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은 17일 본사 대강당에서 조환익 신임 한전사장 취임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조환익 한전사장은 향후 한전을 이끌 경영방침과 포부를 밝혔다.

전기계를 비롯 에너지계의 이목을 끈 조환익 사장의 취임사를 정리했다.

반갑습니다. 조 환익 입니다.

제가 19대 KEPCO 사장으로 오늘 취임식을 맞습니다만, 또 개인적으로 보면 2012년 KEPCO에 입사하는 날이 되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KEPCO 내면의 모습을 여기 계신 분들보다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여러분께 진심으로 지도 편달을 부탁드립니다.

노동조합, 우리 간부, KEPCO의 전 가족 여러분께서 때에 따라서 필요하면 질책도 해주시고 제가 잘 모를 때는 많은 지도도 해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KEPCO를 잘 이끌어 오시고 회사를 위해 좋은 판단을 많이 해주신 김주영 전국전력노동조합 위원장님의 각별한 지도 편달을 바라겠습니다.

저는 운동을 잘 못합니다. 하지만 운동경기는 참 좋아하는데요, KEPCO배구단이 있죠? 이름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배구단이 왜 이렇게 매일 지는 겁니까? 처음에는 강팀을 이기기도 하고 용병도 들어오고 상당히 기대를 모았던 걸로 알고 있는데, 역전패를 당하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거의 삼 대 영으로 지는 것 같습니다.

왜 KEPCO 배구단이 매일 패하는지 우리가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일 큰 이유는 회사의 지원이 다른 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일 것일 것입니다. 그 밖에도 팀웍이나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한 팀이 계속 패하는 제일 큰 이유는 정신적인 문제에 있다고 저는 봅니다.

한 번 두 번 지다 보면 지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가 이런 상황 속에서 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 지는 것에 대해서 미안한 생각도 안 들고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물론 우리 KEPCO Vixtorm 배구단이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게임의 법칙상 한 번 지다보면 타성화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KEPCO의 모습이 혹시 그런 것이 아닌 가’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한번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 이후에 10여 년이 지난 상황에서, 한 번 쯤은 지금의 우리를 되돌아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경영방침이 필요하다고서 해서 제가 과거 CEO들의 경영방침을 봤습니다. 최근 CEO의 경영방침이 ‘Great Company’였습니다. 'Great Company'는 위대한 기업이란 뜻이지요. 그 당시에 경영학의 Guru인 짐 콜린스가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책을 써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위대한 기업이라는 것은 이익을 많이 내고 장사를 잘 하는 그런 기업 차원이 아니라, 브랜드 가치가 있고 사회봉사도 할 수 있으며, 시민과 모든 국가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을 뜻하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당시 CEO께서 ‘Great Company’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사용했고, 이것을 이루기 위해 역할도 상당히 하셨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짐 콜린스가 몇 년 후에 다시 쓴 책 이름이 ‘위대한 기업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였습니다.

11개 기업을 모델로 해서 그 기업들이 왜 몰락했는지 원인을 분석하였는데 이 책 역시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A&P, Zenith, 또 모두들 잘 아시는 Bank of America 등 11개 기업이 몰락한 과정을 쭉 서술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중에서 상당수는 그 이후에 회생이 되었습니다. 회생되는 부분은 제가 조금 후에 다시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기업이 몰락하는 첫 번째 단계는 성과에 도취해서 현재 자기에게 어떤 위협이 오는지 모르는 단계라고 합니다. 두 번째 단계는 원칙 없이 욕심을 내는 단계라고 합니다. 이것은 일반 민간기업의 이야기니까 공기업이나 KEPCO와 같이 특수성이 있는 회사와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경영원칙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우리 KEPCO를 여기에 적용할 부분이 없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과연 그 동안 'Great Company'를 주장하면서 무원칙하게 욕심 부린 것은 없는지, 위기 징후를 그 때 그 때 미리 파악 했었는지 이런 부분들입니다.

이것을 하나의 패턴으로 이야기 하는데 과연 우리는 어떻게 지냈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떤 단계인지, 우리가 이 시점에서 이런 부분을 한번 생각해 볼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런데 짐 콜린스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4단계까지 가서 회생한 기업이 많다. 실제로 IBM, Nordstorm과 같은 기업들이 회생을 해서 지금은 아주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됐습니다.

