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원 출자한 건설업계도 배신감에 반발기류

　354만 건설근로자(작년 말 퇴직자 포함 공제가입 일용직 근로자 기준)에게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 1998년 출범한 건설근로자공제회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국토해양부와 고용노동부간 샅바싸움이 1년여간 지속된 가운데, 이를 조정해 건설근로자의 복리증진을 위한 구심점인 공제회를 정상화시켜야 할 청와대마저 낙하산 인사의 기회로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건설근로자의 복지를 위한 공제회 출범 당시 60억원의 거액을 출자한 건설단체들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기세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 6일 열린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회 때 건설노조 반발로 무산된 이진규 청와대 정무1비서관의 공제회 이사장 임명을 오는 17일 새벽 7시반에 열릴 이사회에서 강행할 계획이다.

　강팔문 현 공제회 이사장의 임기가 끝나는 17일까지 낙하산 인사를 매듭짓겠다는 의도란 게 건설노조의 설명이다.

　건설노조는 ‘건설업과 노동 문제에 대해 이해도가 전혀 없는 정치권 출신의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를 354만 건설근로자의 이름을 걸고 저지하겠다는 태세다.

　건설단체들도 나섰다. 지난 12일 열린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의 정기총회에서 파국으로 치닫는 공제회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실상 공제회의 최대 주주는 설립 당시 60억원을 출자한 건설단체들이다. 반면 최대 주주의 대표자가 1년여 이상 이사회 참석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청와대까지 가세한 부처간 힘겨루기는 ‘해도 너무 한다’는 게 단체장들의 시각이다. 2007년 12월 건설근로자고용개선법 개정에 따른 사태 특성상 국회 의원입법을 통한 반격으로 제자리를 찾겠다는 태세다.

　참석한 한 단체장은 “건설산업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부처간 원만한 조율을 통한 합법적 해결에 기대를 걸었지만 공제회의 현실은 인내의 한계를 넘어선 상태”라며 “민간기업도 주주 의견을 존중하는데, 정부 산하 공공기관이 주주 의견을 이런 식으로 외면하면서 공공기관을 망치고 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공제회의 관계자도 “일용직 건설근로자의 노후 퇴직금을 확보하기 위해 1인당 일일 4000원씩 적립하는 복지기관이 부처간 낙하산 싸움으로 변질됐다”며 “건설CEO 출신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업계, 건설근로자의 기대가 컸지만 작년 출자한 건설업계의 기대를 저버린 데 이어 이번에 건설근로자의 염원마저 꺾어 버릴 태세”라고 비판했다.

　해법으로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과 이미경 민주당 의원이 새 법률안을 잇따라 발의했지만 근본적 해법은 차기정부, 즉 여야 대선캠프가 중재하는 길뿐이란 지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산하단체 입장에서는 임기말 정부라고 해도 이를 저지할 동력이 없다”며 “354만여 건설근로자 표를 생각하는 대선캠프라면 공제회 정상화를 위한 공약을 내야 하며 시간이 없다면 17일 새벽의 터무니없는 낙하산 인사만이라도 저지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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