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과 발전자회사들이 납품업체들과 지나치게 수의계약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의계약 남발이 잦은 원전 고장이나 납품 비리 등을 불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가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회사의 1000만원 이상 규모의 수의계약률은 한전의 경우 35.99%, 한수원과 발전 5사는 35.68%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조달청의 수의계약률은 11.5%에 그쳤다.
회사별로 들여다보면 한전은 3조609억원(8028건) 가운데 1조1016억원(2555건) 규모의 계약을 수의계약했다. 한수원은 2조7577억원(5560건)의 규모의 계약 가운데 40.2%에 해당하는 2242건(1조1094억)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나머지 회사들도 한국남부발전 25.9%, 한국중부발전 13.9%, 한국동서발전 30.2%, 한국서부발전 81.5%, 한국남동발전 22.4%로, 높은 수의계약률을 보였다.
이들 회사들이 수의계약을 선호하는 이유는 품질관리나 계약절차가 편하기 때문이다. 주로 내세우는 명분은 긴급성, 부품 호환성 등이다. 계약업체도 납품업체 선정시 가격 책정 로비에 유리하기 때문에 수의계약을 선호한다.
주요 기술의 국산화 등을 위해 발전회사와 협력 개발한 제품이 개발선정품으로 지정된 경우 3년의 보호기간이 지난 뒤에도 수의계약을 장기 유지하는 등 불명확한 사유로 수의계약 방식을 고수하는 관행이 보편화돼 있었다.
계약요청자인 설비담당자의 지나친 재량권도 문제였다. 한수원 납품비리 관련자 27명에 대한 징계현황을 보면 기계·정비·설계 등 설비 담당자가 23명(85.2％)에 달했다
권익위는 “설비담당자에게 재량권이 집중되면서 특정업체와 유착 가능성이 높아지고 대부분 납품비리의 연루자가 설비담당자”라며 “설비담당자가 특정업체의 로비로 설비납품을 결정하거나 수의계약을 요청하는 것이 가능하고, 납품검사·검수 시 편의제공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납품검사·검수 시에도 검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성능검사도 계약업체가 제출한 시험성적서에 주로 의존하고 있어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익위는 이 같은 실태조사내용을 근거로 이들 회사에 대해 납품비리 방지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개선방안으로는 ▲수의계약 입찰 건의 경우 계약체결 전 사유 공개 ▲설비담당자 대신 제3자 납품 검사 실시 ▲입찰 참가 자격 개선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