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탄생···전문가가 말하는 주요 과제>

　건설산업 붕괴 막을 패러다임 전환 시급

　청와대 직속 건설산업위기대책위 설립 제안

　/전제조건은 건설업계의 이미지 쇄신 노력

  <전문가별 당선자 제언>

　김덕례 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소 연구위원-부동산시장 불안심리 제거할 가계부채 해결정책 시급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공공·민간간 합리적 역할 분담할 공생정책 펼쳐야

　김재영 건설산업정보센터 이사장-건설산업 붕괴 완충할 건설산업위기대책위원회 설립하자

　김명수 카톨릭대 경제학과 교수-재정부채 우려에 앞선 과감한 SOC 재정투자로 경기 견인해야

　류재영 국토연구원 국토인프라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국가경쟁력 확보할 생활형 SOC투자부터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주택거래 활성화 대안부터 강구해야

　이교선 건설기술연구원 건설정책연구센터장-복지와 건설이 만날 접점 찾고 실천하자

　이복남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건설산업 부정적 인식 쇄신할 민관합동 노력부터

　이종광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중소건설기업이 제대로 성장할 환경 만들어야

　이현수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생활친화적 건축정책, 미래주거 전략 마련 필요

　“건설산업 붕괴는 이제 시작이다. 새 정부 몫인 경·연착륙 여부는 건설을 넘어 경제 회생까지 가를 것이다.(김재영 건설산업정보센터 이사장)”

　“유익한 정책도 ‘건설’이 들어가면 모두 반대다. 수년이 걸려도 이미지를 안 바꾸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건설 전문가들은 대통령 당선자의 건설 부문 최대 과제로 건설업 연착륙을 꼽았다.

　전제 조건은 ‘3不(부정, 부패, 부조리)’로 각인된 건설인 스스로의 환골탈태(換骨奪胎)다. 실용정부의 마지막 건설정책 수장이 될 권도엽 장관이 대선 전날(18일) 차기정부 과제에 대한 소수 전문가와의 만남에서 이런 아쉬움을 털어놓은 것도 같은 이유다.

　새 정부 집권 첫해 건설산업은 어느 해보다 암담하다.

　<건설경제>가 전문가 10명에게 물었지만 내년 건설경기에 대한 희망론은 전무했다. 내년이 건설산업 붕괴가 본격화되는, 산업 존립의 고비가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김재영 이사장은 “새 정부마저 건설산업을 포기하면 임기말 건설업체 수가 반토막날 수도 있다”며 “이는 서민층의 건설일자리 절반이 없어진다는 의미이자, 설비투자와 더불어 성장을 이끈 양 날개 중 하나를 잃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새 정부의 건설정책 실패는 곧 국민들이 갈구하는 경기회생 실패이며 임기말 냉혹한 역사적 심판을 피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범정부 차원의 민관합동 건설산업위기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건설산업의 모든 것을 바꿀 것을 주문했다. 실용정부 때 국토부 산하에 설치한 건설선진화위원회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청와대, 적어도 총리실 직속기구로 격상해 개혁의 걸림돌인 부처간 불협화음을 신속히 조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착륙 1순위 과제는 주택거래 활성화

　건설 연착륙을 위한 1순위 과제는 주택거래 활성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란 게 중론이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복지재원 확보가 우선인 새 정부가 건설을 배려할 여지는 별로 없다”며 “주택거래 활성화는 서민 가계부채와 직결되고 경기부양 효과가 큰 동시에 재정부담도 적어 무리없이 큰 효과를 거둘 대안”이라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취득·등록세 감면 연장, 보금자리주택 수술, 다주택자 양도세 폐지,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 정리 등의 기존 옵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획기적인 알파가 필요하다.

