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급금 미지급 경험도 절박 육박

　건설업체 5곳 중 2곳이 민간발주자로부터 공사대금을 떼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간발주자가 선급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건설사 응답도 절반에 육박했다.

　16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 9월24일~10월5일까지 전국의 종합건설사 254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보면 건설사의 39.0%인 100곳이 민간발주기관으로부터 공사 대금을 못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대금을 떼인 민간공사 종류는 상가(33.0%), 교회(14.0%), 주택(13.0%) 순이었다.

　민간발주자의 대금 미지급 원인에 대해 건설사들은 발주자의 지급 의지가 부족하고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기 때문(60.0%)으로 봤다.

　공사대금 지급이 늦어진 경우 지연이자를 받지 못하거나 일부만 받은 건설사 비율도 93.0%에 달했다. 사실상 대부분 건설사들이 민간공사 수행 과정에서 대금을 제때 못 받고 지연이자는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라고 건산연은 설명했다.

　국토해양부가 민간발주기관의 횡포를 막기 위해 운용 중인 표준도급계약서도 사용하지 않거나 발주기관 입맛대로 바꿔 사용하는 실정이란 답변이 45.3%에 달했다. 표준도급계약서가 활용되지 못하는 이유로는 발주자가 전혀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란 응답이 34.0%로 가장 많았다.

　반면 민간발주기관들은 자기 몫을 철저히 챙겼다. 계약이행 보증서 제출을 요구한 곳이 60%였고 보증금은 계약금액의 10~20%에 그친다는 답변(69.0%)이 가장 많았다.

　이런 악조건에 더해 건설사들은 선급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가 45%에 달했다. 지급받은 건설사의 선급금 수준도 계약액의 10~20%에 그친다는 답변(51.0%)이 절반을 넘었다.

　건설업계에 ‘슈퍼 갑’으로 통하는 민간발주기관의 부당특약 요구도 만만치 않다. 민간공사 계약 때 발주자가 요구하는 특약 유형으로는 무조건적인 하자책임 전가(28.0%), 계약금액 조정 불인정(18.0%), 기성금 지급기한 미설정(13.0%), 준공금 지연이자 불인정(12.0%), 과도한 준공금 지급기한 설정(11.0%) 순이었다.

　민간발주기관의 이런 횡포에 대한 건설사 대응은 민사소송(35.0%), 협상을 통한 감액지급(32.0%), 건설분쟁조정위 의뢰(16.0%), 유치권 행사(13.0%) 순이었고 하도급업체를 동원한다는 응답도 상당했다.

　강운산 연구위원은 “발주기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해 도급계약을 이행한다면 발생할 수 없는 불공정 사유들이 민간공사에서는 만연하다”며 “이는 경제적 강자 지위를 악용해 수급인에게 일방적인 불이익을 강요하는 처사로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 불공정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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