기업이 회생에는 몇 가지 단계가 있다고 나옵니다.

첫 번째 단계는 새로 들어온 CEO의 마음자세라고 합니다.

IBM같은 경우는 루 거스너가 들어와서 ‘나는 IBM을 개혁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나는 IBM과 사랑에 빠졌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바로 ‘CEO가 얼마나 그 조직을 사랑하는가’인데 저는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조직 자체가 아무리 어렵더라도 그 조직을 개혁의 대상으로, 심지어는 많은 것을 청산의 대상으로 할 경우에는 자발적인 개혁과 변화가 이뤄지는 데 상당히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CEO의 마인드가 이렇게 중요하고, 저는 그러한 마인드로 현재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인재의 적재적소 배치입니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일하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바로 사람입니다.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문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아마 우리 2만여 KEPCO 가족들의 관심사항이 인사 문제일 것입니다.

인사는 가급적 빨리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조직을 안정시키려고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해 온 인사의 틀을 일단은 믿고 싶습니다. 用人無疑라는 말이 있지요. 사람을 쓸 때는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 저는 여러 가지 많은 고려와 합리적인 과정을 통해서 인사를 해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급적 인사를 빨리 시행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에 인사를 하게 된다면 저는 굉장히 신중하게 할 겁니다. 사람을 아끼는 그런 인사를 할 것입니다.

세 번째 중요한 요인은 현실을 냉정히 파악하는 것입니다.

많은 현안 문제가 있지요. 전력 수급문제, 요금 문제도 있고, 해외 사업에서 생기는 여러 문제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여러분들이 저와 함께 과연 진정한 핵심 문제가 무엇인가, 이 핵심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필요한 완급 부분이 무엇이고 이것을 가장 현명한 길로 풀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사고의 틀을 버리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서 솔루션을 찾는 그런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얼마나 노력했고, 얼마나 상황을 정확히 냉정하게 파악했는지는 이 시점에서 여러분과 함께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할 사안이라고 봅니다.

그 다음은 규율문화의 정착입니다.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 다음 규율도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투명해야 합니다. 외부에 ‘KEPCO라는 조직은 매우 청렴하고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조직이다’ 라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규율 속에서 개인의 자유로운 창의가 번뜩거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강연을 할 기회가 있으면 역발상, 역멘토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이 곳에 간부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신입사원 분들에게 우리가 멘토이자 또 멘티가 되어야 합니다. 많은 디지털 문화와 새로운 변화가 다가오는데 우리로서는 가볍고 짧게 접하는 경우가 많고, 그들로부터 우리가 이야기를 많이 듣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거꾸로 과연 멘토로서 그들의 사고를 흡수하고 존재감을 부각 시켜주며, 그 과정에서 우리가 시너지를 만드는 노력을 얼마나 했는가, 이런 면에서 자유로운 창의를 보장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유념해야 할 것이 핵심가치 준수입니다.

KEPCO의 핵심가치는 무엇입니까? 여러 가지 해야 할 일들이 많고 어떤 면에서는 그 안에서 상충되는 정책들이 있겠지만 KEPCO의 핵심가치는 무엇보다도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입니다. 전력의 안정적 수급체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 기간 중에 정전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던지 꼭 안정적 공급을 이루어 내야 합니다. 동절기 전력수급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우리의 역할적인 한계가 있겠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핵심가치인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서 KEPCO가 이만큼 기여하고 감동을 주었다’ 이런 것들이 시장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하루하루 변해야 합니다.

저는 조직이 수용하지 않는 변화는 진정한 변화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직이 수용할 수 있는, 그렇게 하면서 스스로 변할 수 있는 그런 변화가 필요합니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외부로부터 강제로 변화를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Kotra에서 3년 동안 노력한 것이 바로 이것 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변해야 한다', CEO로서 설득 과정을 통해 Kotra 가족들이 이해해 주고 '아 이 상태로 있다가는 정말 역사적 사명을 다하지 못하는 조직으로 끝나겠다'는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구성원들이 따라오게 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핵심가치는 그대로 가져 가면서 실현하는 전략과 미래에 어떻게 가야하는가와 같은 부분은 늘 변화하는 모습을 가져야 합니다. 더불어 노경(勞經)이 함께, 또 우리 주위를 둘러싼 생태계와 함께 변하는 노력을 꼭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