　김덕례 주택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존 정부 정책이나 대선캠프 공약 중에 주택시장에 임팩트를 줄 만한 반전카드는 없어 보인다”며 “주택경기 침체의 진원지인 수도권 거래를 살릴 새 이벤트가 필요하며 수도권 정비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지방권 반발로 늘 보류, 축소된 수도권 규제완화를 단행하려면 이전 정부의 각종 지역균형발전정책을 확실히 매듭짓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실용정부가 보금자리주택 카드에만 전념하면서 참여정부의 2기 신도시가 황폐화된 실패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며 “전·현직 대통령의 치적싸움이 국가미래보다 우선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혁신·기업도시를 중심으로 한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물론 유사한 지역발전 효과를 창출하는 4대강 사업과 후속 주변지역 개발정책도 무조건 부정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 재정비안을 만들어 매듭지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세종시, 혁신도시를 주축으로 펼쳐질 지방분권 시대에 수도권의 이전기관 공백을 메울 규제완화, 정비계획 재편이라면 국민도 수긍할 것이란 얘기다.

　/추경 등 경기부양도 병행해야

　새 정부 출범 첫해 경기부양은 불가피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관측이다. 관건은 재정 조기집행 수준이냐, 파이를 키우는 추경 연계냐의 문제다.

　김명수 카톨릭대 교수는 “현 경기상황은 재정부채를 두려워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 정부가 보다 과감히 SOC 재정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류재영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정투자도 중요하지만 신규사업이 더 중요하다”며 “국내 인프라는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부족하고 국민생활과 밀접한 생활형 SOC 수준은 훨씬 열악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현수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도 “SOC든, 건축이든 복지·성장을 동시에 수확할 생활친화적 시설투자로의 기조 변화는 필수이며 새 정부가 중장기적 수요예측 아래 체계적 청사진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재정절벽’ 위기를 보완할 민간투자 촉진책도 필수란 지적이다.

　이복남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통행료, 과다이윤 논란으로 얼룩진 민자 문제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사용자 부담원칙 아래 새로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공공요금 체계로는 유지관리비 충당마저 어렵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매각, KTX 민영화 문제도 국민의 양해를 얻어내야 한다. 보금자리주택으로 대표되는 주택 부문의 민관 불균형도 공기업 업무영역 수술을 통해 바로잡아야 할 과제란 진단이다.

　이교선 건설기술연구원 건설정책연구센터장은 “SOC예산은 무작정 줄일 게 아니라 200만 건설인, 나아가 500만 건설가족에 대한 대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 기능 상실한 건설금융 혁신책도

　건설산업의 연쇄적 경영위기 악순환을 끊을 금융 해법도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가계부채든, PF(프로젝트파이낸싱)사업 부실이든 리스크를 피하려고만 하는 현 금융체계로는 풀 수 없다는 공감이 무르익은 탓이다. ‘월가 시위’로 대표되는 외국의 금융기관 질타 분위기와 달리 우리 정부와 국민이 유독 금융에만 호의적이란 건설업계 반감마저 거세다.

　이복남 위원은 “부동산이든, 건설이든 핵심 조정자는 결국 금융이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건설전문 금융기구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건설 관련 공제조합을 발전적으로 개편해 유럽의 협동조합형 건설금융 전담은행을 만들자는 제언 등이 나왔다.

　건설산업의 벤처격인 중소건설사들이 기술력과 특화된 역량을 토대로 성장할 길도 열어줘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종광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종합·전문건설, 엔지니어링, 건축설계 등 업역별 경계가 너무 폐쇄적인 데다 실력있는 중소기업이 창의력을 기반으로 성장할 여지가 거의 없는 현실”이라며 “중소기업이 요소기술을 개발해 신 시장을 뚫고 중견 이상 기업으로 커나갈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새 정부가 이런 과제를 시행하기 위한 최소 조건은 건설산업 스스로의 변화라고 입을 모았다. 새 정부의 새 건설정책에 탄력이 불으려면 국민들의 공감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김재영 이사장은 “해외 선진국에서는 경기부양과 산업쇄신이 늘 병행된 반면 우리는 외환위기부터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경기부양만 있고 제대로 된 건설 생산체계나 발주제 수술을 못 했고 이런 정체된 문화가 산업을 퇴화시키고 국민 반감을 키웠다”며 “산업붕괴가 급속화될 새 정부 임기에서도 실패하면 건설산업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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