기존 금융기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건설금융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해석기자 hae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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