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관 출신 인사가 건설근로자공제회 신임 이사장으로 내정됐지만 건설노조의 반발로 이사회 선임 절차가 ‘일단’ 무산됐다.

　건설노조는 “건설업과 노동계에 관해 전혀 지식과 경험이 없는 인물이 근로자공제회 이사장직을 맡으면 건설근로자들의 사회안전망이 보다 부실해질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는 모습이다.

　건설노조 등에 따르면 건설근로자공제회는 지난 6일 저녁 이사회를 열어 오는 17일로 임기가 끝나는 강팔문 이사장에 이은 후임 이사장에 이진규 청와대 정무1비서관을 선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건설노조가 이 내정자의 행사장 출입을 가로막는 실력행사에 나서면서 이사회가 파행으로 끝난 것으로 확인됐다.

　건설노조가 이 내정자의 선임을 반대하는 것은 ‘건설업과 노동관계에 이해도가 전혀 없는 정치권 출신 비전문가’라는 점 때문이다.

　이 내정자는 숭실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과 청와대 정무수석실 선임행정관을 거쳐 정무1비서관으로 재직해온 인물이다. 그리고 건설근로자공제회는 공공ㆍ민간건설 현장으로부터 공제부금을 수납해 일용직 건설근로자들의 퇴직금을 정립ㆍ관리하고 취업알선, 경력관리 및 교육, 그밖에 보험 혜택과 자녀장학사업 등 종합복지사업을 펼치고 있는 기관이다.

　건설노조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는 이에 대해 “공제부금 수납 대상 공사와 금액인상 문제를 비롯해 건설현장의 불법 다단계 구조와 불법외국인력, 4대보험 관련 문제 등 정책적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건설산업에 대한 이해와 현장 및 복지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전문적 식견을 갖춘 인사가 공제회 이사장직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공제회는 1조7000억원의 자산을 운영하고 있고 사회취약계층인 건설노동자에게 퇴직금 지급, 학자금과 의료비지원,  주택자금 대출 등 중대한 역할을 맡고 있다”며 “공제회는 건설일용직을 위한 유일한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는데, 건설 지식과 경험이 전무한 정치권력형 인사가 건설근로자 복지사업을 최종 관리ㆍ결정하게 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건설노조 뿐 아니라 공제회 직원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한 직원은 “현 이사장도 국토부 출신 낙하산 인사지만 건설현장에 대한 식견을 바탕으로 국토부ㆍ고용부의 원활한 정책협조를 이끌어내며 다양한 신규 복지사업을 도입해 건설근로자들의 생활안정에 기여했다”며 “새 내정자가 이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털어놨다.

　이사장 선임을 결정하는 이사회는 일단 파행으로 끝났지만, 당장 내정자가 철회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공제회는 향후 이사회 일정을 다시 잡을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노조는 “적법한 절차와 투명한 제도 속에 이사장을 선출할 것을 정부에 요구한다. 관철될 때까지 강경한 투쟁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신정운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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